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 저자
트럼프의 정치는 反오바마…북한 문제 해결할 것
5000만명이 경쟁력 가지면 반도 단점 아닌 장점
위대한 리더가 필요…메르켈 같은 통 큰 리더됐으면

김택환 경기대학교 특임교수 ⓒ투데이신문
김택환 경기대학교 특임교수 ⓒ투데이신문

북한은 미중 무역 전쟁을 ‘역이용하는 전략’을 고민할 것이다. 북한경제의 개혁・개방을 말한다. 북한에는 베트남의 도이머이 같은 정책이 필요하다. 일당 체제와 경제 성장을 동시에 이룬 싱가포르나 베트남처럼 되려면 세계 경제 질서로의 편입이 필수적이다. 2월 27~28일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로 베트남이 확정됐다. 영구 평화론에서 “무역과 경제 교류를 통해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게 된다”고 설파한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의 말이 지금 북한에 딱 맞는 표현이다. 미국이 개혁・개방의 손을 내미는 이 시점이 북한에는 경제 발전에 전환을 이루는 절체절명의 기회다 - 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넥스트 코리아’, ‘넥스트 리더십’, ‘넥스트 인더스트리: 21세기 대한민국 국부론’ 등에 이어 6번째 책 ‘넥스트 월드 & 코리아: 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를 집필한 경기대학교 김택환 교수 특임교수는 과거같이 우리가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이웃 패권 국가들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독일이 평화 통일과 ‘부강한 나라’로 유럽의 중심 국가가 된 것처럼 “대한민국 미래(Next Korea)는 독일을 넘어서야(beyond Germany) 한다”고 강조한다. 

김택환 교수의 이번 저서가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2차 북미(北美) 정상회담이 예고돼 있던 가운데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서 저술했기 때문이다. 당시 북미 회담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이 컸던 만큼 수많은 전문가들이 예측과 전망을 내놨다. 

<투데이신문>이 만난 김택환 교수는 “우리는 한반도를 둘러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3대 강국에 얼지 말고 꿈과 용기를 가지고 부강한 위대한 나라로 가야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반도는 당하는 나라가 아닌 새로운 문명이 꽃피우는 곳”이라고 전하며 “이를 위해 더 큰 꿈과 더 큰 용기를 가져야 한다. 우리도 고래 틈에 끼인 새우가 아니라 최소한 재빠른 돌고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통일을 현지에서 직접 목격한 김택환 교수는 다가오는 신냉전 시대에 한반도가 또다시 열강의 전쟁터가 되는 것을 막고, 평화와 번영을 이루기 위한 제언을 담은 국내 최초 한반도와 세계 대전망 리포트로써 이 책을 내놨다. 김 교수가 직접 발로 뛴 해외 취재와 학자, 언론인, 외교관 등 4개국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와의 심도 깊은 대담 및 각종 매체와 논문을 통해 미·중·일·러 4강의 속내와 야망을 꼬집고 있다. 

김 교수는 2차 북미 회담은 북한이 경제 발전에 전환을 이룰 기회로 내다봤다. 지난달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있었던 2차 북미(北美)회담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에 비해 낮은 성과가 나왔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트럼프의 의도를 김정은이 알고, 김정은의 의도를 트럼프가 알게 된 것 자체가 성과”라고 전하며 “70년간 적대적 관계였던 북미 관계가 지도자 몇 번 만났다고 하루아침에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며 “서로의 패를 깐 만큼 이제부터가 진짜 외교 실력이 나올 것”이라고 희망섞인 전망을 내놨다.

