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신한·삼성·롯데카드에 수수료율 재협상 요구
카드노동자, 결의대회 열고 대형가맹점 갑질 금지 촉구

카드노동자들이 21일 오후 금융위원회 정문 앞에서 재벌가맹점들의 갑질 금지를 요구하는 한편, 금융당국의 처벌 규정 강화를 촉구했다. ⓒ금융노동자공동투쟁본부
카드노동자들이 21일 오후 금융위원회 정문 앞에서 대형가맹점들의 갑질 금지를 요구하는 한편, 금융당국의 처벌 규정 강화를 촉구했다. ⓒ금융노동자공동투쟁본부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현대자동차에 이어 쌍용자동차까지 ‘계약해지’를 빌미로 카드 수수료율 재협상을 요구하자 카드업계와 대형가맹점들 간의 갈등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특히 카드업계에서는 동종업계는 물론 다른 분야에까지 재협상 기조가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노동자공동투쟁본부와 카드노동조합협의회는 21일 오후 1시 금융위원회 정문 앞에서 ‘카드수수료 갑질 금지 및 처벌 규정 강화’를 촉구하는 총력결의대회를 열고 무기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투쟁본부는 현대자동차의 가맹 계약 해지 압박 이후 “재벌가맹점들이 카드수수료 인상안을 거부하고 소비자를 볼모로 하는 갑질 행위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특히 카드업계는 쌍용차가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며 계약해지를 불사하겠다는 강경태도로 나오자, 르노삼성이나 GM대우 등 자동차업계는 물론, 통신‧유통 등 타 업계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 관계자는 “쌍용차 입장에서는 현대차와 비슷한 요율을 맞추려는 것인데 원래부터 같은 업종이라도 수수료율 인상은 각기 다르게 적용돼 왔다. 현대차가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라며 “당연히 다른 곳에서도 가맹 해지를 무기로 원하는 수준의 수수료율을 가져 올 수 있다고 판단, 똑같은 형태의 협상을 요구해올 수 있다. 안타까운 상황이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대형가맹점들의 이 같은 행동은 이미 예상됐다. 카드사는 절대적으로 을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제도적 해결을 요구해왔지만 금융당국이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라며 “금융위원회가 형사처벌 등을 언급에만 그치지 말고 의지를 갖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쌍용차는 지난 20일 신한·삼성·롯데카드 등 각 카드사에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수수료율 인상을 재협상하자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각 카드사들은 기존 카드수수료율 대비 0.1~0.14%의 인상을 요구했지만 쌍용차는 이를 대폭 낮춘 0.04% 수준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는 또 공문을 통해 재협상이 결렬되면 이달 25일부터 계약을 해지할 것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수수료율 인상 문제로 카드사들과 극심한 갈등을 겪은 현대차는 계약해지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0.05%대 인상안을 이끌어 냈다. 카드사 관계자들은 수수료율 협상에서 을의 위치에 있어 제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밖에 일각에서는 쌍용차의 재협상 요구가 금융당국에 강대강으로 맞선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쌍용차는 금융당국이 대형가맹점들의 지위를 이용한 수수료율 갑질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다음날, 각 카드사에 재협상 공문을 보냈다. 

업계 관계자는 “겉모습은 (쌍용차가)카드사에게 가맹계약을 해지 하겠다는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상 정부의 정책을 못 받아들이겠다는 것”이라며 “왜 갑자기 입장을 바꿨는지는 모르겠다. 업계 대부분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면서 정책을 수긍한 것인데 대형가맹점들도 사회적 책임을 생각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쌍용차는 금융당국과 대립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으며 동종업계와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쌍용차 관계자는 “카드사에 공문을 보낸 것은 협상을 하자는 것이다. 현대차 정도의 수준에서 협의가 될 수 있도록 요청을 한 것인데 일방적으로 해지를 통보한 것처럼 비춰졌다”라며 “형평성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 받고 있기 때문에 협상을 요구했고 대화가 잘 진행되면 공문에서 정한 데드라인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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