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마음

▲ 김민주 스토리 전문 컨설턴트
  

피칭에 걸리는 시간, 평균 5분 남짓.

필자는 이 발표가 투자자의 귀에 더 잘 들릴 수 있도록, 발표자가 자신의 기업가정신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도록 이야기의 판을 새로 짜 맞추는 일을 합니다. (주)아워홈(OURHOME) 전문 프리젠터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1호 스토리 전문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각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 LG, CJ, K-water등 기업 내 사내벤처, 창업보육기관 등과 협업하며 스타트업 IR피칭 분야의 스토리를 매일 듣고 있습니다. 많을 때는 하루 10개 이상의 기업 스토리를 담아내다 보니, 이 이야기들이 제 안에 한없이 쌓여만 갔습니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뜨거운 열정으로 다져진 각 기업의 스토리들을 앞으로 이 칼럼에서 나누고자 합니다. 스타트업 대표님과 인터뷰한 내용, 피칭 컨설팅 내용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기업들의 이야기와 피칭 노하우를 녹여내겠습니다. 이 칼럼이 피칭을 준비하는 또다른 많은 대표님들에게도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민주 컨설턴트는 Google 인디게임 페스티벌 출전팀, <KBS1 나는 농부다> 본선 출전팀 피칭 컨설팅, 대한프레젠테이션협회 프레젠테이션 1급, 前 아워홈 충청호남지역 프리젠터, LG, CJ,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등 기업 내 사내벤처 및 서울, 경기, 전북,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 CKL콘텐츠코리아랩 등 피칭 컨설팅을 맡은 바 있습니다. 현재 CKL 한국콘텐츠진흥원을 비롯해 KAIST, 인하대, 서강대 등 대학별 기업가센터와 다수의 기업, 정부 과제 등에 관련된 프레젠테이션 컨설팅을 진행 중입니다. 투자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프레젠테이션의 스토리 구조를 연구하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색은 자기에게 어울리는 색이다’라는 코코 샤넬의 말처럼 각 기업에게 맞는 색, 가장 아름다운 색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써모랩코리아

바야흐로 ‘새벽배송’ 시대다. 어느 덧 신선식품 배송 시장에 백화점, 홈쇼핑, 편의점, 심지어 로켓배송으로 유명한 쿠팡까지 가세했다. 이처럼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식료품 쇼핑 시장의 파이가 커질수록 배송 직전까지 신선함을 유지한다는 명목 하에 일회용품 사용량도 급증하기 마련이다. 플라스틱 아웃(Plastic-out)운동 등 소비자의 환경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만 가는 요즘, 친환경 패키징(packaging)기업 써모랩코리아(Thermo Lap Korea)의 나정균 대표를 인하대학교 기업가센터에서 만날 수 있었다. 식품의 온도를 유지시켜주는 친환경 배송박스, 일명 ‘에코박스(Eco-Box)’에 관하여 굉장히 들뜬 목소리로 피칭하는 나 대표. 삶의 모든 관심이 ‘지구’와 ‘환경’, ‘패키징’에 꽂혀있는 듯 보였다.

보통 스타트업 대표들은 IR 투자를 받기 위해 발표, 다시 말해 피칭(pitching)을 한다. 나 대표와의 첫 만남도 그의 피칭을 듣고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이었다. 피칭덱(pitching-deck)의 스토리 컨설팅 진행 후 몇 가지 질문들을 던졌고 그의 답변을 이곳에 옮기고자 한다. 일반적인 답만 하는 것 같다며 겸손함을 보이는 그의 말이 그의 성격을 드러낸다. 환경과 식품에 대한 생각, 그리고 기업이 나아갈 방향을 설계하는 그의 고민이 답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써모랩코리아 나정균 대표
▲ 써모랩코리아 나정균 대표

#써모랩 코리아라는 회사를 만들게 된 계기는.

