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과학문화협력단 최연구 단장
반복 작업·계산 등 로봇이 대체하고 있어
소비패턴의 변화,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잉여시간의 급증, 미래의 동력은 문화
기술보다 사람을 중심으로 기준 마련
초인공지능 시대, 사람의 의미 물어야

ⓒ투데이신문
한국과학창의재단 최연구 과학문화협력단장ⓒ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4차산업혁명은 우리 삶의 많은 것을 대체한다. 인간의 육체노동은 로봇이 대신하고 이성적 활동의 상당부분도 인공지능으로 대체 가능하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의 감각도 전기신호로 변환돼 디지털 세상 속에 편입되기 직전이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현실의 많은 것들을 가상 속에 구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꼭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면 그것을 꼭 실현해야 하는 것일까. 한국과학창의재단 최연구 과학문화협력단장은 그럴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디지털로의 전환 목적은 아날로그의 삶을 편리하게 도와주는데 있다는 것이다. 

과학문화의 대중화와 교육 활성화에 힘써온 최 단장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매우 중요하고 장려해야하지만 아날로그가 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즉 디지털만으로는 인간의 삶을 충족할 수 없다는 조언이다. 

최 단장은 특히 4차산업혁명 앞에 선 인간의 태도를 강조했다. 로봇‧인공지능과 경쟁할 것이 아니라 변화를 수용하고, 인간은 누구인가를 질문하며,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견해를 그의 저서 ‘미래를 보는 눈’, ‘4차 산업혁명시대 문화경제의 힘’ 등을 통해 전해왔다. 

로봇세‧현금없는 사회‧디지털 범죄 등의 기사를 기획했던 <투데이신문>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최 단장을 직접 만나 4차산업혁명의 흐름을 엿보는 한편, 앞으로의 변화를 정리했다. 

노동환경의 급격한 변화, 인간 노동의 퇴출

Q. 4차산업혁명 시대, 노동환경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된다. 어떤 직업이 부상하고 어떤 직업이 사라질까.

많은 미래학자들이 전망했지만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갖고 경향성을 말할 수 있을 뿐이다. 다만 포괄적으로 보면 반복적인 작업, 계산, 연산 등은 기계와 컴퓨터가 더 빠르고 정확할 수밖에 없다. 데이터에 기반을 둔 분야도 인공지능이 대신하게 될 것이다. 가령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불리는 회계사의 경우 현재도 굉장히 각광 받는 직업이지만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대차대조표 작성의 정확성에서 컴퓨터가 앞설 수밖에 없다. 의학 역시 수술로봇이 도입되면 외과 의사들의 영역도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법률가의 법조문 및 판례 분석도 데이터의 영역이다. 

Q. 로봇과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인간 노동의 퇴출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19세기 영국에는 기계가 노동자들의 일거리를 빼앗아 간다고 해서,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Luddites Movement)도 있었다. 1910년대에는 마차와 차량이 경쟁하는 과정에서 마부들의 격렬한 반대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10년 만에 마차가 없어졌다. 중요한 것은 변화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어떻게 적응하고 변화를 선도할 것인가를 생각해야한다. 사람의 영역이 좁아지는 직업들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컴퓨터가 데이터를 판독하지만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건 또 사람이다. 결정을 인공지능에게 의존할 수는 없다. 의료 분야도 수술로봇을 어느 부분까지 활용할 것인지는 사람 의사가 당연히 판단해야할 영역이다. 

Q.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계층은 어떻게 대비해야할까.

교육이 중요하다. 학교교육뿐만 아니라 평생교육이 중요하다. 정규교육과 비정규교육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가 올 것이다. 학교라는 공간이 퇴진할 것이라는 말이다. 때문에 미래학자들은 대학의 학위도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얘기한다. 이미 온라인을 통해 세계 유수의 대학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다만 한 사회의 교육은 변화가 느린 부분 중 하나다. 제도의 변경도 쉽지 않다. 때문에 의도적으로 교육 분야의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평생교육은 직업 선택과도 이어질 것이다. 급격한 기술 변화가 이뤄지는 시대일수록 교육이 더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지고 변화가 촉발돼도 결국 수용하고 살아가는 건 사람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사람이나 사회가 수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지속적인 재교육이 필요한 거다. 앨빈 토플러는 21세기의 문맹은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고, 배운 걸 일부러 잊고, 다시 배울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이전의 기술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연속의 과정이 없다면 문맹이라는 것이다. 지식에도 절대 지식이란 없다. 10년이 지나면 새로운 지식이 나오고 패러다임이 변한다. 학교 다닐 때 배웠던 지식으로는 평생 살아갈 수 없다.  