아래는 저자와의 일문일답이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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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 북미 회담이 결렬돼 국민들이 안타까워하고 있다. 2차 북미회담을 지켜보면서 느꼈던 감정은 무엇이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할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지난 1950년부터 지금까지 70년 동안 북한과 미국은 적대국이었다. 전쟁과 미사일, 핵 개발, 경제 제재 등 여러 가지가 엉켜 있다. 너무 꼬여 있어서 시간과 노력이 배 이상으로 필요하고 훨씬 더 고통이 따른다. 북한과 미국의 지도자가 만났다고 성장통 없이 하루아침에 해소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좋은 것도 있다. 이제 서로의 패를 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의도가 무엇인지 김정은의 의도가 무엇인지 서로에게 보여준 것이다. 이제부터가 진짜 외교가 될 것이다. 꼬인 실타래는 하나씩 풀어야 한다.

우리 정부도 좀 더 통 큰 외교를 해야 한다. 작은 건 떼어줄 수 있는 외교를 해야 한다. 유럽에서 공부하며 독일이 어떻게 풀어가는지 두 눈으로 목격했다. 독일은 통일을 하기 위해서 돈도 주고 땅도 떼 주고 과감하게 갔다. 우리의 역사에서도 고려 때 서희가 담판을 통해 통 큰 외교를 선보여 동북아 259년의 평화를 유지했다. 독일은 통일을 위해 소련, 미국을 방문하고 수차례에 걸쳐 주변국들과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만남을 가졌다. 

독일과 프랑스는 철천지 원수사이다. 하지만 2차 세계 대전 이후 드골이 독일을 방문해 독일어로 독일 국민의 위대함을 연설해 물꼬를 텄다. 우리도 그런 통 큰 지도자가 필요하다. 아쉬운 점은 우리가 너무 국수주의적으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일본과의 관계가 나빠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과도 좋은 관계로 가져가야 한다. 오히려 손을 잡고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이 힘을 합쳐 슈퍼미들파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교의 레버리지(Leverdge)를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이 EU를 통해 힘을 합쳤듯이 우리도 일본과 힘을 합칠 필요가 있다. 

Q.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때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북미, 남북간 관계가 이렇게까지 개선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고 한다. 트럼프의 어떤 점이 한반도에 이런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나는 지난 2016년 12월 자에 신문칼럼으로 트럼프가 당선되면 하나는 굉장히 좋아지고 하나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한반도의 빅뱅 시대가 올 것이고, 미국이 국수주의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 트럼프의 당선은 블랙스완이다. 당선을 예측하진 못했지만 지나고 보면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도 알고 있다. 한반도에 트럼프의 정책이 긍정적으로 발휘하는 가장 큰 이유가 트럼프 방식이 반(反)오바마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대부분의 국가와 사이가 나빠졌는데, 오히려 북한하고만 친해졌다. 오바마가 해결하지 못한 일을 해냄으로써 오바마를 넘고자 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문제 해결에 힘을 쏟을 것이다. 이게 트럼프가 살아온 인생 방법이다. 더 큰 거래를 할 것이다. 

Q. 북미 회담은 결렬됐지만, 남북 철도 연결 등 남북 경제협력은 지속해서 진행될 것으로 현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만약 이런 남북경협이 미국의 의사에 반하게 되더라도 추진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북한에 돈을 직접 투자할 수 없기 때문에, 남북 철도 연결 등은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전략이다. 솔직히 철도 물류는 사실 큰 의미는 없다. 철도보다 선박으로 물건을 나르는 것이 안전하고 싸다. 철도로 연결돼 봐야 사람이 대륙으로 나가기 편해졌다는 것이다. 오히려 우리는 북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지금보다 훨씬 강화해야 한다. 이른바 실핏줄 연결이다. 이산가족, 스포츠, 문화, 예술 등 남과 북의 인민들이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부분이 안되고 있어 아쉽다. 실제로 외국에서는 남과 북을 가르켜 샴페인만 터뜨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Q.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은 소위 말하는 강대국들이다. 저자께서 트럼프를 ‘크레이지’ 리더십, 시진핑을 ‘황제’ 리더십, 푸틴을 ‘차르’ 리더십, 아베를 ‘애국주의 마초’ 리더십으로 규정하고 이에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토롱맨을 가진 국가들과 우리가 스트롱맨으로 맞설 순 없다. 우리는 ‘아름다운 나라’로 가야 한다. 이런 리더십을 보여준 이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 같은 리더십이다. 포용하고 관대하며 강해야 한다. 우리나라를 가보고 싶은 매력적인 나라로 만들고, 우리의 상품을 사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세계 보편적 가치를 충실히 이행하는 나라로 만들 그런 리더십이 필요하다. 