> 관련업계인 콜드체인 패키징에서 근무하면서, 빠르게 변하는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기에는 당시의 조직이 보수적이라 느꼈다. 내가 근무하던 곳뿐만 아니라 경쟁사들 역시 고객을 만족시키기보다는 자기 자신들의 패키징을 고객에게 강요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는 성장과 발전에 한계가 있을 것이 분명했고, 환경과 관련된 시장의 규모, 파이가 커져 가는 요즈음, 그 파이의 상당한 부분에 공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어 회사를 설립하게 되었다.

#특별히 친환경 포장, 패키징 쪽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있나.

> 전통적인 패키징 시장은 이미 스티로폼 박스와 젤 아이스팩과 같은 제품들로 레드 오션이 된지 오래다. 더구나 점차 향상되는 소비자들의 환경 인식과 정부의 규제, 기업의 변화 움직임은 예전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특히 신선식품 배송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패키징의 수요도 같이 증가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간의 스티로폼 박스와 젤 아이스팩 같이 성능만을 고려한 패키징으로써는 더 이상 승산이 없을뿐더러, 장기적으로 환경과 기업, 나아가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이제는 친환경을 넘어 필(必)환경이 시대 정신이 된 상황에서 친환경적인 기업과 제품만이 끝까지 지구와 함께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써모랩 코리아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 첫째는 고객이 우리를 찾아주었을 때 최선을 다해 최고의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그들에게 신뢰를 줘 다시 우리를 찾게 하는 것이고, 둘째는 고객이 우리를 기억하고 찾을 수 있도록 전시회, 세미나, 시상식 등 외부행사에 참여하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언론홍보를 하는 정도다. 가장 기본적인 활동부터 차근차근 하는 중이다. 사실 마케팅 전문가가 없어서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온라인을 통한 마케팅 추가 외에는 방향을 결정하지 못했다. 앞으로 본사를 외부에 알리기 위해 마케팅 전문가를 채용할 계획이다.

#써모랩 코리아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다른 경쟁사와 구별되는 차별화된 가치가 있다면.

> 기존의 패키징 업체들은 늘어나는 수요로 인해 생산에만 급급한 나머지 연구, 개발이 미흡했다. 써모랩코리아는 다르다. 우리의 경쟁력은 끊임없는 연구개발이다. 현재 우리 제품에 대해 고객이 만족한다고 해서 현재에 안주하기 보다는, ‘보다 더 고객을 위한’, ‘보다 더 환경을 위한’ 제품의 보완과 신제품 연구를 지속하는 것이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경쟁사와 구별되는 차별화된 가치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 첫 번째는 경쟁업체들이 내놓는 루머, 흠집내기다. 우리가 하는 새로운 제품 개발과 공급은 필연적으로 기존의 시장에서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업체들에게 부담을 줄 수 밖에 없다. 이에 기존 업체들이 상호 발전적인 경쟁 관계에 있기 보다는 우리에 대한 사실 무근의 루머를 퍼뜨리며 흠집을 내 다소 힘들었다.

  두 번째는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어느 곳에서나 느끼는 어려움, 자금 문제였다. 단순한 제조 수준을 넘어 멀리 내다보고 연구 개발을 겸하고 있으나 사실상 회사의 이익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 개발에 필요한 많은 자금을 확보하는 것은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 Pitching Story-key

