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데이지호, 2년의 기다림④] 예상치 못한, 예견된 사고
[스텔라데이지호, 2년의 기다림④] 예상치 못한, 예견된 사고
  • 김태규 기자
  • 승인 2019.04.02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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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1일은 스텔라데이지호가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지 2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2년이 다 되도록 침몰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실종자들의 행방 역시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2년간 실종자 가족들의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 활동을 돌아보고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 폴라리스 쉬핑과 정부의 대응을 되짚어봤다. 기사는 이야기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실종자 가족 인터뷰와 선사, 정부 부처 취재를 통해 쓰여졌다.
4편에서는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이후 선사의 대응을 정리했다.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하던 2017년 3월 31일 오후 11시 20분, 선사는 스텔라데이지호로부터 카카오톡으로 배가 기울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긴급 상황입니다. 본선 2번 포트 물이 샙니다. 포트쪽으로 긴급하게 기울고 있습니다.(2017년 3월 31일 오후 11시 20분)

-무슨 상황인지요?(2017년 3월 31일 오후 11시 21분) 인마셋(INMARSAT. 인공위성을 이용한 통신 서비스)으로 전화하십시오. 선장님 지금 인마셋 통화 안되는데 연락 부탁드립니다.(2017년 3월 31일 오후 11시 23분)

폴라리스 쉬핑은 배가 침몰하기 전 사고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사는 사고 후 12시간이 지난 4월 1일 오전 11시경에야 정부에 이를 신고했다. 때문에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러나 폴라리스 쉬핑은 “국제적인 매뉴얼에 따라 신속히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국제 구난 체계는 기국(마샬제도) - MRCC(해난구조센터) - 선사 중심으로 편성돼 있으며,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의 경우 기국 및 우루과이 MRCC 주관으로 구난 시스템이 공식 가동됐다는 것이다.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제2의 세월호

“세월호 가족들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를 ‘제2의 세월호’ 참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단지 바다에서 배가 침몰해 일어난 사고이기 때문은 아니다. 세월호참사와 스텔라데이지호가 판박이라고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배의 상태와 운항이 모두 비정상적이었다. 세월호는 더 많은 화물을 싣고 돈을 벌기 위해서 무리한 운항을 한 것이 속속 드러났다. 스텔라데이지호 역시 선박을 개조해서 수많은 문제가 있음에도 모두 무시하고 그 먼 바다까지 운항을 감행했다. 또한 배가 침몰한 이후 즉각적인 생존자 또는 실종자 구조를 위한 조치가 전혀 없었다. 세월호참사 때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는 무려 만 사흘이나 지난 이후에 이루어졌다. 스텔라데이지호 역시 정부의 조치로 수색이 이뤄진 것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그 이후에 일어난 상황도 세월호와 스텔라데이지호는 똑같다. 실종자들을 구조하거나 찾기 위한 정부와 선사 차원의 선제적인, 최선의 노력이 전혀 없었다.” - 2017년 8월 9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 대책위원회·시민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유경근 집행위원장 발언

본래 1993년 유조선으로 건조된 스텔라데이지호는 광탄선으로 개조된 2009년 당시 이미 선령 17년의 노후선이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은 1984년 이후 인도된 단일 선체 유조선을 2010년 모두 퇴출하도록 했다. 이에 따르면 스텔라데이지호도 당연히 폐선 대상이었다. 그러나 폴라리스 쉬핑이 2009년 폐선 위기에 놓인 스텔라데이지호를 수입해 광탄선으로 개조하면서 폐선을 면하게 됐다.

그러나 폐선 상태에 이른 노후선을 아무리 개조한다고 해도 신조선(새로 만든 배)과 같은 성능을 낼 수는 없다. 당연히 위험을 안고 운항할 수밖에 없다. 언제 사고가 난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 ‘떠다니는 관(棺)’이었다. 폴라리스 쉬핑은 스텔라데이지호와 같은 배를 18척이나 운항하고 있었다.

스텔라데이지호 승선원들은 “24시간 근무하고 48시간 수리한다”고 할 정도로 배를 수리하느라 힘들다며 가족들에게 호소했다.