Q. 인간 노동 소외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로봇세 도입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로봇세는 검토해봐야 한다. 이제는 충분히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 할 시점이다. 기계화가 진행되면 그 속에서 노동을 하는 건 사람이 아니게 된다. 따라서 사람의 노동시간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절대적인 생산량을 늘릴 수 없는 만큼 환경에 맞게 가야 한다. 기계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고 기본소득 같은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유럽에서는 이미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투표도 있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와 문화산업의 부상 

Q. 생산과 소비양식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과거의 생산방식은 대량생산 중심으로 양산하는 방식이었다. 앞으로는 롱테일 경제(the Long-Tail Economy)에서 말하는 것처럼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로 갈 것이다. 사람마다 다 취향이 다르고 기호가 다르기 때문에 거기에 맞게 생산과 소비 패턴도 바뀌지 않겠나. 3D프린터가 큰 의미를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량생산을 위한 것이 아니라 10개씩, 100개씩 여러 가지 기호에 의해서 생산하는 거다. 실제로 요즘 소비 트렌드를 보면 마켓컬리 같은 곳이 부상하는데 거기에 상품이 굉장히 다양하다. 소비패턴도 그런 식으로 바뀔 거다. 옛날 같으면 하이퍼 마켓(대형할인점) 같은데서 많은 양을 싸게 사는 형태였지만 앞으로는 소량으로 필요한 만큼만, 기호에 따라 다양한 것들을 구매하게 될 것이다. 

Q. 저서 ‘4차 산업혁명시대 문화경제의 힘’에서 미래자본주의의 동력은 문화라고 언급했다.

앞서 말했듯, 기계가 인간의 육체노동을 상당부분 대체하게 된다. 결국 인간의 노동시간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고 여가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인간이 여가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좀 더 인간적이고 재미있고 즐거운 것에 시간을 소요할 수밖에 없다. 결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대될 것이다. 무인자동차를 예로 들면 과거에는 사람이 운전을 한다는 개념이었지만 이제는 버튼을 누르고 작동만 하면 된다. 한 시간, 두 시간 이동하는 과정 중, 차안에서 인간이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 등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는 거밖에 없다. 그러면 새로운 문화적인 상품들이 계속 필요할 테고 관련 산업이 커질 수밖에 없다. 즉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문화생활이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사람이 생산하는 분야도 문화나 감성의 영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중장기적 변화 예측, 이제는 생존의 문제 

Q. 4차 산업혁명에서 미래예측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미래예측에 대한 책은 2009년 즈음 정리했다. 중장기적‧거시적 관점의 중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과학 기술이 수용되고 사람들의 삶속에 뿌리를 내리는 데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린다. 가치관이나 인식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장기적인 변화에 대한 예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후 과학기술이 미래사회를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고민했고 미래학 입문서들을 썼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작업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기업이 소비 트렌드와 기술 변화를 예측해야 살아남을 수 있듯, 국가도 마찬가지다. 전체 정세를 보고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심리를 예측하는 게 중요하다. 

Q. 미래예측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미래에 대한 관심이다.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 이런 관심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무엇이 ‘올바른 것이다’를 정하는 것보다는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한 거고 그래서 공론 위원회 활동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 정책 같은 경우 전문적인 분야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기술의 성과는 모든 사람들이 같이 누리는 대상이다. 자기 분야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거기에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고 또 그런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 때문에 과학에서도 앞으로의 키워드는 참여다. 미래에 대한 관심이라는 게 특정한 계층 및 분야만의 미래는 아니지 않는가. 이 같은 차원에서 국회 미래연구원도 만들어졌고 좀 더 이런 움직임이 활성화돼야 한다. 일반 시민사회에서도 항상 관심을 갖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 

Q. 개인에게 있어서 미래예측의 의미는 무엇인가.

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가치관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결국 변화가 이뤄질 거라면 그걸 피하면 안 된다. 도전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고 당장의 이익보다는 한 수 앞을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개인에게서도 중장기적 관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당장의 이익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길게 보면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미래를 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당연한 말이지만 5년 후, 10년 후를 내다보며 개인의 삶을 준비해야 한다. 나아가 변화에 대한 관심, 트렌드에 대한 관심, 평생학습에 대한 자세가 중요하다. 

