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및 사고원인 규명을 촉구하는 시민 서명대에 전시된 스텔라데이지호 모형. ⓒ투데이신문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및 사고원인 규명을 촉구하는 시민 서명대에 전시된 스텔라데이지호 모형.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2017년 3월 31일, 세월호가 뭍에 오르던 날 남대서양에서는 한국인 선원 8명, 필리핀인 선원 16명이 탑승한 철광석 운반선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했다.

구명벌에 탑승한 필리핀인 선원 2명은 인근 해역을 지나던 선박 엘피다(El Pida)호에 의해 구조됐다. 그러나 나머지 승선원들은 현재까지 실종 상태다.

가족들은 실종자들을 찾기 위한 심해수색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정부는 사고발생 638일 만에야 미국의 해양탐사업체 오션인피니티(Ocean Infinity)사와 심해수색 용역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지난 2월 8일 오션인피니티의 심해수색 선박 씨베드 콘스트럭터(Seabed Constructor)호가 수색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사고해역으로 출항했다.

씨베드 콘스트럭터호는 출항 10일, 사고 689일 만에 스텔라데이지호의 블랙박스(VDR)를 찾아 회수했다. VDR은 사고원인 규명에 가장 중요한 자료다. 이어 21일에는 승선원 중 한 명의 것으로 추정되는 뼈와 방수복이 발견됐다.

그러나 오션인피니티는 유해수습 없이 수색현장에서 철수했다. 정부의 용역계약 내용에는 유해수습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션인피니티(Ocean Infinity)사의 심해수색 선박 시베드 콘스트럭터(Seabed Constructor)호가 지난달 17일 원격제어 무인잠수정(ROV)을 통해 스텔라데이지호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를 회수하고 있다. 사진제공 = 외교부
오션인피니티(Ocean Infinity)사의 심해수색 선박 시베드 콘스트럭터(Seabed Constructor)호가 지난달 17일 원격제어 무인잠수정(ROV)을 통해 스텔라데이지호의 항해기록저장장치(VDR)를 회수하고 있다. 사진제공 = 외교부

선사와 정부의 미온적 대응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 폴라리스쉬핑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를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12시간이 지난 뒤에야 해경에 이를 알렸다. 실종자의 가족들은 사고 16시간 후 선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 때문에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일었다.

사고의 책임은 스텔라데이지호의 사고 위험을 알고도 운항을 강행한 선사에 있다. 그러나 선사 측은 사고의 원인을 날씨 탓으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미군 P8초계기가 촬영했다는 스텔라데이지호 구명벌 관련 사진도 핵심 논란거리다. 사고 발생 10일째인 2017년 4월 9일 사고해역을 수색하던 미군 P8초계기는 구명벌로 추정되는 주황색 물체를 발견했다고 우루과이 MRCC(해난구조센터)측에 알렸다. 그러나 곧 이 물체가 ‘기름띠’로 분석됐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실종자들이 탑승해 탈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명벌은 실종자들의 행방을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단서다. 이에 가족들은 해당 물체를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라고 요구했고 외교부는 미 국방부에 사진을 요청해 가족들에게 제공한다고 했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구명벌 추정 물체를 촬영한 사진이 없다고 했다. 외교부는 미 국방부에 해당 물체를 기름띠로 분석한 근거도 요청하지 않고 가족들에게 ‘사진이 없어 공개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부와 선사의 사고 초기 대응은 너무도 부실했다. 세월호참사로 대응 매뉴얼 등이 마련됐을 것이라 생각했던 가족들은 정부의 소극적인 대응에 크게 실망하고 분노했다.

지난 1월 3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실종자 문원준 3등기관사의 아버지 문승용씨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맞은편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1월 3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실종자 문원준 3등기관사의 아버지 문승용씨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맞은편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실종자를 찾기 위해 거리로 나선 가족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의 책임자인 선사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때문에 세월호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가족들은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전문가가 돼야만 했다. 그렇게 가족들은 심해수색 사례와 이를 담당했던 업체들을 검색하면서 장비 이름을 줄줄 꿰고 있을 만큼 열심히 정보를 찾았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참으로 비참한 일이었다. 가족들은 ‘우리나라가 국민의 목숨이 달린 일을 외면하는 나라인가’ 하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가족들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를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이들은 지금까지도 사고원인 규명과 실종자 수색을 호소하기 위해 청와대 앞에서, 광화문광장에서 매일 1인 시위를 벌이며 싸우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8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심해수색 과업 완수 및 유해수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8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심해수색 과업 완수 및 유해수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고원인 규명·실종자 수색

오는 31일이면 스텔라데이지호가 침몰한지 만 2년이 된다. 그러나 아직도 실종자 수색은 물론 사고원인 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가족들은 아직도 실종자들이 탑승해 탈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명벌의 행방을 찾고 있다. 하지만 심해수색 선박은 실종선원의 유해로 추정되는 뼈가 발견돼 수색을 중단하고 철수한 상황이다. 오션인피니티사와 정부의 용역계약 내용에 유해수습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해수색 선박 투입으로 실종자들의 행방을 찾고 사고원인을 규명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가족들은 유해발견 소식으로 철렁 내려앉은 가슴을 다시금 부여잡고 2차 심해수색과 유해수습을 위해 지금도 길거리에서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돌아보는 2년의 기록

선사와 정부는 사고 초기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군 초계기가 찍었다는 구명벌 추정 물체 사진이 기름띠로 분석됐다는 등 논란거리도 남아있다. 무엇보다 선사가 스텔라데이지호의 결함을 알고도 출항을 강행했다는 사실이 해경과 검찰의 조사로 밝혀지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맞은편과 광화문광장에서 집회·서명운동을 이어오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을 비롯해 선사, 외교부, 해수부, 병무청 등 정부부처와 접촉해 선사와 정부의 대응과 심해수색이 이뤄지기까지의 과정을 되짚어봤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