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안 되는 태극기 부대, 현실은 12% 이상 영향
극우 이미지로 내년 총선 외연 확장에 실패할 수도

지난 18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김진태 후보 지지자들이 김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8일 오후 대구 북구 산격동 엑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김진태 후보 지지자들이 김 후보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사전투표는 이미 진행됐고, 27일 현장에서 대의원들의 투표만 남은 상태다. 현재 각종 지표에서 김진태 후보가 2위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되면서 2위 싸움이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충성도가 높은 지지층을 많이 확보한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합동연설회 등을 통해 충성도 높은 지지층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김 후보에게 다소 유리한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자유한국당 김진태 당 대표 후보의 약진이 심상치 않다.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자유한국당 지지층 710명을 대상으로 지난 20~22일까지 3일간 실시해 24일 발표한 당 대표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 황교안 후보가 60.7%로 1위에 올랐다(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7%p). 이어 김 후보가 17.3%로 2위를 차지했다. 오세훈 후보는 15.4%로 3위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70% 반영비율) 결과를 추정하기 위해 자유한국당 지지층만을 대상으로 조사했다고 리얼미터는 설명했다. 이번 집계는 지난 20~22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만3790명에 통화를 시도, 최종 710명이 답해 5.1%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그간 정치권에서는 당 대표 후보 가운데 김 후보를 최약체 후보로 파악했지만, 막상 투표함을 열어보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이번 조사 결과는 보여줬다. 김 후보가 전당대회 선거운동 기간 내내 5.18 망언 논란에 휩싸이면서 오히려 표심 결집 효과를 본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김 후보에게는 태극기 부대라는 적극적인 지지층이 있다는 점에서 돌풍을 몰고 올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8000명의 태극기 부대

자유한국당에서 파악하는 태극기 부대는 산술적으로 따지면 대략 8000명 정도다. 선거인단이 38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2%도 안 되는 비중이다. 지난 23~25일까지 실시한 사전투표율이 24.58%였다. 자유한국당 대표 경선은 책임당원·일반당원·대의원 투표(70%)와 국민 여론조사(30%)를 합친다는 점을 볼 때, 당원들의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 태극기 부대가 그동안 합동연설회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적극적인 정치적 의사표시를 해왔다는 점에서 이들은 거의 100% 투표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38만명 중 8000명이 아니라 투표에 참여한 대략 9만여명 가운데 8000명이 되는 셈이기 때문에 대략 12%의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이는 김 후보에게 상당히 유리한 국면이 되는 셈이다. 더욱이 앞서 언급한 대로 자유한국당 지지층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가 2위를 차지했다는 점은 태극기 부대 이외의 당원들이 김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이번 전당대회로 유입된 태극기 부대가 8000명이라는 것도 당에서 집계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태극기 부대가 대거 입당했다는 점을 비춰볼 때 그 숫자는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최소 1만명에서 2~3만명은 입당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김 후보가 2위를 차지할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당 대표 후보가 지난 22일 경기도 성남시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수도권·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김진태 당 대표 후보가 지난 22일 경기도 성남시 성남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제3차 전당대회 수도권·강원 합동연설회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5.18 망언 논란 징계는 과연

김진태 후보는 5.18 망언 논란의 당사자 중 1명이다. 또한 최고위원에 출마한 김순례 의원도 마찬가지다. 현재 자유한국당 윤리위원회는 5.18망언 논란과 관련한 김 후보와 김순례 의원의 징계를 전당대회 이후로 미뤄놓은 상태다. 전당대회 결과를 보고 징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김 후보가 2위를 하고, 김순례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선출된다면 당 윤리위는 더 이상 두 의원을 징계할 수 없다. 전당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킨 후보들을 단죄한다는 것은 당 윤리위로서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을 징계하지 않는다면 당 밖에서는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5.18 망언 논란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도 규탄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보수 정당인 바른미래당 역시 자유한국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을 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후보가 2위를 차지하고, 김순례 의원이 최고위원이 된다면 당 징계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그로 인한 당 밖의 비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내년 총선도 문제

이 경우 또 다른 문제는 극우 정당의 이미지가 각인되면서 바른미래당과의 보수대통합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된다는 점이다. 현재 바른미래당 내 호남 출신 정치인들은 평화당과의 통합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에 친유승민계는 자유한국당으로의 복당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김 후보가 2위를 차지하고, 김순례 의원이 최고위원이 된다면 극우 정당의 이미지가 각인되고, 이로 인해 친유승민계는 자유한국당으로서의 복당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보수대통합은 이뤄지기 힘들다. 보수대통합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내년 총선도 큰 차질이 불가피하다. 가장 우려스런 대목은 극우 정당의 이미지가 각인되면서 향후 외연확장을 못하게 된다는 점이다. 중도 유권자들이 자유한국당을 얼마나 용납할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극우 정당 이미지 각인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 후보가 돌풍을 일으킬수록 당의 고민은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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