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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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금융감독원이 한국투자증권의 SK 최태원 회장 불법 개인대출의혹에 ‘기관경고’를 내림에 따라 경징계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초 영업정지까지 염두에 뒀던 금융당국이 업계의 눈치를 지나치게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유광열 수석부원장 주재로 제3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최 회장에 대한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불법대출’ 혐의를 심의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한 심의위원회는 오후 6시쯤 마무리되며 ‘기관경고’라는 심의결과를 내놨다. 

이번 심의 결과는 금감원장의 결재 또는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금융위원회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7년 특수목적법인(SPC) ‘키스IB제16차’에 SK실트론 주식 19.4% 매입을 위한 발행어음 1672억원을 대출해줬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은 해당 법인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자기자금 없이 SK실트론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실시한 종합검사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의 대출이 사실상 최 회장을 위한 것이라고 판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초대형 투자은행(IB)만 판매할 수 있는 1년 이내 단기 발행어음은 개인 대출은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지난해 11월 말 한국투자증권에 징계조치안을 통보하고 같은 해 12월 영업정지 1개월 등 중징계 안건을 포함한 1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IB의 발행어음 사업에 대한 첫 제재 사례가 나오면 향후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올해 초 열린 2차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부당대출로 보기는 무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금감원의 기조에 제동이 걸렸고 결국 이번 제재심에서 기관경고로 감경이 됐다. 직원에 대한 제재도 1개월 직무정지에서 주의 및 감봉으로 축소됐다.  

금감원은 이번 결정에 대해 “해당 사례가 업계 최초이고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고려했다. 영업정지까지 가는 것은 종합적으로 볼 때 맞지 않다고 봤다”라며 “기관경고 징계도 낮은 수위는 아니다. 시장에 ‘개인 신용공여 금지’라는 충분한 시그널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개인 신용공여가 금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징계수위를 낮춰 금융권 봐주기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금융권에 대한 징계 등을 보면 주의에 그친 경우가 많고 처분이 가볍게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너무 관대한 기조를 이어온 게 사실”이라며 “불법이라고 간주한 부분에 대한 근절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법이 허락하는 내에서 최대한 강한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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