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29일 주총서 선임 여부 결정
국민연금 사내이사 제동 가능성 주목
예년보다 늦춰진 주총, 시점두고 뒷말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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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지난해 대법원으로부터 배임혐의 등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은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이 올해 사내이사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오는 3월 29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청소년수련관 대회의실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한다고 26일 공시했다.

이번 주총에서는 박찬구 회장과 신우선 전 한국바스프 회장 등 사내이사 선임이 주요 안건으로 상정됐다.

특히 주목되는 안건은 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다.

앞서 박 회장은 지난 2016년 주총에서 3년 임기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박 회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올해 3월 17일까지이다. 따라서 이번 주총에서 주주들의 찬성을 얻어야 사내이사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매출 5조58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27%, 당기순이익 5329억원으로 131.24% 증가한 바 있다. 석유화학업계 불황 속에서 거둔 호실적으로 최고 경영자인 박 회장에게는 긍정적인 요인이다.

변수는 박 회장의 범죄 이력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 대법원으로부터 배임 혐의와 관련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박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 회장은 과거 대우건설 매입 손실과 관련해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처할 것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260만여주를 매각, 100억원대 손실을 회피한 혐의와 금호피앤비화학 측과 공모해서 납품 대금 등 명목으로 아들에게 100억여원 상당의 법인자금을 대여토록 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1심은 박 회장의 박 회장의 혐의 가운데 2010년 3월부터 2011년 1월까지 아들에게 빌려주도록 한 34억원의 배임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2심에서 1심에서 무죄로 판단했던 일부 배임 혐의까지 유죄로 인정,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 판결을 수긍하고 형을 확정했다.

이를 근거로 국민연금이 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 사내이사 재선임이 불발될 경우 박 회장의 리더십은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된다.

국민연금은 금호석화 지분 9.71%를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의 지분은 6.69%에 불과하다. 여기에 조카인 박철완 상무 10%, 아들 박준경 상무가 7.17%, 딸 박주형 상무 0.82% 등 총 오너일가 지분은 24% 수준이다.

박 회장의 확실한 우호지분도 많은 편이 아닌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경우 박 회장의 사내이사직 유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6년 주총에서도 기업가치 훼손 이력과 과도한 겸임을 문제 삼아 박 회장의 사내이사 안건을 반대한 바 있다. 더욱이 국민연금이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선언 이후 불법을 저지른 기업에 대해 주주권 행사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어 업계에서는 이번 주총에서도 박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최근 금호석유화학의 이른바 ‘짠물 배당’ 논란으로 주주들에게 인심을 잃은 것도 박 회장에게는 악재 요인이다. 금호석유화학 올해 보통주 1주당 1350원, 우선주는 140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 보통주 1000원, 우선주 1050원보다 각각 35%, 33.3% 늘어난 수준이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실적이 대폭 개선된 것에 비해서는 기대에 못 미친 배당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주총개최 시점에 대해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몇 년간 3월 16~20일 사이 주총을 열어왔다. 지난 2015년에는 같은달 20일, 2016년에는 18일, 2017년에는 17일, 2018년에는 18일에 각각 주총을 열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주총데이로 분류되는 3월 29일에 주총을 열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주주총회의 집중 개최로 주주참여가 제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상장사들에 자율적으로 주주총회를 분산 개최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올해 주주총회 집중 예상일은 다음 달 22일, 27일, 28일, 29일이다.

그럼에도 금호석화가 주주총회가 집중되는 29일을 주총 날로 결정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박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의 민감성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금호석화 측은 주총 상정과 개최일 결정은 무관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금호석화는 지난 26일 ‘주주총회집중일 개최사유신고’ 공시를 통해 “당사는 주주총회 집중 일을 피해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자 했지만, 당사의 결산 및 외부감사인의 회계감사 소요기간, 사전 계획된 대내외 일정 등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주주총회 집중일에 주주총회를 개최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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