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 전당대회 앞두고 일고 있는 우경화 논란
당권주자들도 탄핵부정·박근혜 사면에 목소리
합동연설회 장악한 태극기 부대, 영향력 여전
당심과 다른 민심에 내년 총선에 미칠 여파는

지난 2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제주 합동연설회에 지지자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1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부산·울산·경남·제주 합동연설회에 지지자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우경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는 27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대표와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우경화 발언을 쏟아 내고 있으며, 전당대회 직전 대거 유입된 태극기 부대는 합동연설회장을 장악하며 후보들의 우경화 발언을 끌어내고 있다.

또한 이번 전당대회에서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 등 당권주자 3인방 역시 이런 우경화되는 전당대회에 발 맞춰 탄핵부정, 대선불복 등 박근혜 전 대통령과 관련된 발언을 잇달아 꺼내면서 이번 전당대회와 관련해 당 밖의 비판은 물론, 당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경화 치닫는 전당대회

이번 전당대회에서 청년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김준교 후보는 1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문 대통령을 겨냥해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인가. 절대로 저자를 우리 지도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발언하며 막말논란으로 전당대회 우경화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앞서 14일 충청·호남 합동연설회에서도 “주사파 문재인 정권을 탄핵시키지 못하면 자유대한민국은 멸망하고 적화통일돼 김정일의 노예가 될 것”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전당대회에 앞서 대거 당원으로 유입된 태극기 부대는 각 지역 합동연설회장을 장악하며 위세를 떨치고 있다. 이들은 권역별 합동연설회마다 김진태 의원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타 후보들이나 당 지도부에 대해서는 욕설과 야유를 퍼붓는 등 통제에서 벗어난 세 과시에 나섰다.

18일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 말문을 열자마자, 태극기 부대는 ‘XX놈아’, ‘빨갱이’ 등 욕설과 비방을 쏟아냈다. 이에 김 위원장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해당 사태가 논란이 되자, 태극기 부대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진태 의원은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대구 합동연설회장에서 야유 등 다소 불미스런 일이 생긴 데 대해 마음이 불편하다”며 “저를 지지하시는 분들은 이번 전당대회가 당의 화합과 미래를 위해 치러진다는 점을 유념해 주시기 바란다. 앞으로는 보다 품격있는 응원 부탁드린다”고 진화에 나섰다.

왼쪽부터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 ⓒ뉴시스
왼쪽부터 황교안 전 국무총리,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진태 의원 ⓒ뉴시스

당권주자들에도 번지는 우경화

이 같은 우경화의 모습은 당권주자들에게서도 나타났다. 전당대회가 우경화되는 모습을 보이자 지지를 얻기 위해 탄핵 정당성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배박 논란에 휩싸인 황교안 전 총리는 20일 TV토론회에서 해당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탄핵 부정을 언급했다. 황 전 총리는 “탄핵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존중해야 된다”면서도 “다만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21일 TV토론회에서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의 불씨가 된 최순실씨의 태블릿 PC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또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과 관련해서도 “법률적으로 아직 대법원 판결 절차에도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사면론을 합법적으로 거론하는 것은 좀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국민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지금부터 논의를 시작해도 나쁠 것까지는 없을 것 같다”고 친박 선명성을 드러내고 있다.

태극기 부대의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김진태 의원은 탄핵 부정과 사면 문제를 통해 선명성 경쟁에서의 우위를 강조하고 있다. 김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해 “사면은 법정요건은 아니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연장선상에서 이뤄지기 쉽다”며 “사면보다 무죄 석방이 먼저”라고 한발 더 나아갔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황 전 총리의 입장 변화를 지속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이 같은 친박 선명성 경쟁 속에서 비박계 주자인 오세훈 전 시장은 탄핵부정당이 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 심판론이 제기될 것이라며 견제에 나서고 있지만, 전당대회 전반에 흐르고 있는 우경화 분위기를 뒤집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들끓는 당 내외 비판여론