-땀을 2리터는 흘린 듯. 빵꾸나서 물 새는데 수리해야 해서 계속 물 빼는 중. 배가 오래돼서 여기저기 문제가 많음. 기관장님은 이제 두 손 두 발 다 든 듯. 너무 문제가 많아 사람 지침. 얼른 다 새 배로 바꿔야 하는데…….

-에어컨이 고장나서 28시간 다이렉트 작업했어… 이제 끝났어. 졸려 죽겠다. 결국 못 고쳐서 너무 더워. 그래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매일 뜯고 고치고 하니까.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실종자 박성백 1항사가 가족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위)과 문원준 3기사가 지인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이들 모두 선체 노후로 인한 고장이 잦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문원준 3기사 아버지 문승용씨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실종자 박성백 1항사가 가족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위)과 문원준 3기사가 지인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 이들 모두 선체 노후로 인한 고장이 잦다고 호소하고 있다.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문원준 3기사 아버지 문승용씨>

이렇게 수시로 고장이 나는 배를 어떻게 운항할 수 있었을까. 스텔라데이지호의 안전점검을 한 기관은 한국선급이다. 한국선급은 2014년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의 안전 검사를 한 기관이다. 한국선급은 세월호가 안전하다며 운항을 허가했으나, 세월호참사 이후 부실검사라는 것이 밝혀졌다.

한국선급은 폐선 연령에 이른 노후선이라 고장이 잦은 스텔라데이지호가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운항을 허가했다. 폴라리스 쉬핑은 스텔라데이지호 외에도 수 척의 배에 대해 한국선급에서 운항이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아 운항했다. 그러나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이후 돌연 스텔라유니콘호와 스텔라코스모호를 폐선한다.

자유한국당 이만희 의원은 2017년 10월 해수부 국정감사에서 김완중 회장에게 운항 적합 판정을 받은 두 척의 배를 갑자기 폐선한 이유를 물었으나 김 회장은 이에 대해 답변을 하지 못했다.

2017년 10월 1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해수부 국정감사

이만희 위원 - 스텔라데이지호와 유사한 배, 그러니까 국제해사기구(IMO)에서 단일선체 유조선 퇴출 권고에 따라 가지고 그 유사한 배들을 매입해서 화물선으로 개조한 것이 폴라리스 선사에 총 몇 척이나 있습니까? 18척 맞습니까?
김완중 회장 - 저희가 직접 개조한 배는 7척이고요, 저희 화주인 발레(vale)사에서 매입한 배가 10척이고요, 그리고 인도 선사가 개조한 배를 구입한 배가 1척……
이만희 위원 - 그러면 18척 맞지 않습니까? 제가 설명을 요구합니까? 스텔라유니콘호와 솔라엠버호 사진 보시면, 이것이 침몰한 스텔라데이지호와 유사한 배들입니다. 모두 저기에 승선하고 있는 선원들이 불안을 못 이겨서 운항 중인 배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저렇게 물이 새고 있어요. 더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사고 이후에 해양수산부 주관으로 한국선급에서 한국에 있는 모든 저와 같은 유사한 화물선에 대한 안전검사를 했는데 모두가 다 합격이 나왔습니다. 장관님, 맞지요?
김영춘 해수부장관 - 예, 그렇습니다.
이만희 위원 - 그런데 조사과정에서 스텔라유니콘, 스텔라코스모 폐선하셨지요?
김완중 회장 - 그렇습니다.
이만희 위원 - 한국선급에서 운항에 적합하고 안전하다 그렇게 확인하고 운항해도 좋다고 한 선박에 대해서 갑작스럽게 폐선한 이유가 뭡니까?
김완중 회장 - ……
이만희 위원 - 스텔라유니콘호는 5월 31일 날, 스텔라코스모호는 7월 6일 날 각각 폐선했습니다. 그런데 폐선 내용 자체도, 폐선 결정 자체도 해수부에서는 모르고 있었습니다. 본 의원실에서 점검을 했을 때 이 내용을 비로소 알게 된 겁니다. 장관님, 6월 30일 실종자 가족들 만나서 민관 합동 특별 점검반을 만들고 스텔라데이지호와 같은 조선소에서 개조한 화물선 그리고 언론에서 여러 가지 균열이 있다고 보도된 배들에 대해서는 긴급 점검을 하시겠다 약속하셨습니다. 맞지요?
김영춘 해수부장관 - 예.
이만희 위원 - 장관께서 약속한 선박은 모두 6척인데 실제로 점검한 대상은 4척이었고 그중에서 같이 있는 것은 스텔라퀸호 1척밖에 없습니다. 보고받으셨습니까?
김영춘 해수부장관 - 예, 제가 보고받은 것은 일단 정밀 점검을 하기 위해서는 조선소나 수리조선소의 도크에 올라와 있어야 가능한데 그런 조건에 해당되는 배가 저희들이 조사한 저 배들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배들은 아주 먼 바다에 있거나 그런 조건에 있지 않아서 검사를 못 했습니다.
이만희 위원 - 알겠습니다. 그렇지만 장관님께서 약속하신 사항하고 실제로 이루어진 부분하고는 너무나 차이가 나고 그 부분에 대해서 장관님의 약속을 믿은 실종자 가족들이 실망하고 많은 의혹을 가지는 것도 사실이라는 것을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지난 2017년 10월 13일 해양수산부 국정감사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회의실 모습.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지난 2017년 10월 13일 해양수산부 국정감사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회의실 모습.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돈을 위한 변명

