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12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소득주도성장 등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집중 비판하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초당적 원탁회의 개최를 제안했다. 또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언급한 부분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실시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지난 70여년의 위대한 대한민국의 역사가 좌파정권 3년 만에 무너져내려가고 있다”며 “자유한국당보다 더 잘할 것이라는 말로 시작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모든 책임을 자유한국당에 전가하고 이젠 자유한국당도 그랬다며 두루뭉술 넘어가려 한다. 위선과 모순의 정부”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먼저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날을 세웠다. 그는 “우리 헌법은 개인과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우선으로 하고 있다. 제발 우리 헌법대로, 헌법에 적힌 대로만 하라”며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위헌이다.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정면으로 무시하는 헌정농단 경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는 자명하다. 시장 질서에 정면으로 반하는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과 재분배 정책이 고용쇼크, 분배쇼크, 소득쇼크로 이어졌다”며 “시장은 불공정하고, 정부는 정의롭다는 망상에 빠진 이 좌파정권이 한국경제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문재인 정부는 ‘세금 퍼주기’로 자신들의 경제 실정을 가리기에만 급급하다”며 “국민들께서 이 세금 퍼주기 중독을 멈춰 세워 달라”고 말했다.

더불어 “경제 살리기에는 정도(正道)만이 있을 뿐”이라며 “일자리를 늘리고 싶으면 기업을 자유롭게 하고 국민의 지갑을 두텁게 해주고 싶다면 시장을 활성화시켜라”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기조에 대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나 원내대표는 “경제와 안보라는 국가의 축이 흔들리는 동안 문재인 정부는 오로지 적폐청산에만 집착했다”며 “정부가 적폐청산이라는 과거와의 싸움에만 매달린 동안, 우리 민생은 완전히 파탄났다”고 했다.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나 원내대표는 “내각제에 가까운 권력 구조 개선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이 함께 추진되지 않는 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담은 선거제 개편은 사실상 의회 무력화 시도”라고 규정했다.

이어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혁 패스트트랙 추진에 대해서도 “지역구 조정 등이 필요한 선거제 개편은 아무리 의회 질서가 강 대 강으로 치달아도 반드시 합의에 의해 통과돼 왔다. 패스트트랙은 사상 초유의 입법 쿠데타, 헌정 파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지금 야당들은 집권여당에 의해 철저하게 이용당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제 개편을 미끼로, 좌파독재법안을 통과시키려는 것”이라며 “내년에 여당이 단독 과반에 성공할 것으로 보이면, 선거제 개편 논의는 백지화될 것이며,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결국 야당들을 또 이용하려고 들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이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 없다. 제1야당으로서 산적해 있는 민생 문제 해결과 국민의 자유 회복을 위해 나서겠다”며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초당적 원탁회의 개최 △국민부담 경감 3법(부동산 가격 공시 법률, 지방세법,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국론통일을 위한 7자 회담 △자유한국당의 직접 대북특사 파견 △동북아-아세안 국가들로 구성된 대기오염 물질의 장거리 이동에 관한 협약 체결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권력 분산 원포인트 개헌 △전 상임위 국정조사·청문회를 제안했다.

특히 전 상임위 국정조사와 청문회 제안과 관련해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각종 비리와 부패를 국회 차원에서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결국 특검 도입이 불가피할 것이고 이마저도 막힌다면 전 국민적 투쟁이 확산될 것”이라면서 상임위-특검-국민투쟁이라는 3단계 투쟁을 펼쳐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일부 발언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일부 발언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아수라장 된 본회의장

이날 대표연설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는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여당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강하게 반발하는 등 본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은 핵 폐기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번에 종전선언까지 가능하다던 청와대 측의 ‘김칫국’ 발언들이 참으로 민망해지는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반미, 종북에 심취했던 이들이 이끄는 ‘운동권 외교’가 이제 우리 외교를 반미, 반일로 끌고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며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정책은 원인과 결과,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지 못하는 위험한 도박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옹호와 대변, 이제는 부끄럽다”며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고성을 지르며 강력 항의했고, 일부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떠나기도 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단상 앞까지 나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와 삿대질을 주고 받으며 설전을 벌였다.

문 의장은 “내가 보기엔 상당히 논란의 발언을 했다”면서도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소리라도 경청해 듣고 타산지석으로 배워야 한다. 조용히 마무리할 수 있게 귀를 열고 들어야 한다”며 중재에 나섰고, 소란은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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