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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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여성단체들은 왜 장자연 사건에는 침묵하고 있나요?”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고(故) 장자연씨의 사건의 재수사에 착수한 뒤로 관련 기사에서 자주 보이는 댓글이다.

이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은 “여성단체가 영향력이 막강한 조선일보 사주가 연루된 사건에는 침묵한다”거나 “페미니스트들이 장자연 사건은 이용가치가 없다고 여겨 연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틀렸다. 한 글자도 안 맞는다. 인터넷 기사 검색을 조금만 해봐도 금방 거짓임이 드러난다. 포털사이트에서 뉴스를 검색하면 사건 초기인 2009년부터 연대해 온 여성단체들의 활동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등 수많은 여성단체들은 사건 발생 이후 성역 없는 수사를 요구하며 들고 일어섰다. 검찰이 재수사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2011년에는 특검 도입을 주장했으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인 2018년에는 검찰 과거사위에 재수사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실제로 장자연 사건을 재수사하게 된 데는 부실수사에 대한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해 온 여성단체들의 역할이 컸다.

이들은 장자연 사건의 해결을 위해 여성단체를 비판하는 것일까. 결코 아닐 것이다. 이들이 정말 장자연 사건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면 여성단체들의 활동을 몰랐을 리 없다. 그저 페미니즘에 반감을 가진 이들이 여성단체를 공격하기 위한 빌미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런 댓글은 장자연 사건 관련 기사뿐만 아니라 안태근 전 검사장, 안희정 전 지사, 정봉주 전 의원, 고은 시인, 조재현 배우, 김기덕 감독 등 성폭력 사건 댓글에서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거짓 주장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자연 사건’은 권력자들이 저지른 명백한 범죄인 반면, 다른 사건들은 범죄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이들에게 성폭력 사건은 ‘여지를 준 여성들의 잘못’이거나 ‘꽃뱀’에게 당한 일, 혹은 불륜에 불과하며 불법촬영·유포는 ‘남성이라면 그럴 수 있는’ 문화였던 것인가.  

이전까지는 주목되지 않았던 여성단체들의 활동은 미투(#Metoo) 운동을 계기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장자연씨가 숨진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스피커가 여성단체에 주어졌다. 때문에 여성단체를 비난하는 이들에게는 ‘범죄도 아닌 일에 열을 내는’ 여성단체들이 명백한 범죄인 장자연 사건에는 침묵했던 것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여성단체들은 사건 초기부터 지금까지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연대해왔다.

이들의 주장은 마치 4월 16일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자리에서 “왜 천안함 희생자들은 추모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과 같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이들을 비난하기 위해 천안함 피격사건 전사자들을 거론하는 것처럼 그저 여성단체를 공격하기 위해 장자연 사건을 들먹일 뿐이다.

지속적으로 연대해 온 이들에게 ‘왜 침묵하느냐’라며 비판하는 것은 사건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장자연 사건의 해결을 바란다면 여성단체들이 침묵하고 있다며 비판할 게 아니라 피해자와 연대하고 철저한 재수사와 진상규명을 촉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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