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자담배 ‘쥴’ 출시 초읽기] 담배시장 판도 변화 예고…금연정책 미칠 파장은?
[美전자담배 ‘쥴’ 출시 초읽기] 담배시장 판도 변화 예고…금연정책 미칠 파장은?
  • 홍세기 기자
  • 승인 2019.03.19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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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담배시장 석권 ‘쥴’, 국내 진출 공식화
액상형 담배에 대한 규제안 없어 보완 필요
英은 금연보조제, 위해성 논란도 쟁점될 듯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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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미국 전자담배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1위 업체 쥴이 국내 상륙을 앞두고 있다. 쥴이 진출해 액상 전자담배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보건당국은 천연니코틴과 합성니코틴 등으로 나뉘어 담배로 분류되지 않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관련 법 개정을 서두르고 있다.

또 기존 담배(궐련)와 궐련형 전자담배에 비해 위해성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액상형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적극 홍보하며 흡연자들을 전자담배로 유인하고 있는 영국 등의 사례가 국내에 소개되면서 국내에서도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는 인구를 위한 금연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내 금연운동 내에서도 담배의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좀더 축적될 때까지 사용을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과 일반 궐련보다 훨씬 안전하기 때문에 전향적으로 사용을 권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美전자담배 시장 1위 쥴(JUUL) 상반기 진출 예고

지난 2017년 한국필립모리스가 국내에 첫 선을 보인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는 경쟁업체가 연이어 관련 제품을 선보이면서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을 개척하며 담배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궐련형 전자담배의 인기는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 한정돼 있다.

반면, 전자담배 업계의 주류 시장인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궐련형이 아닌 액상형 전자담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중 미국 전자담배 시장의 72%를 석권한 액상형 전자담배 ‘쥴’이 국내 시장에 이르면 올 상반기에 진출할 예정이다. 지난해 말 ‘쥴’의 개발사인 쥴랩스의 한국법인이 설립되면서 국내 진출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여기에 지난 12일 쥴랩스 관계자가 국내 한 언론을 통해 올해 상반기, 늦어도 하반기 시작 즈음에는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국 시장 진출을 사실상 공식화 했다.

쥴은 USB(이동식 저장장치) 모양의 외관에 액상 카트리지를 끼워 피우는 형태로 과일이나 사탕 향이 가미된 점이 특징이다. 미국 현지에서 기기와 액상 4개 카트리지를 합친 가격이 50달러, 한 카트리지 당 150~200모금을 흡입 할 수 있어 약 10갑 정도의 분량이다.

쥴이 국내에 들어오기 위해선 니코틴 함량부터 낮춰야 한다. 쥴의 액상은 타르는 없지만 니코틴 함유량이 국내 허가 기준치(2%)를 넘어선 3~5% 수준이다. 하지만 이미 일본에서 2% 이하로 기준치를 맞춰 이미 출시한 만큼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담배 업체들은 쥴 출시 이후의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미국 액상형 전자담배 브랜드 '쥴(JUUL)'. ⓒ쥴 홈페이지
미국 액상형 전자담배 브랜드 '쥴(JUUL)'. ⓒ쥴 홈페이지

담배시장 점유율 흔들까?

현재 국내 전체 담배시장은 KT&G가 50% 안팎을 점유하고 있다. 뒤를 이어 필립모리스, BAT, JTI 등이 뒤쫓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17년 출시된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가 궐련형 전자 담배 시대를 열면서 기존 궐련 담배와 더불어 경쟁이 치열하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체 담배 시장의 11%를 점유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도 이미 픽스엔디에스, 비엔토, 하카 시그니처 등 외국계 업체들이 개척하고 있다. 아직까지 기존 궐련 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에 비해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성장세는 상당하다.

