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아더왕의 시대가 열렸다.

중세 유럽을 배경으로 등장한 전설 속의 인물이자 영웅,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아더왕의 이야기가 2019년 뮤지컬 <킹아더>로 화려하게 재탄생했다.  

그간 여러 장르의 작품 속에서 꾸준히 등장해 온 그를 이번에는 과연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고, 2015년 9월 파리 초연 당시 150회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3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정도로 워낙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이어서 한국 초연 소식에 거는 기대가 컸다.

<킹아더>는 왕족의 혈통을 타고난 줄도 모른 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청년 아더가 우연한 기회에 ‘전설의 검’ 엑스칼리버의 주인이 되면서, 미리 정해진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과정을 그렸다. 대혼란을 잠재우고 나라와 백성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인간 아더가 진정한 왕으로 거듭나기까지 그의 성장기를 주로 다루고 있는 가운데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의 대상 귀네비어와 용맹의 상징 랜슬롯 사이의 관계, 그리고 아더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다고 믿고 적대관계를 형성하는 멜레아강과 모르간의 복수가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룬다. 하늘이 정한 운명에 맞서 단 하나의 태양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는 아더의 모습은 안타까우면서도 위대하다. 서사가 확실하고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워낙 뚜렷해 아더왕의 전설을 잘 모르고 보는 관객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전개되지만,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는 연결이 다소 자연스럽지 못한 곳도 일부 있었다. 노래 위주로 구성되는 프랑스 뮤지컬의 특성을 살리는 과정에서 나타난 결과이겠지만 스몰 라이선스 작품으로 들어온 만큼 약간의 보완이 필요해 보였다.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화려한 무대 연출은 <킹아더>가 가진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빛과 그림자, 색채를 잘 활용한 뮤지컬답게 공연장이 가진 한계를 최대한 극복하고 역동적인 배우들의 움직임을 더욱더 스타일리시해 보이도록 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다. 싱어와 댄서의 구분이 확실해서 어떤 장면에서는 마치 콘서트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만큼 순식간에 장르를 넘나든다. 몸짓만으로 상황과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고난이도 안무와 더불어 복잡한 동선의 이동까지 예술적으로 표현해내는 모습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현대적인 감각으로 중무장한 작품 구성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대중적 요소를 충분히 갖춘 작품이어서 몰입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이와 동시에 중독성이 강한 넘버들도 관객들의 귀를 매혹시킨다. 자석처럼 이끌린 사랑에 대한 설렘을 잘 표현해낸 ‘마법처럼’, 운명의 끝을 예감하듯 거부할 수 없는 힘으로 얽혀버린 세 주인공이 굳은 맹세를 외치며 함께 부른 ‘약속해’, 처절한 감정을 담아 노래한 ‘빼앗긴 나의 시간’과 ‘복수의 약속’, 결연한 마음으로 성배를 찾아 떠나는 장면에서 부른 ‘깨어나’ 등 기존에 접했던 뮤지컬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으로 매우 파격적이면서도 새롭게 다가온다. 대체로 부르기 어려운 고음 위주라 뛰어난 가창력을 요하는 넘버가 상당한데도 <킹아더>의 배우들은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배우들의 열연 역시 시선을 이끄는 인기 요소다. 약 2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아더 역의 장승조는 복잡한 감정선을 섬세하면서도 절제된 연기로 관객들을 단번에 사로잡고 캐릭터와 완벽히 하나 된 모습으로 감동을 선보였다. 매 순간 빛나던 눈빛과 결연함이 담긴 그의 표정은 운명조차 신의 선물로 받아들이겠다고 선언하는 아더왕의 모습을 표현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또한 귀네비어 역의 이지수는 끊임없이 자유와 사랑을 갈망하는 도전적 캐릭터로 아더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해냈으며, ‘호수의 기사’ 랜슬롯을 연기한 임병근도 부드러운 목소리와 특유의 따뜻한 감성 연기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모르간 역의 최수진이 복수를 꿈꾸는 악녀로 분해 뛰어난 감정 표현으로 극에 긴장감을 더했고, 개성 있는 연기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강홍석은 멜레아강 역을 맡아 입체적이면서도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냈다.

▲ 최윤영(아나운서/공연 칼럼니스트)
▲ 최윤영(아나운서/공연 칼럼니스트)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전설 속 존재인 아더왕에게 이렇게 끊임없는 관심을 더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각자의 매일을 보살피고 응원해 줄 시대의 진정한 영웅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운명은 주어지는 것이지만, 순간의 선택은 인간의 특권’이라 외쳤던 아더. 진실과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으며, 고통 속에서도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그의 모습에서 ‘킹아더’가 왜 그토록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존재로 남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잠시나마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면 뮤지컬 <킹아더>와 함께 해보자.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느낌으로 당신의 마음을 강력하게 뒤흔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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