▲ 김민주 스토리 전문 컨설턴트<br>
▲ 김민주 스토리 전문 컨설턴트

① 키워드를 반복하라! 슬로건으로 만들어내는 피칭 클로징

해당 인터뷰를 통해 느껴지듯 이 기업의 스토리는 한 줄로 요약된다. ‘지구와 함께 살아가기 위한 친환경 포장, 식품의 온도를 잡아주는 포장’이 그것이다. 이처럼 스토리가 명확하다면 관련된 키워드를 반복함으로써 우리의 이야기를 청중에게 각인시키는 것이 좋다. 발표의 마지막, 클로징 구간에서 지구, 온도 등의 키워드를 담아내는 것은 어떨까. 특히 이 기업의 이름인 ‘써모랩 코리아’를 활용하자. 영어로 THERMO LAB KOREA, 즉 온도를 연구하는 연구소라는 뜻이다. 이것을 피칭덱 클로징에서 풀어볼 수 있다. “지구 온난화 등 나날이 상승하는 지구의 이상 기온 속에서 저희는 지구와 함께 나아갑니다. 지구의 온도를 지키고, 식품의 온도를 지키는 기업. 온도를 연구하는 기업, 써모랩 코리아였습니다” 등과 같은 슬로건으로 끝맺음해 청중에게 재각인 시켜보자.

② 이전의 성과를 통해 밝은 미래를 짐작하게 하라

이 기업은 우리가 마켓컬리, 헬로네이처, 프레쉬 코드 등에서 주문 시 접하는 에코박스 뿐 아니라 젤 아이스팩의 단점을 보완, 친환경적 요소를 접목시킨 ‘에코팩(Eco-pack)’을 연구, 개발에 성공했고, 현재는 파쇄된 신문지를 활용하여 만든 100% 친환경 배송박스 ‘에코 라이너(가칭)’가 주요 개발 타깃이다. 때문에 피칭의 주 목적은 ‘에코 라이너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얻기 위한 IR피칭이 될 것이다.

피칭의 초반부에 이미 판매 성과가 좋은 에코박스와 에코팩을 간단히 언급해 기업 신뢰도를 높이고 에코라이너를 본론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어떨까. 사실 투자자들 역시 투자 아이템에 대한 성공을 100% 예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면 신규 투자를 결정할 때 눈여겨보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로 바꿔 말해보자. 나는 영화를 고를 때 주연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마리옹 꼬띠아르의 새 영화 <엔젤 페이스>를 예매하기 전, 그녀가 기존 작품인 <인셉션>, <라비앙 로즈>, <내일을 위한 시간> 등에서 보여준 연기를 바탕으로 새 영화의 작품성을 추측해본다. 피칭 또한 마찬가지가 아닐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성공에 대해 다루는 발표인 만큼, 그 성공을 내다볼 수 있게 만드는 근거가 필요하다. 즉 기존에 성공했던 A사례를 보여주고 B를 설명함으로써, A를 통한 B의 성공 예측이 가능하도록 돕는 것이다.

 ③ ‘남보다 나은’이 아닌, ‘남과 다른’ ! 차별화된 요소를 찾아라

장점이 아니다. 차별점을 찾아야 한다. 경쟁업체들과는 다른, 그 한 끗이 중요하다. 타 포장재 제조 기업이 물건을 찍어내기만 하는 제조업이라면, 이 기업은 멀리 내다보고 R&D, 즉 연구와 개발을 겸하는 기업이라는 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다시말해, 기존의 기업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개발 노하우를 지닌 기업이라는 것. 나아가 올해 하반기에는 리터너블 운송용기, 친환경 식품용기, 친환경 파우치, 바이오/의약품 배송용기까지 순차적으로 연구한다는 계획은 그 자체가 스토리다. 무수히 많은 연구 경험과 시간에 의해 켜켜이 쌓여진 노하우들,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질 새로운 제품들을 향한 기대감. 이것이 피칭덱에 적절히 녹아들 때, 비로소 이 기업만의 무기가 된다. 나아가 에코 패키징을 연구하고 만들어내는 ‘에코 기반 전문 기업’이라는 브랜딩도 가능해진다.

“저희는 일반 포장업체들처럼 생산 중심의 기업이 아니에요. 환경과 식품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더 좋은, 더 나은 포장을 연구하는 기업입니다. 인간과 자연이 함께 가는 길을 만들고 싶어요”라는 그의 말처럼 다른 기업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나만의 뚜렷한 색깔. 왜 우리 기업이어야만 하는지, 우리에게는 ‘Why me’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