관세청의 ‘전자담배 수입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액상 전자담배 수입 규모는 약 590톤으로 1년 전 전체 수입액(140톤)에 비해 5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궐련 담배나 궐련형 전자담배 대비 위해성이 적다는 인식 때문에 흡연자들 사이에서 흡연 대체재로 관심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쥴의 국내 진출은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의 파이를 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상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한국에서 유행 중인 궐련형 전자담배 대비 특유의 찐 맛이 없고, 관리의 불편함이 없으며, 디자인적인 우월성까지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존의 액상형 담배처럼 단기적인 열풍에만 그칠 가능성도 있고, 니코틴 함량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는 한국 담배사업법 규제 (니코틴 1ml당 1799원 세금 부과) 역시 부담 요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조 연구원은 “다만, 쥴랩스가 현재 3~5%로 추정되는 쥴의 니코틴 함량을 2% 이하로 낮춰서 판매할 가능성이 높고, 비슷한 제품인 일본의 전자담배 비엔토가 작년 11월 출시 이후 초기 반응이 양호하기 때문에 업계 전반적인 경쟁 심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랴부랴 담배사업법 개정 추진…바빠진 보건당국

바빠진 것은 보건당국이다. 아직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우리 정부의 판매 규제안이 마련되지 않았다. 현행 담배사업법은 ‘담뱃잎에서 추출한 형태의 천연 니코틴을 함유한 제품’을 담배로 분류하고 있다.

줄기, 뿌리 등에서 추출하거나 다른 원료와 합성한 니코틴으로 만든 상품은 담배로 분류되지 않으면 ‘19세 미만 판매 금지’ 등 규제를 적용할 수 없다.

다행히 쥴의 경우 천연 니코틴을 포함하고 있어 1ml 당 1799원이라는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쥴 진출을 기점으로 액상 전자담배 시장이 확대 될 경우 세금을 피하기 위해 합성니코틴을 넣은 액상 전자담배가 활성화 될 수 있어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액상 전자담배를 판매하는 곳에서 음성적으로 합성니코틴을 첨가해 판매하고 있어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합성니코틴을 넣은 전자담배의 경우 담배에 붙는 제세·부담금(개별소비세, 건강증진부담금 등) 부과 대상도 아니다. 아울러 담배 경고그림과 경고문구를 붙이지 않아도 단속이나 제재를 가할 수 없다.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도 상황을 인지하고 있지만 현행법상 규제 밖이다. 지난 2016년 국회에는 ‘합성 니코틴’을 담배 원료에 포함하는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지난 2월 18일에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 양천갑 당협위원장)이 액상형 전자담배 등 신종담배를 담배의 규제 범위에 포함시키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에 발의된 ‘담배사업법’ 개정안의 골자는 담배의 정의를 연초 잎으로 제조된 담배 외에도 연초의 잎, 줄기와 니코틴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현재 천연니코틴이 아닌 담배, 액상형 담배는 담배법상 담배로 포함되지 않는다. 법에 걸려야 학생들에게 판매가 금지된다. 이에 법 개정 관련 복지부 등 실무자 차원에서 검토를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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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위해성 논란…액상·궐련형 구분 필요

‘쥴’의 상륙으로 규제 문제뿐만 아니라 전자담배에 대한 ‘위해성’ 논란도 재차 불이 붙고 있다. 보건복지부 등 보건당국은 TV광고 등을 통해 전자담배도 ‘담배’라며 위해성이 적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담배로 부르는 궐련에 비해 궐련형 전자담배가 위해성이 적다는 주장을 담배업계에서 하고 있다.

이에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연초 대비 위해성이 크게 낮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연 전문가들도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가열담배’로 부르며 연초 대비 동일한 수준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인식은 각 나라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다. 브라질, 싱가포르처럼 생산과 유통, 판매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국가가 있는 반면, 호주처럼 니코틴을 독성 물질로 분류하고 기존 법령을 활용 전자담배를 규제하고 있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처럼 액상형 전자담배의 첨가 니코틴에 따라 담배처럼 규제하는 곳도 있고, 반대로 전혀 규제를 하지 않는 국가들도 있다.

이런 입장 차는 전자담배의 안전성과 금연 효과, 기존 담배규제정책과 충돌에 대한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다.

가장 유연한 전자담배 정책을 취하고 있는 곳은 영국이다. 영국은 담배의 해로움 줄이기(Tobacco harm reduction)를 담배규제 정책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전자담배를 구입하는 문턱을 낮추고 있다.

미국도 담배의 해로움 줄이기 전략이 담배와의 전쟁에서 필수적이고 중요한 요소임을 인정하고 구입에 큰 제약을 두지 않고 있다. 또 전자담배를 규제하는 규칙을 정하는 것을 오는 2022년으로 연기한 상황이다.

