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홍영표(오른쪽 아래)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일부 발언과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오른쪽 아래)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일부 발언과 관련해 항의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여야 4당은 12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관련해 일제히 혹평했다. 청와대도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한 교섭단체 대표연설 도중 북한 비핵화 문제를 언급하며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해당 발언 직후 항의하는 여당 의원들과 이에 맞선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고성으로 본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되면서 잠시 연설이 중단되기도 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산회 즉시 의원총회를 열고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강하게 규탄했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번 3명의 의원들이 5.18 망언으로 윤리위에 회부된 데 이어 오늘 나경원 원내대표가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냐’는 발언을 하는 걸 보고 정치적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는 대한민국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죄다. 당에서는 즉각 법률적인 검토를 해서 국회 윤리위원회에도 회부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국회에서 벌어지지 않도록 대책을 잘 세워야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도 “오늘 나 원내대표의 연설은 특히, 우리 국민들이 촛불혁명을 통해서 민주주의를 완성시키고 탄생한 우리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북한의 수석대변인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더 이상 참을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며 “이런 식으로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에 대해 명확하게 책임을 묻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도 “국회에도, 남북관계에도 도움 되질 않는 싸구려 비판”이라고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평가절하했다.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 대변인’에 빗대어 놓고 자유한국당이 대북특사를 파견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도 않는 코미디일 뿐”이라며 “자유한국당이 보내는 대북특사를 북한 측에서 얼마나 좋아하고 반길 것인가. 이런 개그 망언이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유한국당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좌파독재’를 크게 걱정하고 있다면, 바른미래당은 국회에서 ‘극우파독재’를 걱정한다”며 “민생현안은 쌓여있고, 갈 길 바쁜 3월 국회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보이콧 근성’, ‘망언 근성’은 버려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 역시 논평을 내고 “국리민복에는 철저하게 무능하면서, 싸움 거는 데만 능한 자유한국당의 대표연설은, 자유한국당이 탄핵 이후 단 한 치도 혁신되지 못했고, 수십 년 이어져온 대표적인 보수정당임에도 더 이상 수권능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해준 대표연설이었다”고 날을 세웠다.

또 “다른 정당의 대표연설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일본 자민당의 수석대변인 운운하면 제대로 진행되겠는가”라며 “일부러 싸움을 일으키는 구태 중의 구태 정치행태였다”고 꼬집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나경원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뻔뻔함과 졸렬의 극치라고 할 만했다”며 “과격하고 극렬한 언사로 친박 태극기 부대의 아이돌로 낙점되겠다는 의도가 너무나 뻔히 보였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아울러 “다른 이들은 다 욕해도 자유한국당은 그러면 안 된다”며 “자유한국당은 노동, 정치, 경제, 안보 등 어느 한 분야에서라도 단 한 번이라도 개혁에 동참한 적이 있는가. 아무리 뻔뻔한 게 자유한국당의 종특이라지만 이번 연설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도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했다.

한정우 부대변인은 ‘나경원 원내대표 발언 관련 청와대 입장’을 통해 “나 원내대표의 발언은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대통령까지 끌어들여 모독하는 것이 혹여 한반도 평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 아니길 바란다. 냉전의 그늘을 생존의 근거로 삼았던 시절로 돌아가겠다는 발언이 아니길 더더욱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라를 위해 써야 할 에너지를 국민과 국가원수에 대한 모독으로 낭비하지 말라”며 “자유한국당과 나 대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번영을 염원하는 국민들께 머리 숙여 사과하기 바란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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