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성스런 풍경의 진실과 상징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한국화 이오성 작가의 개인전이 2월 18일부터 3월 2일까지 연희동 황창배 미술관에서 열린다. <하나님 나라와 이스라엘 展>이라는 타이틀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하나님 나라에서 누리는 기쁨과 평안을 그린 그림들과 함께 약속의 통로로서 유효한 이스라엘이라는 나라를 표현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이오성 작가는 제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왈종 화백의 딸이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으며, 성경에서 말하는 물의 상징적인 의미를 작품 가운데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하고 있다.

미술평론가 김종근 교수는 이오성 작가의 이번 전시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한다.

프랑스의 인상파 화가 중에 가족을 주제로 그려 전 세계에 많은 사랑을 받은 미국출신의 여류화가 Marry Cassatt 메리 케사트(1844-1926)가 있었다.

그녀는 평온하고 행복한, 유명한 화가로서의 삶을 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그림이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가족의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굳이 이오성의 작품과 그녀를 비교하는 데에는 그림 속에 대상을 바라보는 종교적이리만큼 따뜻한 시선에 깊은 울림이 있기 때문이다.

이 두 작가 사이에 그림세계는 명백하게 다르다. 하나는 모녀 혹은 가족의 사랑이라면, 이오성의 경우는 이웃의 사랑 쪽에 훨씬 더 무게감이 실려 있다.

그럼에도 둘 다 가족 혹은 이웃을 향한 사랑과 애정 어린 시선은 다르지 않다.

채색화가인 이오성의 작품에는 흔하게 볼 수 없는 다른 매력과 철학적 깊이를 가지고 있는데 시각적으로 그의 회화를 지배하고 모티브는 소박한 사람들의 풍경이다.

그것은 결코 화려하지도 않고 과장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려 있는 주변 이웃 사람들의 흔한 정취인데 그 풍경은 한없이 포근하고 정겨울 정도로 평안하다.

그의 작품 속 몇 개의 풍경. 멀리 서귀포의 정방폭포가 보이는 풍경, 이국적인 열대나무들이 사방으로 놓인 거리의 풍경, 섬을 바라보며 바닷가에서 한 때를 보내는 장면. 이것만으로도 그의 배경이 제주도 그리고 서귀포임을 떠올린다. 이들은 한결같이 여유롭고 즐거워 보인다.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춤을 추는 특히 <하바나 길라>라는 작품은 이웃들과 함께 춤추는 모습이 아주 화목하게 묘사 되어 있다. <하바나 길라>는 알려진 데로“우리 모두 함께 기뻐하자”는 뜻을 가진 이스라엘의 민요로서 전통적인 민속춤이다.

이 그림 속에는 흰 옷을 입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흥겹게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경쾌하게 마치 앙리 마티스의 댄스라는 군무를 완벽하게 연상 시킨다.

마티스의 그림 속에는 무희가 너무 빨리 춤을 추느라 손을 놓친 옆의 무희와 다시 손을 잡아 전체를 이으려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것은 살아가면서 서로 간에 단절된 상태의 아픔을 겪게 되는 부분에서 바로 춤이 단절성에서 관계성을 회복하는데 중요한 요소임을 이 작품은 말해준다.

서로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야 하는 인간 삶에서 바로 원초적인 춤이 줄 수 있는 회복력을 드러낸 것이다.

이오성의 이 그림도 이러한 함께 나누는 사랑의 연결과 회복의 끈이 춤을 통해 암시적으로 표현된 것이다.

한편 이 그림이 가지는 특징 중에 특이 한 점은 이들이 마치 길 위에서 춤을 추는 듯하지만 그것은 길이 아니고 강물이라는 점이다. 앞으로 그의 작품에서 지속적으로 보이는 길처럼 보이는 푸른 배경이 사실은 강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물 위에서 손을 맞잡고 둥근 원을 그리며 기쁨의 춤을 추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그의 작품 속에는 분명한 길과 물의 이중적인 상징성을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다.

이렇게 일반적인 풍경과 다른 그만의 물의 상징적 표현이 있어 이오성의 그림을 단순히 풍경화로만 치부할 수 없는 까닭이다 .

그렇다면 왜 그는 물을 화폭 속에 지속적으로 담아내는 것일까? 그것은 에덴동산에서의 원죄를 지닌 인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래서 인간의 구원에 필요한 구원의 상징으로 물이 비유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그에게 물은 단순한 자연적인 물 이상의 높은 종교적 철학적 의미와 가치를 지닌다. 폭포를 비롯해 흐르는 물 등도 모두 인간을 구원하는 생명수 등의 고귀한 상징적 성격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우리들의 노래>에서 보이는 서귀포의 정경은 그 행복감이 화면 속에 흘러넘친다. 여기에는 한국화만이 갖는 채색법도 한 역할을 하고 있다.

수채화처럼 엷은 농담과 담백한 색채로 소박함이 그대로 묻어나 이 그림 속에 작가가 어떠한 감성으로 이 주인공들을 묘사하려 했는지를 확연하게 보여준다.

나는 특히 <우리들의 노래>라는 작품에 주목한다. 과거 그가 물이 있는 풍경을 시각적인 형식 중심으로 작업 속에 더욱 주목했다면 최근작들에서는 풍경 속에 종교적인 상징성을 암시 혹은 담아내면서 일상적 풍경으로 그 회화적 깊이를 더하고 있다.

특별하게 그의 작품 속에서 가지는 모티브 중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그가 ‘물의 상징적 의미 연구-기독교에서의 생명수를 중심으로’란 논문으로 박사학위 받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모든 것이 그가 사는 제주와 서울 근교의 물이 있는 풍경과 일상속의 모습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탄생하게 된 배경임을 충분히 기억해야 할 정당성이다.

<폭포 아래서>처럼 무지개가 뜬 화창한 날 멀리 유독 크게 그려진 두 사람이 손을 들어 환호하는 장면, 바닷가를 배경으로 사람들이 바위에 올라 화목하고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는 풍경, <가족과 함께>에서는 가족이 모여앉아 생일을 축하하거나 두 연인이 나무 밑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서 우리는 그가 진정으로 그림 속에서 말하고 싶어하는 하나님의 은총과 신앙심을 해독 할 수 있다.

물론 이외에도 그는 종종 기독교적 성격을 보여주는 작품들이 눈에 뛴다. ‘오순절’ ‘약속된 땅’ ‘예배’ 등과 같은 종교적인 색채가 보이는 작업들도 있다.

이 부분에선 작가자신이 고백하길 “경전은 행간의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라며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는 게 내겐 그림”이라고 했고, “그림이란 내게 삶에서 소중한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며 “예술의 본질도 자그마한 씨앗이 큰 나무가 되는 것처럼 삶에 대해 경외심과 신비감을 깨닫는 것”이라는 사실에서 작가는 “순결하고 흠 없는 물의 표현을 통해 그리스도와의 만남” 즉 인간의 죄를 대속하신 그리스도의 끝없는 사랑을 전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궁극적으로 마르크 샤갈이 고백 했던 것처럼 “우리 인생에서 삶과 예술에 의미를 주는 단 한 가지 색은 바로 사랑의 색깔이다”처럼 여겨진다. 아니면 르네상스의 천재화가 미켈란젤로가 “예술의 진정한 작품은 하나님의 완전한 그림자에 불과 하다.”고 정의한 것처럼 이오성 작품도 하나님의 사랑, 그 완전한 그림자의 아름다운 진실과 정신 안에 거하는 것임은 틀림없다. 그녀의 그림이 아름답고 소박함에도 그 진실성이 가슴에 확 느껴지는 진정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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