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6월 23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병원관계자가 병동 출입자들의 체온을 검사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5년 6월 23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병원관계자가 병동 출입자들의 체온을 검사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사망한 남성의 유족이 정부와 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이 국가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0단독 남인수 판사는 지난 21일 메르스 104번 환자였던 A씨의 유족이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A씨의 아내와 자녀 3명에게 1억280여만원을 지급하고 재단은 국가와 공동해 이 금액 중 11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A(사망당시 55)씨는 지난 2015년 5월 27일 아내와 함께 복통을 호소하는 아이를 데리고 메르스 14번 환자가 입원해 있던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이후 발열과 두통 증세 등으로 질병관리본부에 메르스 관련 신고를 한 A씨는 같은 해 6월 9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18일만인 6월 27일 숨졌다.

이에 유족들은 “국가와 병원이 메르스 사전 감염예방과 노출위험을 고지하는 등 사후 피해확대를 방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해 A씨가 사망하게 됐다”며 그해 9월 1억72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메르스 1번 환자의 접촉자에 대한 역학조사가 부실했다며 A씨의 메르스 감염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했다.

남 판사는 “1번 환자의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한 역학조사관의 최소한의 성의만 있었더라도 A씨의 감염원으로 추정되는 14번 환자도 조사될 수 있었다”며 “보건당국은 14번 환자 등이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김에 따라 메르스가 대규모 확산됐음에도 14번 환자의 접촉자 파악에서도 부실하게 역학조사를 했다”고 꼬집었다.

삼성서울병원에 대해서도 14번 환자의 확진 다음날 A씨 등의 감염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사후 피해 확산을 방지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남 판사는 메르스의 치명률이 약 40%이고 현재까지 메르스 감염예방을 위한 백신이 없으며 치료를 위한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되지 않아 감염환자에 대해 대중적 치료를 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종합해 국가의 책임을 50%로 제한해 배상금을 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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