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퍼컴퍼니 ‘말리바’, 소유주는 오너일가
중간유통사 두고 ‘통행세’ 부당이득 의혹
사측 “고액단가 책정 등 부정거래 없어”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반도체 부품 업체 KEC그룹 곽정소 회장 일가가 해외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있다는 의혹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동안 베일에 쌓여 의혹만 제기됐던 페이퍼컴퍼니의 소유주가 곽 회장 일가 소유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KEC그룹 측은 이미 국세청 조사 등을 통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난 내용이라며 제기된 의혹을 부인했다.

베일 벗은 오너일가 페이퍼컴퍼니 ‘말리바’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조합원과 함께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EC그룹 오너 일가 사금고 의혹을 받고 있는 페이퍼컴퍼니인 홍콩법인 ‘말리바’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번에 추 의원과 노조 측이 입수해 공개한 홍콩 조세당국에 등록된 말리바의 2017년 법인등록서류에 따르면 말리바는 곽 회장의 부인인 오시로 사치코씨가 50%, 아들인 곽정우씨가 25%, 곽 회장 친인척으로 추정되는 오시로 사오리씨가 25% 지분을 소유하고 있었다. 곽 회장 일가의 회사인 것이다.

추 의원은 “비상장법인이라 재무제표가 공개돼 있진 않지만 홍콩 신용정보회사의 평가 결과 마리바의 연매출은 450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직원 1명 밖에 등록되지 않은 페이퍼컴퍼니가 KEC의 거래회사인 TSD, TSP, TS-JAPAN을 통해 어마어마한 실적을 올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KEC가 고액 단가를 책정해 지분관계도 없는 부품 공급회사와 유통회사에 실적을 몰아주고, 굳이 중간유통회사를 끼워넣어 이른바 통행세까지 지불했던 것은 그 정점에 있는 말리바를 통해 자금을 빼돌리기 위한 것”이라며 “국세청과 검찰이 엄중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KEC와 말리바는 지분소유구조나 거래관계, 채무관계에서 외관상으로는 아무 관련이 없지만 KEC에 부품을 공급하는 회사를 지배, 중간 통행세를 취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게 추 의원과 노조의 설명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말리바는 KEC에 원재료를 공급하는 TS-JAPAN(티에스저팬)이라는 회사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TS-JAPAN의 대표이사는 KEC그룹 곽정소 회장의 일본인 부인 오시로 사치코씨다. 또 말리부는 티에스저팬과 KEC 사이의 중간유통회사인 TSD(티에스디)의 지분 100%와 또 다른 부품 공급사인 TSP(티에스피)의 지분 62%를 소유하고 있다.

TSD는 곽 회장의 부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TS-JAPAN을 통해 원재료를 매입해 그 중 일부를 KEC와 TSP에 판매하고, 다시 회사가 생산한 제품을 매입해 외부에 판매하는 도소매 업체다. TSD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자홀딩스와 KEC 등 KEC그룹 계열사의 특수관계자로 명시돼 있다.

TS-JAPAN이 있는데도 굳이 그룹 내 공급과 판매를 맡는 회사를 따로 둘 필요가 없고 종속회사를 한국전자홀딩스가 아닌 말리바로 둘 필요가 없다는게 노조의 시각이다. KEC에 리드프레임을 공급하고 있는 TSP도 같은 의심을 받고 있다.

이에 노조는 지난 2012년부터 KEC그룹 오너일가가 말리바 통해 부당이득을 챙겨왔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지난 2012년 6월 금속노조 구미지부 KEC지회와 민주노총 경북본부는 KEC가 부품공급회사인 TSP와 TSD에 정상가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가격을 주고 부당이득을 챙기게 한 혐의로 KEC와 그 지주회사인 한국전자홀딩스의 곽정소 회장, TSP와 TSD를 국세청에 고발했다. 당시 국세청은 12억원을 추징금을 부과했다.

추 의원은 “TS-JAPAN과 KEC가 직접 거래를 하고 있던 중에 굳이 TSD를 설립해 중간유통과정을 뒀던 점도 이상하다”며 “의도적으로 실적을 몰아주려 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구나 아무런 지분관계도 없는 TSD와 TSP에 대한 인사명령을 곽정소 회장이 한다. KEC그룹 인사발령장에도 버젓이 명시돼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3월 8일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가 구미 반도체생산업체인 KEC 정문 앞에서 집회를 갖고 KEC의 경영위기는 거짓이며,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지난 2012년 3월 8일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가 구미 반도체생산업체인 KEC 정문 앞에서 집회를 갖고 KEC의 경영위기는 거짓이며,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KEC “국세청 조사서 문제 없다고 결론...부당 거래 없었다”

KEC그룹 측은 말리바가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일지라도 직접적인 거래관계도 없고 TSD, TSP와의 거래에서도 위법성이 없는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TSD나 TSP에 고액 단가를 책정해 이익을 몰아주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KEC그룹 관계자는 “KEC와 말리바와의 거래관계는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특수관계자 여부와 상관없이 거래가 부당하게 이뤄졌느냐가 문제의 핵심인데 어떤 거래가 문제가 있는지를 명확히 이야기 해야하는데 그런게 없다”며 “노조의 고발 등으로 KEC는 2012년과 작년에 국세청으로부터 조사를 받았지만 말리바 관계사들과 거래 가액 등이나 역외탈세 관련해서는 전혀 문제된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국세청이 부과된 추징금은 대부분 부과세 신고가 늦어진 것에 대한 것”이라며 제기된 의혹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KEC그룹 관계자는 “KEC와 말리바와의 거래관계는 전혀 없다”며 “특수관계자 여부와 상관없이 거래가 부당하게 이뤄졌느냐가 문제의 핵심인데 KEC는 2012년과 작년에 받은 국세청 조사에서 말리바 관계사들과 거래 가액 등이나 역외탈세 관련해서는 전혀 문제된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국세청 조사 이후 부과된 추징금에 대해서는 “당시 추징금 대부분은 부과세 신고가 늦어진 것에 대한 것”이라며 제기된 의혹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TSP와 TSD는 일본에서 생산된 원자재를 모아 KEC와 거래하는 중간유통사로 공시된 원자재의 시세가에 가공비를 합산한 가격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단가를 의도적으로 높여서 거래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두 회사가 KEC그룹과만 거래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래가격을 비교해 보면 금방 드러난다“며 고액 단가를 책정했다는 의혹을 거듭 반박했다.

특히 KEC그룹과 TSP와 TSD의 거래 비중도 그리 크지 않다며 이익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KEC입장에서는 거래 비중이 아주 미미한 수준이고 TSP나 TSD로서도 우리와 거래 비중이 연간 17~18% 수준으로 20%가 안된다”며 “게다가 두 회사의 경우 10년전에는 매출이 1500억원 정도 됐는데 작년에는 500~600억원 수준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익을 몰아줬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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