5.18 망언 논란 휩싸여 지지율은 곤두박질
한반도는 평화 논의, 전당대회는 이념 논쟁
태극기 부대와 겹치면서 극우 이미지 각인돼
당내 비판 목소리 사라져…내년 총선 걱정도

지난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호남·충청권 합동연설회 모습 ⓒ뉴시스
지난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호남·충청권 합동연설회 모습 ⓒ뉴시스

본격 레이스에 돌입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이념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 당 대표 후보로 나선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은 이념 노선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으며, 합동연설회에서는 태극기 부대가 ‘빨갱이’란 단어까지 사용하면서 원색적인 비난에 나서고 있다. 이런 이념 전쟁이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독(毒)이 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탈이념과 전국정당을 이뤄야 하는 상황에서 극우 보수와 영남 정당의 이미지가 각인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모습은 오는 27~28일 북미정상회담과 대비되며 자유한국당의 미래는 암담한 상태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실패와 함께 홍준표 전 대표 체제에서의 이념 논쟁은 실패로 끝났다. 2017년 대선과 지난해 지방선거 참패가 이를 대변한다. 때문에 김병준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체제는 탈이념과 전국정당을 표방했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병준 비대위가 내세운 탈이념과 전국정당은 사실상 뒤집어졌다. 자유한국당은 계속적으로 자충수를 뒀으며, 운도 따라주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다시 극우 이미지가 덧씌워지게 됐다.

김병준이 쌓아 올린 공든 탑

2017년 대선 패배 이후 자유한국당은 탈이념 정당으로 바뀌어야 했지만, 홍준표 전 대표는 다시 이념 정당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이라는 역사적 회담이 이뤄지면서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다. 한반도는 평화를 향해 내달리고 있는데, 자유한국당 홀로 냉전 체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고, 결국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병준 비대위 체제는 이념을 이야기하기보다는 민생을 말하고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언급했다. 이로 인해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이며 30%대에 육박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을 위협했다. 하지만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민생은 실종되고,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제대로 꼬집지도 못했다. 대신 자신들끼리 이념 전쟁을 벌였다. 그 시작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 음모론이다. 2차 북미정상회담 날짜가 공교롭게도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와 겹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요청한 것’이라는 음모론이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이 음모론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또한 드루킹 관련 김경수 경남지사의 1심 판결에서 유죄 확정판결이 나오자마자 당 내부에서는 대선 불복 카드를 꺼내 들었다. 정치권에서는 1심 판결만 갖고 대선 불복 프레임을 내거는 것은 너무 성급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5.18 망언 논란이 확산되면서 자유한국당은 결정타를 맞았다.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당의 지지율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5.18 망언은 자유한국당에 극우 프레임을 덧씌우게 하기에 충분한 소재였다. 물론 자유한국당은 여당인 민주당에 5.18 망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라고 경고했지만, 국민적 분노는 거셌다. 그 거센 분노가 자유한국당으로 향했고, 결국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30%대에 육박했던 지지율은 이제 25%대로 내려앉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은 이종명 의원만 제명시키고, 김진태·김순례 의원에게는 제명 유보 결정을 내렸다.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이들 의원의 제명을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이 두 후보는 전당대회에서 이념 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고, 이 이념 전쟁이 전대 선거운동을 관통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지난해 연말부터 대규모로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태극기 부대가 합동연설회를 점령하면서 극우 프레임은 더욱 강해졌다. 오죽하면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사람들이 김진태 의원을 향해 태극기 부대와 함께 당을 떠나라고 경고까지 했다. 전대가 이념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호남·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 ⓒ뉴시스
지난 14일 오후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호남·충청권 합동연설회에서 후보들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 ⓒ뉴시스

지지율 하락세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은 전당대회가 끝나도 결국 지지율 반등을 꾀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우선 2.27 전당대회가 2차 북미정상회담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 문제다. 따라서 선거운동 전략을 이념 전쟁으로 해서는 절대 지지율 반등을 이뤄낼 수 없다.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한반도 평화 운명이 갈라지는데, 당은 자꾸 이념 논쟁을 벌인다면 국민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외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특히 한반도는 탈이념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데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이념 논쟁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면 국민은 외면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는 자유한국당이 지역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의 당원 구성이나 이념 추구 등으로는 결국 영남의 입김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자유한국당이 전국정당으로 나아가기 어려운 문제가 된다. 당 대표에 어떤 인물이 앉더라도 결국 영남정당이 될 수밖에 없고, 이는 자유한국당에는 내년 총선에서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대한 대안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자유한국당이 가장 보여줘야 할 것은 바로 문재인 정부 이후의 미래 비전이다. 즉,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난 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기 마련인데, 자신들은 어떤 식으로 집권해서 어떤 정책을 이행할 것이라는 미래 비전을 내세워야 한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이런 것이 부족하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과 비난만 난무했을 뿐, 아무런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당의 목표는 집권이다. 그러나 집권 플랜에 대한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이념 논쟁에만 휘말리면서 자유한국당의 미래가 보이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은 과연

이에 일각에서는 ‘이대로라면 내년 총선도 치러봤자다’라는 회의적인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자유한국당은 이념 논쟁과 지역 정당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문제는 현재 의원들이 갖고 있는 생각과 자세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5.18 망언 논란이 일어났을 때 자당 의원들을 향해 쓴소리도 내뱉을 줄 알아야 하는데 침묵으로 일관했다. 5.18 망언에 대한 비판을 가한 정치인은 권영진 대구시장 정도다. 당이 잘못된 길을 간다면 그에 대한 비판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현재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이런 자아비판의 목소리가 없다. 때문에 내년 총선도 회의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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