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이어지는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
여당발 설화·정부 보고서 논란에 들썩
20대 남성과 전문가의 진단은?
“사회경제적 조건 개선 필요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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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20대 남성층의 지지율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경부터 시작된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또 여당 일부 의원들의 20대 남성에 대한 설화와 정부가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요인을 분석한 보고서 등이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다급해진 여당과 새로운 지지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야당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20대 남성층을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정치권이 20대 남성의 민심을 정쟁의 도구로만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실정이다.

<투데이신문>은 20대 남성들과 전문가들의 진단, 또 20대 청년 정당인과 연구자들과의 대담을 통해 20대 남성이 정부·여당에 등 돌린 원인과 그 기저에 깔린 배경, 해결방안을 찾아봤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지난해 연말 무렵부터 정부·여당에 대한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이 본격화된 이후 아직 그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월 30일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주최한 ‘20대 남성들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간담회는 20대 남성들의 성토장이 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20대 남성들은 ‘민주당이 여성계와 동의어는 아니지 않나’, ‘민주당이 페미당이란 의견도 나온다’, ‘20대 남성은 완전히 고립됐다’, ‘여성, 기성세대, 정치권에게서도 배척당했다’ 등 정부·여당을 향해 3시간여 동안 질타를 쏟아냈다.

이 같은 상황은 2월에도 이어졌다. 여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20대 남성 비하 논란에 휩싸이면서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2월 21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과 관련된 질문에 “이분들이 학교 교육을 받았을 때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다. 그때 제대로 된 교육이 됐을까”라고 답해 20대 남성 비하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도 2월 15일 국회 토론회에서 “왜 20대가 가장 보수적이냐. (지난 정권에서) 1960~1970년대 박정희 시대를 방불하게 하는 반공 교육으로 아이들에게 적대감을 심어줬기 때문”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설화가 일었다.

이와 함께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이하 정책위) 국민주권 2소분과가 작성한 ‘20대 남성지지율 하락요인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서도 논란을 불렀다. 해당 보고서는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의 요인으로 페미니즘 운동과 성평등 정책을 꼽고, 20대 여성이 ‘페미니즘 등의 가치로 무장한 새로운 집단이기주의 감성의 진보집단으로 급부상’했다고 언급해 비판여론에 직면했다. 아울러 ‘20대 남성의 공정성이 능력주의에 기반한 절차적 공정성으로 축소됐다’거나 ‘사회적 배려심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등의 내용도 논란이 될만한 부분으로 지적됐다.

해당 보고서가 논란이 되자 정책위에서는 “해당 문건은 국민주권분과 민주주의소분과 일부 민간 위원들이 청년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자유롭게 토론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들을 내부적으로 정리한 자료로서 정책위의 공식자료가 아니다”라는 해명을 내놨지만,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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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남성의 지지율 추이는

이와 같은 20대 남성의 분노는 지난해 말부터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으로 표출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12월 20일 발표한 ‘데일리 오피니언 2018년 1~12월 월간 통합’에 따르면 문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평가 긍정률은 통합기준으로 10월 62%, 11월 53%, 12월 46%를 각각 기록했다.(2018년 매주 공개한 데이터를 월 단위로 합산. 10월은 4008명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5%p. 11월은 5009명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4%p. 12월은 3007명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8%p.)

같은 기간 19~29세까지 20대 남성의 대통령 직무수행평가 긍정률은 10월 63%, 11월 49%, 12월 41%로 하락했다. 민주당에 대한 정당지지도에서도 20대 남성은 10월 46%, 11월 39%, 12월 34%로 내림세를 보였다.

이 같은 추세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각각 2월 1일과 3월 1일에 발표한 ‘데일리 오피니언 2019년 1월, 2월 통합’에 따르면 1월과 2월 통합 기준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긍정률은 각각 47%, 민주당에 대한 정당지지도는 각각 39%를 기록했다.(2019년 1월과 2월 매주 공개한 데이터를 월 단위로 합산. 1월은 4010명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5%p. 2월은 3005명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1.8%p)

반면 20대 남성만 놓고 봤을 때,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 긍정률은 1월 41%와 2월 35%, 민주당에 대한 정당지지도에서도 1월 33%, 2월 29%로 하락세를 이어갔다.(기사에 인용된 모든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20대 남성이 바라보는 원인은?

이 같은 20대 남성의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과 관련해 본지가 서울 신촌에서 만난 20대 남성들은 먼저 그들의 기대감에 부응하지 못한 정부에 대한 불만을 그 원인으로 꼽았다.

이한길(가명, 20)씨는 “정부가 바뀌면서 뭔가 나아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 기대에 현 정부가 부응을 못했다”며 “고용상황이 개선된 것도 아니고, 경제상황이 좋아지는 것도 아닌 것이 지금 문제가 돼 취업도 잘 안 되는 젊은 세대에게는 불만이 클 수 있고, 그것이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또 정부의 과잉규제가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을 이끌었다는 비판도 나왔다. 정호영(가명, 24)씨는 최근 과잉 규제로 논란이 됐던 정부의 보안 접속(https) 차단 정책을 지적하며 “요즘 https 규제가 들어오면서 주변에 말이 많이 나온다. https에 대한 검열을 할 수 있는데 안하는 것과 애초부터 안하는 건 다르다고 본다”며 “그런 부분에서 언제든지 제약을 당할 수 있다는 입장이 있는 것 같다. 완벽한 자유에서 감시를 당할 수 있는 자유로 하락된 느낌이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젠더문제로 인한 불합리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최정민(가명, 23)씨는 “젠더 이슈 가운데 여성할당제와 관련해 무조건적으로 5대 5를 맞추는 것보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비율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지금은 무조건 5대 5로 맞추는 게 옳다는 식으로 가는 것 같아 그 부분에 불합리성을 느낄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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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바라본 원인은?