Q. 개인의 삶 속에 미래예측을 포함한 과학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누군가가 어떤 지식을 알고자 할 때 그것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공간이나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한다. 그래서 과학관이 중요하다. 선진국에서는 성인들이 과학관을 굉장히 많이 이용한다. 성인 중심의 과학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인데 그런 것들이 도입돼야 한 사람이 평생 동안 과학에 관심을 두게 된다. 단순한 과학의 역사나 체험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변화를 가늠하고 체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 도서관처럼 생활 속으로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4차산업혁명 시대의 위험요소들

Q.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디지털 블랙아웃, 해킹 범죄의 증가는 실제 위협으로 다가온다. 

디지털로는 한계가 많다. 기계라는 건 기본적으로 코드를 뽑아 전력을 통제하면 마비된다. 디지털 블랙아웃이라든지, 해킹의 우려라든지 여러 가지 위협들이 있다. 이 위협을 제어하는 방법은 아날로그와 함께 가는 것이다. 디지털화가 굉장히 중요하고 4차산업혁명의 핵심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날로그를 대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날로그가 있기 때문에 디지털화가 필요한 것이다. 사물인터넷도 사물이 있어야 의미가 있다. 가상 속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미 10여년 전 디지로그(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어)를 언급한 이어령 교수는 매우 선지적이었다고 생각한다. 

Q. 디지털화에 따른 개인 단절 문제도 있다. 타인 없이도 생존 가능한 시대에 사람은 어떻게 연결성을 확보할 수 있을까.

아날로그 공간을 통한 만남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강조될 것이다. 디지털 커뮤니티가 굉장히 발달해 있는데 밖으로 나와 만나야 한다. 기술의 발전은 인간에게 굉장히 유익하고 편익을 주지만, 인간이 기술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통제할 수 있을 때 기술이 의미가 있다. 자꾸 디지털화로만 가면 익명성에 갇힌다. 개인의 단절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Q. 최근 정부가 https 웹페이지 차단 정책을 내놓으면서 검열 논란이 제기됐다. 기술의 발전에 따른 국가의 개인 통제 문제다. 기준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
  
기술발전이 적용되면서 사람의 생활이 굉장히 많이 노출될 우려가 있다. 이미 우리는 아침에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CCTV에 수십 번, 수백 번 찍힌다. 그래서 폴 비빌리오 같은 사람은 ‘사생활의 종말’을 말했다. 개인 통제에 대한 기준을 함께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ELSI(Ethical, Legal and Social Implications)를 중요시한다. ELSI는 기술을 윤리적, 법적, 사회적 의미에서 고려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과 기술의 적용만 중요하다는 방향으로 가면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올 수밖에 없다. 정부가 4차산업혁명 이야기할 때도 사람중심을 이야기한다. 그게 중요한 전제다. 4차산업혁명이라고 할 때 사람들은 인공지능이나 블록체인이나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같은 기술들만 생각하는데 중요한 건 이 기술들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느냐다. 따라서 기술의 적용 기준을 정할 때 비과학계의 윤리학자, 철학자들이 참여해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Q.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혹자는 인간이 바둑을 두는 의미가 사라졌다고 말한다. 

바둑의 본질은 게임이다. 바둑을 두는 목적은 이기는 것만이 아니다. 인간 사이의 문화적인 생활로 접근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계산기와 사람하고 누가 더 빨리, 정확히 계산을 하느냐는 의미가 없다. 마찬가지다. 알파고를 인간이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인공지능과 사람이 누가 계산을 잘하느냐인데 바둑이라는 것도 경우의 수가 많지만 결국 가능성은 제한돼 있다. 인간과 인간의 바둑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과거 전자계산기가 나왔을 때도 교육학자들은 사칙연산의 능력이 떨어진다고 사용을 반대했다. 하지만 현재 프랑스에서는 중고등학교 수학시험에서도 계산기를 꺼내놓고 한다. 단순계산을, 간단한 도구를 통해 할 수 있는 걸 굳이 인간이 암산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비슷한 차원의 이야기다. 인간과 기계의 대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없는 문제다. 

Q. 아직은 먼 이야기지만 초인공지능의 탄생이 거론된다. 인간을 넘어서는 지성이 나타나면 사람은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까. 

그래서 인문학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문학이란 무엇인가, 기계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한다. 인간과 기계는 다르다. 반복하지만 인간이 기계와 경쟁하려해서는 안 된다. 기계는 인간이 만든 피조물이다. 인간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든 것이다. 계산기와 사람의 경쟁이 의미가 없듯이, 과학기술을 이야기할 때도 결국 인간에게 기술은 무엇인가, 인간은 왜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한다. 미래 역시 인문학적 관점에서 인간중심으로 봐야한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