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우 칼럼니스트▸철학박사▸상지대학교 강의전담교수
▲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종교라는 말은 원래 우리가 쓰던 말일까? 이 궁금증을 파헤치기 위해서 필자는 우선 “조선왕조실록”을 찾아봤다. “종교”라는 단어로 “조선왕조실록”을 검색하면, 총 252개의 결과가 나온다. 그런데 이 결과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태조실록』 4권 태조 2년(1393) 9월 17일 기미 2번째 기사를 살펴보면, “종교”라는 단어는 “조선왕조실록”을 전산화 하는 과정에서 주석을 추가할 때 이단(異端)을 설명하기 위해서 등장한다. 그 다음으로 “종교”라는 단어는 『태조실록』 8권, 태조 4년(1395) 7월 10일 신축 1번째 기사에 등장한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원래 “종교”의 한자인 “宗敎”라고 적혀 있는데, 원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종교에 빛이 있고 산천이 더욱 중해지니 이마에 손을 올리기 한이 없습니다.
宗敎有光, 山川增重, 加額無已。

이 기록은 당시 큐슈 절도사(節度使)의 글 중 일부를 적은 것인데, 조선에서 회례사(回禮使, 외국에서 사신을 보냈을 때에 그 답례로 보내던 사신)를 보내고, 그 과정에서 조선의 포로 일부를 돌려보내면서 받은 태조의 교지(敎旨)에 대한 답장의 성격이 강하다. 여기서 가리키는 “종교”는 한자 그대로 “으뜸이 되는 가르침”, 혹은 “높은 교지”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것은 현재 쓰이는 “종교”라는 말과 뜻이 통하지 않는다.

이 기록까지 봤을 때 “종교”라는 말은 적어도 태조 때는 없었거나, 있더라도 현재의 쓰임과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당시에 존재했던 유교, 불교, 무속, 도교 등을 묶어서 “종교”라고 통칭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종교라고 부르는 것들이 비록 지금과 조금 다른 형태라고 하더라도 당시에도 존재하고 있었다는 뜻이며, 그렇다면 이러한 존재들을 부르는 모종의 명칭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것들을 무엇이라고 불렀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단초는 앞에서 언급했던 “조선왕조실록”에서 “종교”라는 단어를 검색한 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세조실록』 38권, 세조 12년(1446) 3월 27일 무진 1번째 기사는 당대의 신하이자 명필인 강희맹(姜希孟)이 쓴 “금강산서기송(金剛山瑞氣頌)”의 일부가 등장하는데, 그 가운데 이러한 내용이 등장한다.

曰我眞敎, 昔也參差。

이 단락을 “조선왕조실록 온라인 서비스”에서는 “우리의 참종교가 예전에는 가지런하지 못하더니”라고 번역하고 있다. 그렇다면 “참종교”라는 말은 “眞敎”라는 단어를 번역한 것이고, 이것은 “교(敎)”라는 단어를 “종교”라고 번역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종교학자인 장석만 박사는 그의 연구에서 ‘개항기에 형성되어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종교 개념과 비교될 수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적 개념으로는 “교(敎)”, “도(道)”, “법(法)”, “학(學)”, “술(術)” 등을 들 수 있다.’1)고 설명했다. 이것은 “교, 도, 법, 학, 술” 등이 지금 우리가 “종교”라고 통칭하는 글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종교”라는 말을 어느 정도 공감대를 바탕으로 많은 것을 통칭하며 사용한다. 그런데 “종교”라는 단어는 서양의 “religion”이라는 단어를 일본에서 번역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단어이다. 매우 서구 중심적인 근대 이후의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로 우리의 의식 속에서 많은 왜곡을 낳고 있다.


1)  장석만, 「개항기 한국사회의 “종교” 개념 형성에 관한 연구」, 서울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 1992, 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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