Q. 문재인 정부(또는 그 이후 정부까지도)가 어떤 전략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또 그것을 위해 우리가 감수해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나.

국가 비전을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중재자로 제안했을 때 문재인 정부는 이걸 받았다. 좋은 일이다. 대선 때는 적이었지만 필요할 땐 손을 합쳐 국가 대통합으로 가야 국가 비전을 확실하게 세울 수 있다. 

먼저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청년의 미래가 없다면 나라의 미래도 없다. 청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미세먼지는 재앙이다. 유럽 같은 나라는 이미 다 해결했다.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도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부터 풀어야 한다. 석탄(갈탄)을 많이 쓰면 안 되고, 자동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낙후된 공장들도 처리해야 한다. 

아울러 빈부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또 버닝썬 등으로 폭발한 민심을 이해하고 성폭력 추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물뽕(GHB), 마약 등으로 여성을 약에 취하게 만들어 몰카 찍어서 뿌리는 등 이런 일들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방송도 해당 연예인에 대한 출연을 금지하고, 연루된 경찰 등 고위직에 대해 한국 언론이 살아 있다면 끝까지 파야 한다. 아울러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지만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방자치제도를 연방제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 지방이 죽어가고 있다. 세계에서 잘나가는 나라인 스위스, 독일, 미국 등을 봐라 다 연방국가다. 지방이 살아야 국가의 경쟁력도 생긴다. 

Q. 최근 신 냉전이라고 불릴 만큼 총성없는 경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전쟁에서 우리가 승리(또는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 가짐과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국민 하나하나가 각 분야에서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제2의 김연아, 제2의 박세리 같은 각 분야의 정상들이 나와줘야 한다. 스위스가 세계대전이라는 포화 속에서도 살아남은 것은 800만명의 국민 한명, 한명이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5000만 국민 한명, 한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면 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가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개인적으론 조선이란 나라가 너무 오래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처절하게 망한 것이다. 내부의 반성부터 해야 한다. 사대주의, 분파주의, 패거리주의도 내부 반성이 없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인류는 반성으로부터 발전해 왔다. 나치 독일이 EU를 이끄는 유럽 최강국이 됐다. 그 기반에는 반성에 있다. 

Q. 마지막으로 책을 읽은 독자에게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면.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에포케(epoché)다. 의식에 직접적으로 부여되는 현상을 기술·분석하는 철한인 현상학의 핵심 키워드가 에포케다. 에포케란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 판단중지(判斷中止)를 뜻하는 말이다. 즉, 아집에 관해 판단을 중지 하라는 것이다. 모든 사고를 백지로 만들어서 아집과 선후 경향을 빼고 미래를 봐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현상이 열린다. 새로운 현상을 열려면 기존의 가치를 버려야 한다. 조선 시대, 구한말, 전쟁을 거치면서 생긴 나쁜 아집과 패거리, 찌꺼기를 없애야 한다. 

또 위대한 리더가 나와 줘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와 독일간의 가장 큰 차이는 리더다. 독일은 전쟁 이후 8명의 총리가 있었는데, 단 한명도 부정부패에 연루된 적이 없다. 반대로 우리는 단 한명도 부정부패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최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미국 뉴욕타임즈가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에이전트로 불렀다고 비판했다. 참 웃긴 일이다. 뉴욕타임즈는 트럼프 대통령을 얼간이라고 부른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별것 아닌 외신 보도 하나에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다. 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도 야당 대표의 발언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비판할 필요는 없다. 작은 흠집 내기나 하는 리더가 되지 않고, 독일의 메르켈 총리 같은 통 큰 리더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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