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스토리 칼럼니스트
▲ 김민주 스타트업 스토리 칼럼니스트
-IR피칭 및 프레젠테이션 스토리 컨설턴트
-현 대전MBC <FM모닝쇼: 영화사용설명서>
-현 대전대학교 이노폴리스캠퍼스 대덕특구 IR피칭 공식멘토
-현 인하대학교기업가센터 스타트업 IR피칭 컨설턴트
-현 서강대학교 인재개발아카데미 실무프레젠테이션 겸임교수
-전 아워홈 경쟁입찰프레젠테이션 전문프리젠터
-전 CMB충청방송 <뉴스포커스> 메인 앵커
-전 대전MBC <뉴스투데이: 투데이핫무비>

당신은 현재 뉴욕 맨하탄 시티 한복판에 서있다. 누군가 당신에게 말한다. 
“Excuse me, I've lost my way. Could you show me where I am on this map?”
(실례합니다만 길을 잃었습니다, 제가 지금 어디 있는 건지 지도 상에서 알려주실 수 있나요?)
영어가 서툰 나. 하다못해 ‘Sorry, but I don't know.’라도 말해서 상대를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한다. 상황이 닥치면 우리는 어떻게든 입을 떼게 되어 있다. 

굳이 콕 짚어 말하지 않아도 외국어는 어렵다.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게다가 연습할 상황도 없기 때문에 학습 속도가 더디기만 하다. 고등학교 시절 영어 공부는 늘 뒷전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교재 속 활자로 배우는 영어 공부는 무던히도 재미가 없었다. 매력도 없었다. 그러던 중 호주에 유학을 가게 되어 홈스테이 한복판에 혈혈단신 던져졌고, 눈이 파란 호스트 파더와 마더 앞에서 결국 반자발적으로 입을 열었다. 어쩌면 내 의지가 아니었으니 ‘입을 열어야만 했다’가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기껏해야 첫 시작은 ‘How are you?’라는 인사에 ‘Fine, thank you’로 이어지는 한국인표 전형적인 다이얼로그였지만 하루하루 반복되는 질문에 익숙해지며 점차 다른 문장들을 붙여나가기 시작했다. 뭐라도 말해야만 한다는 절박감도 한 몫했다.

지구촌은 한 가족이라는 명제 아래, 취업 또는 창업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에게 영어는 필수다. 비단 영어뿐일까.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제2외국어를 익히고 싶어 다양한 학습 프로그램을 찾는 이가 많아졌다. 영어 공부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프로그램 역시 시중에 쏟아지고 있다. 야나두, 스피킹 맥스, 튜터링, 시원스쿨, 뇌새김. 아마 이 중 하나쯤은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단어 암기와 교재 공부, 유튜브 교육 등 사실 영어를 공부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나라에 사는 것, 그 나라를 경험하는 것이라는 걸. 이러한 취지에 가장 적합한 스타트업, 바로 마블러스(Marvrus)다. VR을 활용해 학습자를 해외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국내 최초 가상현실 실사 기반의 어학학습 솔루션 프로그램 ‘스피킷’은 학습자를 해외 한복판에 데려다 놓는다. ‘스피킷’을 만든 마블러스 임세라 대표를 구로 디지털 단지에 위치한 IBK창공 피칭 현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피칭덱(pitching-deck) 스토리의 흐름을 잡기 위한 몇 가지 질문을 던졌고, 그녀의 답변은 꽤 열정적이면서도 동시에 차분함이 돋보였다. 영어 학습의 일대 혁명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자신감에 나 역시 당장에라도 VR 고글을 사서 스피킷을 해보고 싶어졌다. 그녀의 목소리를 옮겨본다.

마블러스 임세라 대표
▲마블러스 임세라 대표

#마블러스

#. 마블러스와 대표님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마블러스는 “눈 떠보니 LA”, “1초 만에 해외 연수” 등의 컨셉으로 만들어진 국내 최초 가상현실 실사 기반의 어학 시뮬레이션 콘텐츠 <스피킷 SPEAKIT>을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초현실, 초연결, 초지능으로 대표되는 ‘초시대’에 적합한 실감형 기술과 콘텐츠를 구현하는 에듀테크 기업이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에서 재학하며 창업 인큐베이팅을 받았고, 이후 2년간의 준비 끝에 2015년 말 마블러스가 탄생했다. 이후 이 아이디어로 카이스트 청년창업투자지주회사의 시드 투자를 받았고 최근 IBK기업은행, 코리아에셋투자증권으로부터 후속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 마블러스라는 회사와 스피킷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계기는.

창업 전까지 자본금을 모으고 초기 비용을 대느라 교육기업 ‘스카이에듀’에서 강사 생활을 병행했다. 외부로 파견 나가 영어 강의를 종종하면서 이론 중심의 영어교육 현장이 이미 실전영어로 바뀌며 말하기의 중요성 역시 커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원어민 선생님이나 유명한 학원들이 많이 없는 지역에서도 양질의 학습을 할 수 있는 솔루션은 없을까 고민했고, 전화영어와 화상영어도 좋지만 이들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사람들을 ‘단 1초 만에 해외에 보내줄 수 있는’ 보다 재미있고 효과적인 교육 콘텐츠와 툴을 개발하고 싶었다.

