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퓨전 연주자 ‘아쟁타는 언니’ 김보은
낯선 우리악기 아쟁과 대중음악의 만남
친구따라 접한 국악, 아쟁 매력에 빠져
“아쟁 모르는 분 많아, 알리려 노력”
올해 첫 음반 작업, 나만의 콘서트 꿈

ⓒ‘아쟁타는 언니’ 김보은
ⓒ‘아쟁타는 언니’ 김보은

‘케이팝을 연주하는 아쟁 연주자’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익숙지 않은 악기 아쟁에서 친숙한 대중음악이 흘러나온다. 트로트부터 팝, 강렬한 록 음악까지. 낯선 풍경에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관객들은 이내 이색적인 음악에 빠져든다. 국악기 아쟁 연주자이자 퓨전 아티스트인 ‘아쟁타는 언니’ 김보은씨의 공연 풍경이다. 자신을 ‘국악인이 아닌 그저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그녀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을 듣고 감동받기를 꿈꾼다. 최근에는 공연무대뿐 아니라 인터넷 개인방송 등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음악을 알리고 있는 ‘아쟁타는 언니’. <투데이신문>은 자신의 음악과 닮은 듯하기도 한 유쾌하고 낙천적인 아쟁 연주자 ‘아쟁타는 언니’를 만나봤다.

‘아트라컴퍼니’과 팀투블라썸, 그리고 아쟁타는 언니

Q.어떻게 아쟁연주자가 됐나.

친구 따라 강남 갔다고 해야 하나요. 초등학교 4학년 때 가야금을 배우러 간 친구 따라 국악학원에 갔다가 재밌어 보여 배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가야금을 배웠죠. 원래 호기심이 많은 편이라 궁금한 건 해야 하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양금이나 가야금 병창 등 이것저것 많이 배우고 있었는데 초등학교 6학년때 쯤 아쟁을 접하게 된 거죠. 소리가 너무 좋았어요. 아쟁에 꽂힌 거죠. 그리곤 국악 전문 예술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됐고 대학교까지 전공하게 됐어요. 그리고 지금까지 아쟁 연주자로 활동하게 됐죠.

Q.그 이후 어떤 활동을 펼쳐왔나.

그동안 다양한 곳에서 연주해왔어요. 강원도립국악관현악단에서 비상임 연주자로 활동하기도 했죠. 프리랜서로 활동하면서 국악 연주자들끼리 모여 팀활동도 벌이고 아쟁 발표회도 주기적으로 가졌죠. 그 사이에 아이들에게 아쟁을 알려주는 강의도 하고요. 그러면서 연출자 오태석 선생님의 극단 <목화>에서 악사로 연주도 하고 박칼린 감독이 연출한 넌버벌 국악 퍼포먼스 ‘썬앤문’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경험하게 됐죠.

그리고 현재 소속된 아트라컴퍼니를 만든지 이제 3년째 됐어요. 팀활동 중심으로 음악을 열심히 하다 회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마침 공연 기획 연출하는 현재 대표님과 함께 지금 회사를 설립해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어요. 퍼포먼스 검무팀과 함께하거나 ‘투엔타’라고 해서 난타 퍼포먼스에 국악이 가미되거나 댄스와 국악을 접목시키는 등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고 있어요. 국악을 기반으로 하되 다양한 장르를 융합하는 문화콘텐츠를 기획하는 곳이죠. 또 퓨전국악그룹 팀투블라썸의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아쟁타는 언니’ 김보은
ⓒ‘아쟁타는 언니’ 김보은

Q.‘아쟁타는 언니’라는 활동명은 어떻게 정하게 됐나.

한 5분 만에 지었나? 함께 공연 기획과 연출을 맡고 계신 아트라컴퍼니 대표께서 지어주셨어요. 바로 마음에 들었어요. 지금은 ‘아타’라고 줄여서 많이 불러주시고 있어요.

Q.국악? 팝? 본인이 연주하는 음악을 설명한다면.

국악이라고 하기보다는 그냥 저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고 보통 소개해요. 단지 악기가 아쟁일 뿐이지 똑같이 음악을 하는 사람일 뿐이죠.

그동안 전통음악만 해오다 지금과 같은 퓨전음악을 접한 건 8년 전쯤이에요. 사실 국악이라고 하면 앉아서 얌전하게 하는 게 보통이죠. 물론 전통음악도 관객과의 소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연주자 입장에서는 악기만을 보고 공연하는 게 아쉬웠죠.

예전에 전통음악을 연주했을 때 관객이 목이 부러질 정도로 자는 경우가 있었는데 너무 섭섭하더라고요. 관심 있게 봐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왜 이렇게 많이 접하지 못할까 아쉬웠어요. 아마 그래서 퓨전음악을 선택한 것 같아요. ‘왜 저를 안 봐주세요. 제 음악을 들어주세요’라고. 퓨전음악을 접한 뒤로는 아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대중음악을 많이 들려드리려고 했어요. 아무래도 산조 같은 전통 음악보다는 일반 대중들이 쉽게 감동을 받는 것 같더라고요. 또 대중적인 퓨전 장르가 더 저하고 맞고 좋았어요. 물론 전통음악에 대한 애정이 있다 보니 가요를 연주하면서도 중간에 전통 산조처럼 구성을 넣는 그런 걸 많이 좋아하죠. 보통 계면조를 탄다고 말하는데 듣는 분들도 그걸 많이 좋아해주시더라고요.

Q.음악도 그렇지만, 패션도 눈길을 끈다.

