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트럼프, UPU에 요금체계 수정 요구하며 탈퇴 압박
우정사업본부 “중국으로부터 배달 취급비 보전받아”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중국에서 2000원짜리 제품을 직구했는데 배송료가 무료라니!”
주변에서 흔히 듣는 중국 직구 이야기다. 국내 오픈마켓에서 구입을 해도 배송료가 최소 2500원인 상황에서 중국 직구의 큰 비용을 차지해야 할 배송료가 오히려 더 싸거나 아예 무료인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대표적인 중국 쇼핑몰 직구 사이트로는 알리익스프레스가 있다. 알리익스프레스는 우편배송과 함께 자사표준탁송, 국제탁송 등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만국우편연합(UPU) 우편체계가 3그룹에 속하는 중국에 유리하게 돼 있어 우편으로 보내면 배송기간이 길어지지만 거의 무료로 보낼 수 있다.
이유는 UPU에 있다. 국제연합(UN) 산하 국제 우편 업무를 담당하는 기구인 UPU는 1874년에 설립됐으며 현재 192개국이 가입돼 있다. UPU 협약에 따르면, 국영이든 민영이든 각 나라 우정기관(우체국)간 국제 우편물 거래시 적용된다.
UPU, 4그룹으로 나눠 상대국 취급비 차등 보전
하지만 최근 해외 직구 등 국경 없는 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국가간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발송 우체국은 목적지 우체국까지 물품을 운송하는 비용만 부담하고, 실제 목적지까지의 배송비용은 도착국 우체국이 책임진다. 물론 발송 우체국이 손해를 보기 때문에 ‘배달국 취급비’가 생겨 발송국 우체국이 상대국 우체국의 손실비용을 보전해주고 있다. 거래 당사국간 주기적으로 발송·도착량에 따라 상호 정산하고 있다.
상대국 취급비는 우편발전지수(PDI)에 따라 결정돼 국가별 우편배송체계와 경제 수준 등을 고려해 만든 비교 지표로 이 우편발전지수에 따라 차등 보전한다.
미국, 일본, 영국 등 선진국 28개국은 1그룹으로 분류된다. 이들 국가의 우편체계는 목표시스템(Target system)으로 정의되며 해당 국가간의 비용정산은 실제 소요비용의 약 65%를 상호 보상해주고 있다.
나머지 국가들은 발전 정도에 따라 2그룹(순 기부국), 3그룹(중간소득국, 개도국), 4그룹(저소득국, 최빈국)중 하나에 속한다.
이들 그룹 국가의 우편시스템은 과도시스템(Transition system)으로 불리며 해당 국가 간에는 단일 요율을 적용한다.
이중 우리는 2그룹에 속하며, 중국은 3그룹에 속한다. 한국과 중국은 과도시스템 국가로 단일 요율의 배달국 취급비를 상호부과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의 서비스품질기금(Quality of Service Fund, QSF) 재정부담율이 중국보다 크다는 것이다. 이에 우체국 시스템을 통한 중국과의 교역량이 증가할수록 손해를 보게 된다.
서비스품질기금은 개도국의 우편인프라 확충을 목적으로 지난 1999년 북경총회에서 승인된 기금이다.
개도국이 통상우편물을 발송할 때 배달국 취급비의 일정 비율만큼 별도 가산금을 조성해 부담하고 개도국은 자국 계정의 적립금 범위 내에서 이를 통상우편 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는 한국이 중국의 우편배송품질 향상을 위한 비용을 일정부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된 이후 UPU 탈퇴를 언급할 만큼 중국과의 교역에서 큰 손실을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UPU에게 탈퇴 압박을 하며 국제우편 요금 체계를 고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1파운드 소포를 부칠 경우, 중국에서 미국으로 부치면 2.50달러인데 비해 미국 LA에서 뉴욕으로 부치면 7~9달러의 요금이 부과되는 상황이다.
우정사업본부 “손해는 아니다…미국과 비교 할 수 없어”
우리 우체국의 입장은 어떨까?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전화에서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무료 배송이라고 하지만 이는 제품 가격에 배송료가 포함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배달국 취급비를 중국으로부터 보전 받기 때문에 물류량이 늘어날수록 취급비도 늘어나 손해를 본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또 미국이 중국과 마찰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이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 1그룹에 포함돼 있어 3그룹에 속한 중국과 수수료에서 차이가 나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2그룹에 포함돼 있고 2, 3그룹 간 취급비는 거의 차이가 없어 손해를 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중국에서 우리나라 혹은 미국으로 발송할 때 드는 운송 총비용 역시 차이가 크다. 미국에 비해 우리는 도착지 배송거리가 짧고 집중 배달 지역이 많아 도착비 배달비용을 따질 경우 미국과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