가족들은 사고가 난 지 16시간여 만에야 폴라리스 쉬핑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실종자 가족들은 폴라리스 쉬핑에 수색구조에 힘써달라고 요구했으나 폴라리스 쉬핑은 ‘영업에 타격이 있다’, ‘계약이행에 차질이 생긴다’는 등의 이유로 거부했다. 생명을 구하는 것보다 금전적 이익을 추구한 것이다.

4월 1일 스텔라데이지호의 구명벌 2척 중 1척이 발견돼 필리핀 선원 2명이 구조됐다. 이후 같은 달 9일, 미 해군 초계기가 ‘노란 오렌지색(yellow orange color)의 구명벌(life raft)을 발견했다’고 당시 수색을 지휘하던 우루과이 국방부에 알렸다. 우루과이 국방부는 한국 해경에 이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고, 정부도 가족들에게 이를 알렸다. 정부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선박을 보냈으나 배가 구명벌 발견 해역에 도착했을 땐 이미 어두워져 구명벌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튿날인 10일, 외교부는 브리핑에서 추적에 실패했다고 가족들에게 알렸다. 우루과이 대사관은 해당 물체가 기름띠 흔적일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정부는 11일 오전 사진을 입수해 가족들에게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같은 날 부산MBC에서 ‘초계기가 발견한 구명벌 추정물체가 기름띠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외교부조차 구명벌인지 기름띠인지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름띠로 확인된 것처럼 보도된 것이다. 많은 언론사들이 부산MBC의 보도를 받아 구명벌 추정물체가 기름띠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외교부는 이 같은 언론보도가 이어진 후인 11일 “외교부가 확인하지도 않은 사실이 왜 언론보도에 나갔느냐”며 선사 측에 항의했다. 그러나 14일 아무런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입장을 바꿔 “구명벌 추정 물체는 기름띠가 맞다”고 했다. 외교부가 확인하지 않은 사항이 보도된 이유는 선사 측이 언론사에 이를 전했기 때문이다.