영국공공보건국(Public Health England, PHE)은 지난 2018년 전자담배 관련 인상적인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에 따르면, 담배의 연기를 마시는 행위를 흡연이라 부르지만 액상형 전자담배의 증기를 마시는 행위를 서구권에서는 베이핑(vaping)이라 부른다. 그러면서 흡연에서 베이핑으로 완전히 바꿀 경우 작은 부분적 리스크(risk)만 존재할 뿐 상당한 건강상의 이점이 있다고 전했다.

또 영국에서 전자담배로 금연에 성공하는 건수는 연간 2만건이며, 이보다 상당히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전자담배 사용이 지난 2017년 개선을 보인 금연율 및 영국 전반적으로 감소세가 빨라지는 흡연율과 연관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흡연자들이 베이핑이 흡연만큼 해롭다고 잘못 알고 있다며 약 40%의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를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히, 니코틴에 대한 대중의 오해가 크다고 지적하며, 10% 미만의 성인만이 흡연으로 인한 해로움의 주 원인이 니코틴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바탕으로 PHE는 전자담배가 청소년의 흡연으로 이어지는 우려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영국의 청소년 흡연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베이핑이 상시 흡연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었고, 그런 사례는 전적으로 이미 흡연하고 있었던 사례에 국한됐다고 소개했다.

국내에서 꾸준하게 금연 정책 변화를 촉구하며 이 같은 보고서를 소개한 정유석 단국대 의대교수는 금연학회지에 발표한 ‘전자담배, 패러다임을 바꿀 때 : ‘트로이 목마’와 ‘해로움 줄이기’’에서 “전자담배가 유해한지 유익한지에 대한 물음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내 학관언론계의 일방적인 유해론은 반드시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새로운 담배의 출현…금연 정책도 변화

신종 담배인 액상 전자담배가 출현함에 따라 국내 금연 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자담배에 대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다.

전자담배가 담배규제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WHO 보고서는 크게 3가지를 언급하고 있다.

첫째는 게이트웨이(gateway) 효과와 흡연의 재규범화다. 게이트웨이 효과란 전자담배가 비흡연자와 청소년의 니코틴 이용을 촉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흡연의 재규범화란 전자담배가 흡연 행위 자체의 매력을 높여 그동안 진행된 흡연의 비규범화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둘째, 담배회사의 움직임이다. 초기 다국적 담배회사와 관련이 없던 기업들이 전자담배 시장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다국적 담배회사들의 소유로 넘어가 시장을 담배회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금연구역 확대 정책에 대한 잠재적인 간섭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인정할 경우 금연구역 내 전자담배 흡연이 가능해져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다.

정유석 교수는 금연학회지에 전자담배 관련 논문을 통해 “전자담배는 금연효과, 안전성, 기존 담배규제 정책과의 간섭 등으로 논란이 많다”고 전하며 “아직 많은 국가에서는 전자담배를 금연 목적으로 권유하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 공식적인 권고안엔 포함돼 있지 않지만 전자담배를 대안적인 금연치료로 인정하는 추세를 엿볼 수 있다”며 “기존 금연약물치료에 실패한 경우, 그리고 전자담배 사용을 통해 기존 증상이 호전된 경우엔 적절히 규제된 전자담배를 전문가의 지원 하에 사용해 볼 수 있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내놨다.

정 교수의 이같은 입장은 ‘담배 해로움 줄이기’의 개념에서 시작된다. 합법적 혹은 불법적 향정신성 물질들의 사용과 연관되는 건강상, 사회적, 경제적 위험을 줄이려는 목표로 삼는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마약 중독자들에게 일정분량의 향정신성 물질을 국가 관리하에 배급함으로써 더 큰 사회적 해악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도입된 개념이다.

정 교수는 “이 땅에 담배가 사라지는 것은 아직 요원하며, 현실적으로 우리 사회는 니코틴을 허용하고 있다”며 “전자담배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더 해로운 연초담배의 독과점을 강화하는 것 아닐까”라고 현재의 담배정책에 대해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담배와의 전쟁을 지속해 나가는 것과 동시에 해로움을 줄이기 위해 흡연으로부터 니코틴을 분리하는 정책, 즉 니코틴 대체재(패치, 껌, 전자담배 포함)의 장기 사용을 통해 연초담배 흡연율을 감소시키려는 전략”이라고 담배 해로움 줄이기를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매일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사의 입장에서는 당장 금연을 못 할 분이라면, 일단 전자담배로 바꾸라고 적극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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