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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채무가 없다며 소송을 낸 상대에게 ‘채권이 존재한다’며 응소했더라도 선행 소송이 각하됐다면 소멸시효 중단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0일 A사가 국가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라며 사건을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생산설비정보화 시스템 개발 업체인 A사는 지난 2008년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생산설비정보화 지원사업 수행 계약을 맺고 4560여만원을 지원받았다.

이후 A사와 사업 지원대상인 B사는 사업이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흥원에 사업 완료 보고를 하기로 하고 A사는 B사의 요구사항이 해결될 때까지 시스템 구축을 지원한다는 내용의 이면계약을 맺었다.

B사는 사업이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2010년 6월 진흥원에 완료 보고를 했고 진흥원은 사업완료 보고서가 허위 작성됐다는 등의 이유로 A사와 협약을 해지하고 지원금 반환을 요구했다.

이에 2013년 12월 A사는 “당사의 귀책사유로 협약이 해지됐다고 할 수 없다”며 반환통보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진흥원도 답변서를 내는 등 응소에 나섰다.

법원은 진흥원의 반환통보는 행정청의 행정처분이 아니어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각하했다. A사는 2015년 진흥원을 상대로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민사소송을 냈으나 법원은 ‘소송 상대방은 진흥원이 아니라 국가’라며 또다시 각하결정을 내렸다.

이후 2017년 A사는 “2010년 채무가 발생한 이후 5년이 지나 채권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사업완료 책임이 있는 A사가 작업을 중도 포기해 A사의 귀책사유에 따라 계약이 해지됐다”며 “A사가 진흥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 진흥원이 응소하면서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봐야 한다”고 원소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을 달랐다. 대법원은 “민법상 최고(催告, 의무 이행 독촉)를 거듭해 재판을 청구한 경우 시효중단 효력은 재판상 청구 시점 기준을 소급해 6개월 이내에 한 최고에 대해서만 발생하고, 소송이 각하된 경우 6개월 내 재판을 다시 청구하지 않는 한 시효중단 효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진흥원은 2010년 8월 25일 A사와의 협약을 해지했고 지원금 반환 채권이 발생했다”며 “반환채권 소멸시효는 그로부터 5년 뒤인 2015년 8월 25일 완성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진흥원은 A사에 응소해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했으나 첫 번째와 두 번째 소송이 법원에서 모두 각하돼 시효중단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또 “국가는 2017년 9월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며 응소했으나 반환채권은 이미 완성된 이후”라며 “국가의 응소로 채권 소멸시효 중단효과가 발생했다고 보고 원소 패소 판결한 원심은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응소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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