2017년 10월 1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해양수산부 국정감사

이만희 위원 - 4월 9일 날 사고 해역을 수색하고 있던 미(美) 해군 초계기가 저 좌표에서 구명벌을 발견했다 이렇게 한국 해경에 통보합니다. 알고 계시지요?
김완중 회장 - 예.
이만희 위원 - 그 다음 장 한번 보시지요. 이것은 사고 해역을 수색하고 있는 마리아호에서 그 해역 수색 리드를 맡고 있던 스텔라코스모에 보낸 내용입니다. 똑같이 옐로우 오렌지 색깔의 구명벌이 이 좌표에 위치했다, 확인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알고 계시지요?
김완중 회장 - 예.
이만희 위원 - 그런데 이 내용이 언론에서 그대로 보도가 되다가 4월 10일 날 이것이 기름띠로 전환됩니다. 알고 계시지요?
김완중 회장 - 저는 언론을 통해서 듣고 있습니다.
이만희 위원 - 언론이 구명벌을 기름띠로 바꿔서 보도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한 역할이 없습니까?
김완중 회장 - 예, 없습니다.
이만희 위원 - 지금 증인석에서 하시는 증언은 굉장히 의미가 있습니다. 말씀하셨듯이 허위의 증언을 하게 되면 위증의 벌을 받게 됩니다. 구명벌에 대한 보고를 언론보도 내용에서 기름띠로 보도를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회사가 한 역할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회사에서 그 구명벌이 기름띠로 확인됐다고 보도자료를 내거나 사실을 확인해 준 사실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김완중 회장 -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이만희 위원 - 알겠습니다. 적어도 제가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는 보도를 한 기자들에게 회사에서 기름띠로 분석이 됐다는 내용을 알려 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가족들이 이를 최초 보도한 부산MBC 기자와 접촉해 확인한 결과, 기자는 “폴라리스 쉬핑의 대리와 통화해 서울 본사 사고대책본부의 공식발표임을 확인하고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사고원인에 대한 선사의 말도 너무나 쉽게 뒤집혔다. 선사 김완중 회장은 사고 직후 가족들에게 “스텔라데이지호 같이 큰 배는 날씨가 조금 안 좋다고 해서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며 악천후로 인한 사고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국정감사에서는 이를 뒤집어 ‘황천(비바람이 심한 날씨)’으로 인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2017년 10월 3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해수부 국정감사

김완중 회장 - 저도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안타깝고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마는 여러 존경하는 위원님들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당시의 날씨가 잔잔하고 조용한 파도가 아니었고요. 저희가 보우퍼트 스케일(Beaufort scale. 풍력계급을 나타내는 수치)이라고 하는 용어를 쓰는데 보우퍼트 스케일이 7에 해당되는 황천항해와 같은 항해를 출항 이후 계속했습니다.

이후 폴라리스 쉬핑은 “아직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으며 관련 기관에서 선령, 개조, 관리 및 운영, 운항과실 여부, 기타 날씨 등 외력에 의한 영향 등 제반 요소에 관한 광범위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라며 한 발 물러섰다.

가족들은 실종자들을 돈벌이에 사용하는 부품 정도로만 여긴 선사가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하자 보험금을 타기 위해 침몰 원인을 날씨 탓으로 돌렸다고 주장했다. 침몰 원인이 관리부실, 과적 등의 선사 책임으로 밝혀질 경우 보험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2017년 10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폴라리스 쉬핑 김완중 회장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에 대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7년 10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해양수산부 국정감사에서 폴라리스 쉬핑 김완중 회장이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에 대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합의와 투쟁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다음날인 4월 1일, 스텔라데이지호에 탑승했던 필리핀 선원 2명이 사고해역 인근을 지나던 그리스 선박 엘피다호에 의해 구조된다. 이들은 구조된 직후 엘피다호에서 촬영된 영상에서 “배가 두 동강이 났다”고 증언했다.

구조선원1 - 그냥 가라앉기만 했다면 좋았을텐데.
구조선원2 - 갑자기 그랬죠.
구조선원1 - 배 중간에서 마치 분수처럼 물이 솟구치는 것을 봤어요.
구조선원2 - 배에 금이 갔었어요. 배가 쪼개졌죠. 배 밑 부분이 V자가 됐어요. 지진이 난 것 같았어요.
구조선원2 - 배가 오래됐고, 칸막이도 적절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매우 두려웠죠. 저는 배가 새것처럼 보여도 무섭다고 얘기했었고요. 그래서 선장이 항상 불을 켜뒀어요.

구조선원1 - 1등 항해사는 스텔라데이지호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었죠. 우리 배 상태가 정말 나쁘다고 했어요. 배가 기울어져 있었기 때문에 우리도 배 상태가 나쁘다는 것을 알았어요. (입으로 ‘끼이익’ 소리를 내며) 항해 중에 이상한 소리도 들었어요.

폴라리스 쉬핑 한희승 회장은 필리핀 선원 2명이 그리스 선박 엘피다호에 의해 구조되자 그들을 만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4월 14일, 한 회장은 이들에게 1인당 5600만원씩 주고 합의했다. 이후 구조된 필리핀 선원들의 진술서에서는 배가 두 동강이 났다는 내용은 빠진 채 ‘좌현 쪽으로 기울었다’는 내용만 담겨있었다. 이들은 합의 이후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와 관련한 어떤 증언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선사 측은 “구조된 선원들을 사주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마샬제도, 한국 해심원, 해수부·외교부 등이 조사를 마친 후 마지막으로 한 회장이 위로 차원으로 간략히 면담했다는 것이다. 폴라리스 쉬핑 측은 한 회장의 면담 내용과 관련해 “살아 돌아와서 고맙다. 불편한 사항은 없는지”,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누구에게나 숨김없이 진솔하게 얘기하라”는 내용이었으며, 가족들의 요청에 따라 “사고 직전 마지막으로 한 식사는 무엇인가”를 묻는 정도였다고 밝혔다.

