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걱정되는 황교안號, 어디로 가나
투표함 개봉해 보니 당심-민심 완전히 달라
민심은 오세훈, 당심은 황교안…간극 좁혀야

자유한국당 황교안 신임 당 대표가 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신임 당 대표가 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신임 당 대표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당선됐다. 결국 이변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당심과 민심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자유한국당으로서는 내년 총선이 상당히 걱정되는 모습이다. 특히 보수대통합을 과연 얼마나 이뤄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당내 극우화 경향이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에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어떤 식으로 좁혀나가느냐가 황 신임 대표의 숙제다. 이 숙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내년 총선은 자유한국당에게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어대황(어차피 당 대표는 황교안)’이라는 이야기는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내내 나왔던 말이다. 결국 2.27 전당대회에서 이변은 없었다. 이날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황 신임 대표는 5만8713표를 얻어 경쟁자였던 오세훈, 김진태 후보를 제치고 승리했다. 오 후보는 4만2653표, 김 후보는 2만5924표를 얻었다. 하지만 그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황 신임 대표의 승리는 반쪽짜리 승리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황 신임 대표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5만3185표를, 오 후보는 2만1963표. 김 후보는 2만955표를 기록했다. 반면 여론조사에서 황 신임 대표는 37.7%, 환산득표수 1만5527표, 오 후보는 50.2%, 환산득표수 2만689표, 김 후보는 12.1%, 환산득표수 4969표를 각각 얻었다. 선거인단 투표 결과와 여론조사 결과가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오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50%대의 압도적인 승리를 했음에도 선거인단에서 밀려 결국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이는 당심과 민심이 상당히 괴리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 우경화 부추긴 전당대회

이런 당심과 민심의 괴리는 결국 전당대회 내내 당의 우경화를 부추겼다. 5.18 망언 논란이 지속됐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된 논란에도 불을 댕겼다. 그로 인해 민심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를 외면했다. 24%대의 저조한 사전투표율도 이런 점을 비춘다. 황 신임 대표가 당 대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친박계의 전폭적 지지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황 신임 대표는 대검 공안1과장, 서울지검 공안2부장 등을 지낸 공안 검사 출신이며,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을 지냈고 국무총리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을 역임했다. 이로 인해 친박 인사로 분류되면서 친박계는 전폭적으로 황 신임 대표를 지지했다. 당내 아무런 조직도 없었던 황 신임 대표가 입당 43일 만에 당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친박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황 신임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영하 변호사에 의해 ‘배박 프레임’에 갇히면서 한때 위기에 봉착했다. 이런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탄핵의 문제점을 언급하면서 자충수를 두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 선거인단의 전폭적 지지를 얻었다. 이는 당심과 민심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이유로 내년 총선이 걱정된다는 당내 분위기가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다.

무엇보다 당 외부로 내놓는 메시지가 우경화되면서 민심은 자유한국당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황 신임 대표로서는 당심과 민심의 간극을 좁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그러기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은 전당대회 이후로 유보한 김진태, 김순례 의원의 5.18 망언 논란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김순례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이에 따라 과연 당 윤리위원회가 김순례 최고위원을 징계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진태 의원은 3위를 했기 때문에 당 윤리위가 징계를 검토할 수 있지만, 김순례 최고위원은 징계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황교안 신임 지도부가 김순례 최고위원에게 면죄부를 줄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결국 우경화 정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더욱이 김순례 최고위원은 앞으로 당 지도부의 공식회의인 최고위원회의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앞으로 김순례 최고위원은 5.18 유공자 명단 공개 등 5.18 관련된 발언을 계속 쏟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김순례 의원이 최고위원이 됐기 때문에 앞으로 그의 발언은 당의 공식 발언으로 취급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5.18 망언 논란은 한동안 정치적 논란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신임 당 대표가 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신임 당 대표가 2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보수대통합의 향방은

황 신임 대표에게 주어진 또 다른 숙제는 ‘보수대통합’이다.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보수대통합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황 신임 대표가 당선되면서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가능성은 점점 멀어진 분위기다. 바른미래당의 전신인 바른정당이 박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탄생한 정당이라는 점으로 미뤄볼 때, 황 신임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면서 바른미래당과의 통합 자체가 어려워진 분위기다. 보수대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의 승리는 사실상 힘들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와 함께 당내 비박계의 움직임도 문제다. 물론 전당대회에서 오 후보가 2위를 했기 때문에 당분간 친박과 비박은 허니문 기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비박계가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황 신임 대표가 정치적 경륜이 약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조정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황 신임 대표가 친박계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당 대표가 됐기 때문에 비박계와 친박계의 갈등을 컨트롤 할 수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설정은

황 신임 대표가 직면한 또 다른 숙제는 문재인 정부와의 관계 설정이다. 물론 황 신임 대표는 수락연설을 통해 대여 투쟁을 보다 강도 높게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그동안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강도 높은 대여 투쟁을 한다면 유권자들 사이에 오히려 반발심이 생기면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지지가 결집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황 신임 대표로서는 내년 총선 승리 전략과 향후 집권 플랜을 유권자들에게 명확하게 보여주면서 대여 투쟁의 강도를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이처럼 황 신임 대표가 당선됐지만 워낙 많은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과연 제대로 당 대표를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정치적 경륜이 거의 없기 때문에 조정자로서의 역할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역시 두고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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