전문가들 역시 20대 남성들과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관련 전문가들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20대 남성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요인과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뀐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충북대 사회학과 이항우 교수는 악화된 사회경제적 조건 속에서 20대 남성이 느끼는 심리적 압박과 개혁에 대한 기대가 충족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사회경제적 조건에 따른 심리적 압박이 청년들 전부에게 작용하는데, 거기에 보다 민감한 세대가 일반적으로 20대 남성이라고 볼 수 있다”며 “그 압박에서 가계부양자라는 모델이 있는 남성이 여성보다 조금 더 심할 것 같고, 그런 기본적인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한 대책이 정부나 기업도 마땅히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학교나 시험에서는 여성들의 진출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고, 일상화된 성차별 구조에 대해 여성들이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는 소외감이나 박탈감이 더 심하겠다”며 “정치권에서도 기존 남성들의 기득권 중에 문제가 되는 부분들에 대해 더 이상 보호하려는 의지가 없다고 생각되니까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조건 속에서 더더욱 서운하게 생각했겠다”고 설명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다양한 부분에서 적폐를 청산하고, 동등하게 대우받고 더 많은 사람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며 “그런 것이 잘 채워지지 않는 것에서 오는, 개혁에 대한 기대가 잘 충족되지 않은 데서 오는 실망도 있겠다”고 부연했다.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20대 남성들의 문재인 정부에 대해 가졌던 큰 기대감이 그에 미치지 못하자 실망으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기대와 실망이라는 게 대립되는 감정이 서로 붙어있기 때문에 그 기대감이 사라질 때는 엄청난 실망, 원망이 생기는 것”이라며 “지난 보수정권 9년 이후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에게 취업, 공정함, 평등함 등에서 개혁에 대한 기대가 있었는데 그렇지 못했고, 기대가 컸기 때문에 실망도 커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촛불집회로 인해 우리들의 바람이 이뤄질 것이라 생각한 것도 기대감을 키운 요인 중 하나였다. 그냥 일반적으로 투표해 당선된 것과는 아주 다른 것”이라며 “이전 정권보다 더 잘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지언정, 심정적으로는 실망감이 크기 때문에 더 잘못한다는 생각이 들고, 그래서 불만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라고 전했다.

더불어 “미투 운동 이후 특히 젊은 세대 남성 같은 경우에는 기성세대들이 다 벌려놓은 일로 인해 도리어 역차별을 당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그런 역차별 의식과 관련해 여성에 대해서도 약간의 기피, 불안현상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곽 교수는 불공정, 불평등에 대해 민감한 20대 남성들의 불만도 한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이전에 나온 ‘수저계급론’이 권력 있고, 돈 있는 사람들만 출세하는 사회를 비판한 젊은 층의 시위였던 것처럼 젊은 세대는 공정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분노한다”며 “평창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논란, 양심적 병역거부, 취업비리 문제 등에 대해 젊은 층은 계속 분개했다. 지금 20대 남성들에게는 이런 이슈들이 민감하게 다가오는 것이고, 엄청난 불만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처럼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불평등이 존재하다보니까 개혁을 못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라며 “아직까지 기대만큼이 개혁이 안 됐기 때문에 불평등, 불공정에 대해 더 칼을 빼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리얼미터 권순정 조사분석실장도 20대가 직면한 사회경제적 조건을 주요한 배경적 요인으로 꼽으면서 그런 배경 속에서 젠더문제가 20대 남성의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율 하락에 방아쇠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표면적으로 일종의 방아쇠가 된 것은 젠더문제로 축약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기본적으로 20대가 갖고 있는 취업을 비롯한 사회경제적 조건의 악화, 젠더문제에 있어서 20대 남성이 실질적으로 느끼는 역차별 의식, 불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 등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국정에 대한 부정적 태도, 정당지지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권 실장은 이번 사태의 일차적인 요인인 젠더문제보다는 그 근간에 깔려있는 취업과 고용의 문제 등 사회경제적 조건이 해결돼야 근본적으로 20대 남성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대 빅마우스(여론주도자)의 경우에는 역차별을 중심으로 많은 얘길 하기 때문에 정치권이나 정부에서도 젠더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들이 갖고 있는 역차별 의식에 대해 분석하고 대안을 내놓는 것과 함께 한순간에 해결되는 건 아니겠지만, 취업의 문제 등이 호전될 때, 20대 문제가 좀 풀리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런 측면에서 20대 남성 문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20대 남성 부분은 사실상 정당별 지지층 결집의 수단으로서 많이 이용되고 있는 측면이 크다”며 “실제로 20대 남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에서 화두가 되는 게 아니라, 특정정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자당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정쟁의 도구로써 사용되고 있는 것이 지금 20대 남성을 대하는 현실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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