이처럼 우경화 모습을 보이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 대해 여야 4당은 맹비난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1일 40·50 특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하는 것을 보셨나”라며 “거기에서 말하는 내용이나 하는 행위들을 보면 그분들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장래를 맡길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도 같은 날 의원총회에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극우 극단주의의 굿판이 되고 있는 느낌”이라며 “탄핵 반대세력인 태극기 부대가 지역 연설에 결집해 자당의 대표에게 욕설과 야유를 보내는 장면을 봤고 온 국민이 경악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제1야당인 한국당의 지도부들과 새로운 지도부가 될 후보들은 이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우경화를 부채질하고 있다”며 “당장의 정치적 이익에 눈이 멀어 우리 정치의 시계를 극단주의, 반민주의 시대로 되돌리고 있는 형편”이라고 날을 세웠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 역시 “극우 목소리가 자유한국당의 스피커를 차지했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당대회에 대한 이 같은 지적은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잇따랐다.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의원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질서를 지키지 않는 과격한 사람들이 결국 일을 그르치게 된다”며 “당이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도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김준교 후보의 막말 논란에 대해 “당에 해로운 정도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민주주의 질서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이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황영철 의원 역시 당의 우경화에 대해 “많이 우려하고 있고 (당내 우려도) 당연히 있다”고 언급했다. 장제원 의원도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의 모습은 한발짝도 미래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당의 참담한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보수의 중심인 자유한국당의 ‘급진 우경화’는 보수의 몰락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당내에서는 이번 전당대회 이후 당내 계파갈등이 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이후 21일 열린 부산·울산·경남·제주 합동연설회는 이런 비판여론을 의식한 당 지도부가 적극적인 분위기 단속에 나서며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점차 막판으로 향하고 있는 전당대회에서 당내 우경화 분위기가 진정될 수 있을지 역시 미지수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복도에 게시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 포스터 ⓒ뉴시스
서울 여의도 국회 복도에 게시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 포스터 ⓒ뉴시스

태극기 부대 놓고 나뉜 민심과 당심

우경화로 치달은 전당대회의 원인으로 꼽히는 태극기 부대를 두고 자유한국당이 취해야 할 스탠스와 관련해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민심과 당심이 분리된 모습이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지난 20일 tbs의 의뢰로 실시한 ‘태극기 부대에 취해야 할 자유한국당의 입장’에 대해 조사한 결과, ‘단절해야 한다’는 응답이 57.9%로 나타났다. 반면 ‘포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26.1%에 불과했다고 21일 밝혔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 

자유한국당의 확장 타깃인 중도층에서도 65.8%가 단절해야 한다고 답했고, 포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18.7%에 그쳤다. 무당층 역시 단절 45.2%, 포용 16.7%로 나타났다. 보수대통합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바른미래당 지지층도 단절 68.7%, 포용 9.5%로 집계됐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지지층(단절 13.5%, 포용 64.8%)과 보수층(단절 32.%, 포용 52.7%)에서는 태극기 부대를 포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았다.

세부 지역별 결과에서도 이 같은 민심과 당심의 차이는 이어졌다. 광주·전라(82.4%, 6.1%), 경기·인천(60.2%, 26.0%), 대전·세종·충청(59.3%, 20.0%), 부산·경남·울산(57.7%, 22.6%), 서울(51.2%, 30.8%)에서는 단절 여론이 우세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의 핵심 지지지역인 대구·경북(단절 36.9%, 포용 43.8%)에서는 포용 여론이 앞섰다.

이처럼 태극기 부대에 대한 당심과 민심이 차이를 보이면서 이번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차기 당 대표가 차기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의 확장성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이번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는 대의원과 책임당원, 일반당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 투표가 70%,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30%로 치러진다. 때문에 당권을 잡기 위해서는 당심을 잡아야 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여론조사결과에 따르면 태극기 부대에 대한 민심과 당심은 상반돼 있다. 때문에 전당대회에서 당심을 잡은 대표가 총지휘할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민심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우경화가 미칠 영향

이번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둘러싼 우경화 논란의 이유에 대해 시대정신연구소 엄경영 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유한국당 선거인단이 탄핵을 거치면서 많이 줄어들면서 남은 책임당원이나 대의원들은 강경보수 중심으로 남아있다”며 “최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과 탄핵재해석론이 등장하면서 친박메시지를 던지는 사람한테 지지가 몰리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이 조정기에 들어가면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라며 “자유한국당 핵심 지지층은 탄핵이나 최근에 일련의 적폐청산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여전히 갖고 있고 그것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여기에서 김진태 의원이 강하게 치고 나오면서 그동안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던 황 전 총리의 지지율이 좀 정체되는 등 ‘선명 친박 메시지’ 경쟁이 붙은 게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엄 소장은 또 이번 전당대회 결과 탄생할 지도부가 이끌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영남권을 제외한 중원에서는 밀려 지역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의 운명을 좌우할 변수로 △새 지도부의 리더십과 정치역량 △국정농단의 공범 또는 방조세력으로 찍힌 친박에 대한 국민의 수용 여부 △보수발 정계개편의 향방을 꼽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연거푸 선거에서 패배한 뒤 재정비에 나선 자유한국당. 그러나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가 우경화 모습을 보이며 내년 총선 등 향후 자유한국당의 앞날에 빨간불이 들어오고 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