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예교(禮敎)에서 예(禮)와 교(敎)의 의미
[칼럼] 예교(禮敎)에서 예(禮)와 교(敎)의 의미
  • 이종우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4.0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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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우 칼럼니스트
▸철학박사
▸상지대학교 조교수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지난 회차에서 필자는 “예의에 관한 가르침”이라는 예교의 사전적 정의를 언급한 적이 있다. 이번 회차에서는 “예교”라는 말에서 “예”와 “교”의 의미를 나누어 살펴보겠다. “예교”라는 말은 사전적 정의로만 설명할 수 없다. 특히 “예교”에서 “교”라는 말의 의미를 고려하면, 실제로 “예교”라는 말의 더 정확한 정의는 ‘예로서 교화한다’라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예교”는 ‘예의를 가르친다’라는 말보다는 “교화하다”라는 말로 풀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특히 예교가 지배층의 통치 이념이나 가정, 마을, 촌락 등의 공동체 운영의 논리로 작용할 때 앞에서 언급한 ‘예로서 교화한다.’라는 정의는 더욱 두드러진다. 즉 예교는 단순히 ‘예의를 “교육”한다.’는 뜻이 아니라 특정한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도록 사람들은 교화한다는 뜻이 더 정확할 것이다.

물론 “교육”이라는 말의 정의 역시 단순히 ‘지식을 전달한다.’는 의미로 쓰이진 않고, 지식의 전달은 물론이고, 행동의 변화까지 지향하는 의미이다. 그런데 ‘교화’라는 말을 사용한다면, 그 뉘앙스가 교육보다는 조금 넓다고 생각한다. 특히 교육이 지식의 전달에 방점이 있다면, 교화는 (교육에서도 추구하는 것이지만) 사람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한다. 또한 “예교”라는 말에서 “교”라는 것이 “교화”라는 의미라는 것에 방점을 둘 때 “교”라는 말에는 구체적인 실천을 염두에 두고 있다.(참고로 교화의 의미에 앞에서 언급한 대로 지배층이나 특정 집단의 통치 논리가 적용된다면, 교육보다 조금은 전체주의적인 의도를 내포할 가능성도 있다.)

이 구체적인 실천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이 바로 각종 ‘의례’이다. 일부 연구자들이 조선을 예교국가로 규정하면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바로 의례의 체계화이다. 이전 회차에서 언급한대로 조선은 개국 초부터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를 반포했다. 이것은 국가 차원에서 천신(天神), 지신(地神)을 비롯하여 마을신, 조상신 등 각종 신격에게 행하는 의례의 방법과 순서, 심지어는 복장과 제물까지 규정한 것이다. 또한 『주자가례(朱子家禮)』에서 “가(家)”라는 글자에서 드러나듯이 가(家) 단위의 의례까지 국가에서 규정하고 권장하였다. 즉 관혼상제(冠婚喪祭)로 대표되는 개인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한 번은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를 엄격하게 규정짓고 실천할 것을 국가 차원에서 권장한 것이다. 이것은 조선이 “의례”라는 구체적 행위를 규정지음으로서, 조선이 사상적 배경으로 삼고 있는 성리학을 정밀하게 보급하고 뿌리내리게 하며, 이것을 통해 국가의 운영과 통치의 원리를 규정짓고 유지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이다.

앞에서 “예교”라는 말에서 “교”라는 말이 가진 의미를 검토했으니, 이제는 “예”라는 말에 대하여 살펴볼 차례다. 우리에게 “예”라는 말보다는 “예절”이라는 말이 더 익숙할 것이다. 그런데 “예절”이라는 말은 “예의”와 “범절”이라는 말의 합성어라고 볼 수 있다. 예의의 사전적 정의는 ‘존경의 뜻을 표하기 위하여 예로써 나타내는 말투나 몸가짐’이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것은 “예의”라는 말은 한자로 “禮儀”라고 쓴다는 것이다. “의(儀)”라는 말은 그 자체로도 “예의”라는 말이지만, “거동”이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또한 앞에서 언급한 “의례”라는 말에서도 이 한자가 사용된다. 그리고 예(禮)라는 말도 종교적 의미를 가진 示와 제사 도구를 뜻하는 豊이라는 글자의 회의문자이다. 이것은 예절에서 구체적 실천이자 몸짓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범절(凡節)”이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법도에 맞는 모든 질서나 절차”를 뜻한다. 이것은 “예”라는 개념에서 질서 있고, 절차에 합당한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즉 “예”라는 말이 여러 가지 상황에 잘 맞아야 함을 강조한다는 의미이다. 상황과 맥락에 맞으면 예에 합당한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예에 합당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조선은 신분을 나누고, 그 신분에 맞는 복장을 강조했다. 또한 오륜(五倫)을 살펴보면, 아비와 아들[부자유친(父子有親)], 임금과 신하[군신유의(君臣有義)], 성별[부부유별(夫婦有別)], 어른과 아이[장유유서(長幼有序)], 친구[붕우유신(朋友有信)] 등 위치에 따른 행동 규범을 규정짓고 있다. 그리고 쌍으로 묶인 묶음, 즉 부자, 군신, 부부, 장유, 붕우 등도 모두 인간관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하나의 위치이며, 그 상황에 맞는 행동 지침을 알려주고 있다. 나아가서 외교에서 대국(大國)과 소국(小國)의 관계에서 취해야 할 입장도 “사대(事大)”라는 말로 규정짓고 있다. 그리고 유학의 각종 경전에서 그 근거를 찾아서 명분을 만들고, 거기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끊임없이 고찰하고 토론했다. 결국 조선은 “예(禮)에 맞는 것”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이것을 바탕으로 지배층의 기득권과 지배의 질서를 합리화하는 체제를 갖추었으며, 이것이 “예교”의 중요한 속성 중 하나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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