선사는 사고 직후 한국인 실종자 가족들에게 사망보험금을 제시하면서 합의를 종용했다. 김완중 회장은 “회사가 망하면 보험금을 지급하기 어렵다”며 가족들을 압박했다.

일부 가족들은 사고 이후 한 달이 지나자 선사와 합의를 했다. 선원법상 사고 후 한 달이 지나야 합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의를 한 가족들은 저마다 합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종된 가족들의 행방을 찾고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 이유를 밝혀낼 때까지 합의할 수 없다며 끝까지 싸우고 있는 가족들이 있다.

가족들은 투쟁·집회·시위와는 거리가 먼, 평범한 시민이었다. 그러나 스텔라데이지호의 침몰로 가족들의 일상은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선사는 언론을 이용해 구명벌의 행방을 밝히는 일을 방해했고, 정부 역시 이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고 덮어버렸다.

스텔라데이지호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스텔라데이지호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해피아 척결의 시작

지난 2월 8일, 부산지방검찰청 해양·환경범죄전담부와 부산해양경찰서는 폴라리스 쉬핑 김완중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고 김모 전 해사본부장을 구속기소했다. 이들은 2016년 5월경 스텔라데이지호의 평형수 3번 탱크 횡격벽 변형 등의 결함을 알고도 이를 해수부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결함을 신고할 경우 시정될 때까지 출항정지 등의 조치가 내려질 것을 우려해 신고를 하지 않고 자체 수리를 진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도 이들은 스텔라데이지호를 비롯한 개조선박 19척에 철광석을 균일하게 싣는 균일적재 조건으로 선박 복원성 승인을 받고서도 화물창을 하나씩 건너 적재하는 격창적재 방식으로 운항해 선박 복원성을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폴라리스 쉬핑 영업본부장, 전용선실장, 공무감독 등도 이들과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 검찰과 해경은 2016년 8월 12일 스텔라데이지호 연차검사 당시 화물창 1, 3, 5번은 덮개가 닫혀 있고 2, 4번은 화물 하역 중인 상태에서 실제 검사를 하지 않고도 1~5번 화물창 모두 정상이라고 검사결과보고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한국선급 검사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아울러 선체 두께 계측업체 태양울트라테크 이모 대표, 석모 이사, A 과장 등도 한국선급에 자격인증과 교육훈련기록 등을 허위로 제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폴라리스 쉬핑에 선박 전기수리업체 선정 청탁 명목으로 김 전 본부장에게 6회에 걸쳐 600만원을 건넨 혐의로 모 선박 전기수리업체를 불구속 기소했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은 예견된 사고야. 해운업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대부분 보험을 믿고 노후선을 구입해 운항한다고 하더라고. 보험 믿고 하는 거지 제대로 수리를 하려면 남는 게 없다는 거야. 배를 운항하다 운 좋게 사고 안 나면 나중에 고철 값이라도 받고 팔거나, 사고가 나도 보험금을 챙길 수 있으니 하는 거라고.”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실종자 문원준 3기사의 아버지 문승용씨는 이들을 ‘해피아’라고 일컬었다. 한국 해운업계에 만연한 해피아가 돈벌이에 급급해 가장 중요한 안전을 뒷전으로 미뤘다며 비판한 것이다.

“해운업계의 입지전적 기업이라는 폴라리스 쉬핑부터도 그런 짓거리를 해왔으니 규모가 작은 업체들도 따라하지 않겠느냐고. 관례라면서 답습하는 거지. 스텔라데이지호 사고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돼. 관례라는 이유로 반복되는 이런 해피아들을 끊어내야 해.”

가족들은 검경의 기소로 ‘해피아’ 척결이 시작될 수 있을지 눈에 불을 켜고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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