음악도 그렇지만 무대에서 퍼포먼스와 함께 패션도 중요하게 생각해요. 예전에 아프리카에서 공연할 때 한복에 하이탑 운동화를 신기도 했어요. 그때도 반응 좋았죠. ‘어떻게 한복에 운동화를 신을 생각을 할 수 있나’라는 말도 들었어요. 평소 복장에 대해서도 많이 상의하고 연구하고 있죠. 공연 복장과 관련해 도움 주시는 분들도 있고요. 한복의 경우 지금은 예복한복과 생활한복을 디자인하는 델리커스텀의 오지영 디자이너께서 도와주고 계세요. 한복이 갖고 있는 고유의 선과 단아한 아름다움은 지키면서 현대의 다양한 패션 소재를 활용한 젊은 감각의 한복 디자인이 제 음악과 무대와도 잘 어울려요. 한복만 고집하지도 않아요. 무대의상도 음악에 맞게 다양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해요. 정장을 입고 공연하기도 하고, 예전 여름철 워터파크에서 상설 공연을 했을 때는 신나는 음악을 많이 해 한복 대신 탑을 입기도 했어요.

ⓒ‘아쟁타는 언니’ 김보은
ⓒ‘아쟁타는 언니’ 김보은

‘사람 목소리를 가장 닮은 악기, 아쟁’

Q.다른 국악기도 그렇지만. 특히 아쟁은 대중에게 익숙한 악기는 아니다.

공연을 하다 보니 관객들이 아쟁을 잘 모르더라고요. 해금과 착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예전에 국악 하는 사람들하고만 있다보니 ‘사람들이 왜 아쟁을 모르지?’ 라는 생각에 많이 섭섭했죠. 지금이야 ‘아 모를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지만요. 아쟁은 굉장히 매력적인 악기거든요. 저는 아쟁을 사람의 목소리를 가장 닮은 악기라고 소개해요. 아쟁은 손으로 뜯거나 활로 켜기도 하는데 활로 연주할 때는 더욱 그렇죠. 부드럽고 온화한 소리가 나지만 한편으론 우리의 한을 표현할 수 있는, 우리 악기 중 제일 한국적인 소리가 나는 악기라고도 할 수 있죠. 그래서 연주가 듣는 사람에게 더 깊게 다가갈 수 있는 것 같아요.

Q.요즘 공연 무대가 아닌 인터넷 방송을 통해서도 모습이 보이던데.

지금 아프리카TV에서 방송도 하고 있어요. 아쟁을 보다 많이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인터넷 1인 방송을 하게 됐어요. 방송을 보고서 많은 분들이 연주에 대해 좋은 평가해주셔서 감사하고 있어요. 저도 조금 더 원하는 음악을 들려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간단한 유튜브 영상의 경우 제가 연주모습을 촬영해서 공개하고 있어요. 이 같은 활동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드릴 수 있는 계기가 되니까 좋은 것 같아요. 인천에서 열린 ‘1인 미디어 페스티벌’ 초청돼 연주할 기회가 있었는데 우연히 찾아온 지역방송에 출연도 하고 좋았던 경험이었어요.

Q.많은 공연을 했을 텐데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다면.

팀투블라썸으로 논산 육군 훈련소에서 공연한 적이 있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군부대 가면 호응이 엄청나죠. 저희는 단지 국악 연주잔데 아이돌 가수가 된 것 같았어요. 또 한 3년전 홍대에서 버스킹을 했었어요. 국악으로 버스킹을 한다는 자체가 생소하잖아요. 근데 연주 전부터 많은 분들이 모여들더라고요. 그때 정말 많이 좋아해주셨던 기억이 있어요. 제가 낙천적이라서 그런가, 음향문제라든가 공연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막상 공연을 시작하면 재밌어요.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공연에서 나빴던 기억은 없네요.

Q.연주자로서 힘들었을 때는 없었나.

연주가 잘 안될 때가 가장 힘들어요. 하지만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할 만큼의 슬럼프는 없었어요. 보통 국악기 전공자라고 해도 쉽지 않은 길이다보니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저는 힘들어도 그만두겠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적 없은 없어요. 해야 하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깊었죠. 결과물이 좋으면 좋겠지만. 부족한 건 당연해요. 전 배워가는 즐거움이 더 커요.

ⓒ‘아쟁타는 언니’ 김보은
ⓒ‘아쟁타는 언니’ 김보은

‘코벤트가든에서 아쟁으로 케이팝을’

Q.가장 눈앞에 둔 목표가 있다면.

올해의 목표라고 한다면 2019년의 유망주?(웃음)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니까 저를 더 많이 알리는 해가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제 이름으로 된 음반을 작업하고 있어요. 원래 작곡욕심이 있어서 작곡 공부는 계속했어요. 팀곡 같은 경우 부족한 실력이지만 작업해서 공연도 펼쳤고요. 이번엔 제가 작곡한 퓨전스타일의 곡으로 올해 12월 크리스마스에 맞춰 발매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또 저만의 콘서트도 작게라도 열고 싶어요.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이 몇 분 계시는데 저의 이름을 걸고 주기적으로 콘서트를 갖는 게 목표에요. 음반 나오면 제 곡으로 공연도 하고 싶고요. 계획이 좀 어긋나서 실행은 못했지만 영국으로 유학도 가고 싶었어요. 기회가 된다면 영국 코벤트가든에서 함께 연주도 하면서 제 음악을 선보이고 싶어요. 물론 케이팝을 연주할 수도 있고 우리 국악도 알리고 싶어요.

Q.앞으로 어떤 연주자, 뮤지션이 되고 싶은가?

배우라고 한다면 1000만배우, 그런 거 있죠? 저도 연주자로서 보다 많은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해보고 싶어요. 소리하는 김소희씨나 배우 겸 가야금 연주자인 이하늬씨처럼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같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도 하고 싶고요. 제 연주를 듣기 위해 많은 관객이 찾는 그런 음악인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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