#. 스피킷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SPEAKIT은 말하기를 연습할 수 있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키트 (SPEAK + KIT), 혀 끝에만 맴돌던 그 말을 하자!(SPEAK + IT)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1초 만에 뉴욕, 런던, LA, 시드니 같은 해외로 이동해서 호텔 예약하기, 식당에서 주문하기, 쇼핑하기와 같은 실제 상황을 직접 경험하게 된다. 특히 SPEAKIT의 콘텐츠는 모두 원어민에 90% 이상이 해외에서 촬영 되었다. 기초 영어 및 일상 회화는 물론, 영어 면접과 직무에 특화된 비즈니스편도 출시됐으며, 화난 바이어 대처하기, 상사에게 보고하기, 계약서에서 오류를 발견한 상황 등 직무 상황 및 직군에 특화된 콘텐츠들도 속속 업데이트 될 예정이다.  

▲ 어학학습 솔루션 프로그램 스피킷

#. 스피킷만의 강점, 경쟁력은 무엇인가.

한 명 또는 여러 명이 제한된 상황에서 대화를 이어 나가야 하는 전화영어, 화상영어와 달리 스피킷은 ‘실제 상황’ 안에 있다는 점, 2D, 3D 그래픽스가 아닌 실제 4K 360도 가상현실로 촬영된 영상 기반의 가장 실제적이고 몰입감 높은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또한 입을 강제로 열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사용자에게 많은 발화 시간을 주고 있는데, 정답처리와 피드백 시 사용자 데이터 분석 후 각 상황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답변’, ‘가장 원어민이 자주 사용하는 답변’, ‘가장 흔히 나오는 오답’ 등의 평가를 제공해준다. 사용자가 어떠한 단어를 사용해 말하느냐에 따라 시나리오가 달라지는 반응형 시뮬레이션이기도 하다.  특히 모두 넷플릭스, 디즈니, CBS, ABS, Oxford University Press, Macmillan 등에서 일했거나 일하고 있는 작가 및 영어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콘텐츠라 실제 영미권 문화의 화법을 체험할 수 있다. VR기반으로 베버리힐즈, 요세미티, 런던의 웨스트민스터사원 같은 관광 명소를 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학습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경험’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

#.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스피킷을 경험해볼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기업, 학원, 학교, 체험존 등에 B2B형태로 공급되어왔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올해부터는 SK텔레콤, 삼성전자, 삼성멀티캠퍼스 등과의 제휴를 통해 B2C 시장에도 한 걸음 가까워졌다. 3월 말부터 SK텔레콤 200개 매장에서 스피킷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고 옥수수, T월드에도 연동돼 쉽게 모바일 버전과 VR 버전을 경험할 수 있다. “눈 떠보니 LA, 눈 떠보니 연애 중, 눈 떠보니 파티 중, 눈 떠보니 헤어지는 중”의 시리즈로 구성해 생활 패턴 자체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녹여냈다. 또한 오큘러스 스토어,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도 스피킷을 다운 받으면 (아직 제한된 버전이지만) 충분히 경험해 볼 수 있다. 

마블러스는 올해 300편 이상의 VR기반 콘텐츠 업데이트를 시작으로 중국어, 스페인어 버전도 출시 계획에 있다고 했다. “안 그래도 힘든 삶에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이 ‘강제 노동’처럼 느껴지지 않고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도록 재미있는 콘텐츠를 발굴해내겠다”는 그녀의 마지막 말이 외국어 공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한줄기 빛이 될 것이다.

▲ 김민주 스토리 컨설턴트
▲ 김민주 스토리 컨설턴트

# Pitching Story-key

① 회사정보, 연혁, 수상, 조직도 = 서론

마블러스의 기존 피칭덱에는 6~7장 정도의 ‘기업소개’가 전진 배치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회사 정보와 연혁, 수상, 조직도, 심지어는 이사진 프로필까지 각 장마다 빼곡하게 적혀있었다. 그러다 보니 마블러스에 대한 본론을 듣기 위해서는 2분 남짓의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총 5분의 피칭 시간 중 이미 반이 지나가 버린 셈이다, 아직 듣고 싶은 이야기가 채 나오지 않았는데 말이다. 

사업계획서의 순서를 그대로 피칭하고 있지 않은지 되돌아보자. 오늘 피칭의 타깃은 누구인가. 오늘의 청중은 당신의 기업과 아이템을 처음 접한 일반 대중인가, 혹은 이미 우리 기업을 익히 들어 알고 있고 본격적인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 자리한 VC(VC: Venture Capital의 약자)가 많은가. 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내가 가장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이 모든 것들을 고민해야한다. 고민이 깊을수록 피칭의 내용 구성도 바뀔 것이다.  

