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하의 달고나 세상] 지우펀! 지옥펀? 그래도 좋았다①
[최민하의 달고나 세상] 지우펀! 지옥펀? 그래도 좋았다①
  • 최민하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2.2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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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민하 칼럼니스트▷소설가·여행작가·영어강사▷2018 투데이 신문 소설부문 카와라우 당선▷저서 못 말리는 일곱살 유럽배낭여행 가다
▲ 최민하 칼럼니스트
▷소설가·여행작가·영어강사
▷2018 투데이 신문 소설부문 <카와라우> 당선
▷저서 <못 말리는 일곱살 유럽배낭여행 가다>

【투데이신문 최민하 칼럼니스트】 지우펀에 도착해서 수취루로 향하는 골목길을 사람들의 발걸음에 이끌려 걸어가고 있을 때였다. 사람들로 꽉 찬 골목길을 바라보며 답답함이 올라왔지만 앞사람의 발걸음을 뒤쫓지 않고는 움직일 공간이 없었다. 평상시에도 관광객들로 붐빈다는 지우펀은 대만의 가장 큰 명절인 춘절기간에 연휴를 보내려는 대만 사람들까지 가세한 차였다. 지우펀이 지옥펀이 되지 않을까 불안했던 예상이 적중했다. 불편함이 지우펀 골목길 초입부터 사람들에 치이면서 시작되었다.

 그 때 어디선가 한국말이 들렸다.

 “이 쪽으로 쭉 걸어가야 그 곳이 나오는 거야?”

 “아니야, 더 내려가지 말고 왼쪽으로 꺾어.” 내 뒤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한국말 사이에는 출근길 만원버스처럼 사람들이 빼곡히 있었다.

 “응, 거기. 거기!”

 거기가 어디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곳이 내가 매료되었던 사진의 장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 예감이었다.

그 순간 마치 출근길 만원버스에서 사람들에 떠밀려 조금씩 이동하다 도착지 안내방송을 들은 듯한 낯선 해방감에 싸였다. 일면식도 없는 여행객들의 목소리를 따라 무리에서 빠져나와 왼쪽으로 꺾었다. 지우펀이 지옥펀이 되어가고 있는 시점에 그 목소리는 마치 목적지를 안내하는 최신형 내비게이션 같았다. 목소리 주인공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한국말이 사라진 그 자리에, 난간에 기대어 사진 찍는 사람들이 몇 겹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손을 번쩍 들어 올린 스마트폰이 겹겹이 허공을 채웠다. 그 공간 너머에 나를 매료시켰던 사진 한 장이 정확한 각도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최민하
ⓒ최민하

나를 매료시킨 사진은 <아메이 찻집> 전경이 보이는 곳이다. 아메이 찻집은 태평양이 내려다 보이는 계단으로 이루어진 작은 골목 수치루에 위치해 있다. 사진을 검색해 보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장소였고, 오래된 영화인 <비정서시>의 촬영지였다. 지우펀은 진과스에서 일하던 광부들이 하루의 노고를 푸는 유흥 지역이었는데, 1989년 지우펀을 배경으로 만든 <비정성시>가 베니스 영화제 그랑프리를 획득하며 관광지로 변신했다. <비정성시>의 여주인공 이름은 아메이. 찻집 이름도 아메이.  

영화 <비정서시>의 영어제목은 <슬픔의 도시>.

홍등처럼 몽환적 느낌이 마을 전체를 둘러싼 지우펀과 꽤나 어울리는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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