마블러스는 NEST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 IBK 창공 엑셀러레이팅 등에 선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작년 11월, 대한민국 지식서비스 대상, 산업부 장관상을 받을 만큼 능력있는 기업이다. 반면 지금까지 B2B 판매를 준비해오던 터라 대중의 입장에서는 아직 마블러스의 아이템이 무엇인지 모르고 왔을 가능성이 있다. 회사의 위치, 연혁과 이사진 프로필보다 그들은 아이템이 궁금할 것이다. 즉 본론이 우선이다. 정말 하고자 하는 메시지, 그것이 시작부터 보여야 한다. 우리는 컨설팅 내내 고민을 거듭한 결과, 아래의 비유법을 활용한 새로운 오프닝을 만들어냈다. 
 
② 이해를 돕자, 어렵고 복잡한 개념에는 비유법!

프레젠테이션을 여는 문, 오프닝. 프레젠테이션이 잘 짜여진 스토리 구조를 갖추는 데에 클로징과 함께 큰 역할을 하는 구간이다. 특히 전체 프레젠테이션의 틀, 이야기의 프레임(Frame)을 설정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주며, 곧 내가 사용하게 될 단어의 정의를 내린다거나 방향을 지정해 줌으로써 청중의 시선을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리드할 수 있다. 이 구간이 없다면, 전체 PT구조는 낱낱의 개체로 이루어져 결국에는 청중의 인식 속에 덩어리가 남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피칭 시작부터 어학 학습에 대해 대중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생각, 원리를 펼침으로써 사람들의 생각이 그곳에서부터 출발하기를 원했다. 이를 통해 우리의 뜻과 방법에 공감하기를 바랐다. 무엇보다 영어 공부는 실생활에서 쓰이는 ‘말’을 공부하는 학문인 만큼 실전 경험이 가장 좋은 학습법이라는 것을 강조하고자 했다. 

오프닝에서 우리는 비유법을 채택했다. 보통 자전거나 자동차 운전 능력을 몸에 체득하고자 할 때 책으로 공부하기보다 직접 실전에 뛰어드는 것처럼 영어 공부 역시 경험이 제일이다라는 방향으로 우리의 논리를 다져나갔다. 외국어는 책으로 익히는 ‘서술기억’이 아닌 몸으로 익히는 ‘절차기억’으로 배워야 한다는 것을 단순히 용어 설명이 아닌 비유로 풀어냈다. 

스크립트를 간단히 옮겨보자면, “운전을 배울 때 자동차의 부품을 2만개 외우거나, 교재를 읽거나 동영상을 보기보다 직접 도로 주행을 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되는 것처럼, 외국어도 마찬가지다. 단어 암기, 교재, 동영상이 아닌 실제 상황연습이 중요하다”는 흐름으로 리드했다. 기억하자. 어려운 개념, 반드시 설득하고 싶은 개념일수록 기존의 것들에 비유하면 의외로 이야기가 술술 풀리는 때도 많다는 것을 !

③ Thank you는 No, thank you! 클로징을 구사하라

모든 내용을 피칭한 후, 혹시 당신의 마지막 페이지는 ‘Thank you’로 끝나지 않는가. 흔히 경쟁입찰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힘주어 말하고 싶은 부분을 마지막에 넣는 것처럼 피칭도 마찬가지이다. 결론부, 즉 클로징은 반드시 필요하다. 

회사의 이름에 강력한 뜻과 비전이 숨어있다면, 이를 각인시킬 수 있는 ‘단어 반복’ 전략을 취해보면 어떨까. 예를 들면, 마블러스의 회사명 MARVRUS는, VR/AR/MR 콘텐츠로 사용자들에게 Marvelous한(사전적 의미: 놀라운, 믿을 수 없는 훌륭한)경험을 준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클로징에서 비전과 묶어 말해보자. “팀 마블러스(MARVRUS)는 언제나 ‘마블러스(marvelous)한 경험을 고객들에게 주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습니다!”

NASA의 청소부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미국의 린든 존슨 대통령이 미국항공우주국 NASA에 갔을 때, 한 청소부가 우주선을 열심히 청소하는 모습을 보고 칭찬했다고 한다. “청소를 참 깨끗하게, 열심히 하시네요.” 그러자 그가 말했다. “저도 우주선을 달로 보내는 일에 함께 하고 있으니까요.”  

단순히 청소부가 아닌, 우주선을 달로 보내는 일에 함께하는 사람으로 업을 재정의한 것처럼, 우리도 회사를 재정의해보는 것은 어떨까. VR중심 영어교육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회사 차원을 넘어 고객 인생의 마블러스한 경험을 위해 열정적으로 달려가는 회사말이다. 주고 싶은 이미지, 남기고 싶은 이미지가 있는가. 그렇다면 마지막이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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