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31일은 스텔라데이지호가 남대서양에서 침몰한 지 2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러나 2년이 다 되도록 침몰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실종자들의 행방 역시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2년간 실종자 가족들의 진상규명을 위한 투쟁 활동을 돌아보고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 폴라리스 쉬핑과 정부의 대응을 되짚어봤다. 기사는 이야기의 형태를 띠고 있으나 실종자 가족 인터뷰와 선사, 정부 부처 취재를 통해 쓰여졌다.
마지막 7편에서는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선박의 출항 이후부터 블랙박스(VDR)와 유해 발견, 오션인피니티의 수색 종료와 결렬된 추가 협상의 이야기를 담았다.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외교부는 지난해 12월 28일 미국의 해양탐사업체 오션인피니티(Ocean Infinity)사와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을 위한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는 선체 발견 시 무인 잠수정에 부착된 비디오카메라 등을 통해 미확인 구명벌 위치 확인 및 선체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 기술적으로 가능한 경우 스텔라데이지호의 블랙박스(VDR. 항해기록저장장치)를 회수하는 과업이 포함됐으며 계약 금액은 48억여원 규모였다.

계약 당시 가족들은 블랙박스를 수거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달랐다. 블랙박스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가능할 경우에만 회수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심해수색 용역 공개입찰 당시 정부는 오션인피니티에 “유해 발견 시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오션인피니티는 “발견하면 수습하겠다”고 답했지만 유해 수습 관련 내용은 계약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와 선사, 전문가들은 가족들에게 “심해에서는 수압이 너무 높아 유해가 발견될 가능성은 없다”라고 말했기 때문에 가족들은 유해 수습을 요청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는 유해 발견 가능성을 알면서도 계약내용에 이를 포함하지 않았다.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이 지난 1월 16일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수산연구원에서 기초안전교육(BOSIET)을 이수하고 있다.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이 지난 1월 16일 부산 영도구 한국해양수산연수원에서 기초안전교육(BOSIET)을 이수하고 있다.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가족을 위한 승선

오션인피니티와의 심해수색 용역계약이 체결된 후 가족들은 심해수색 선박 승선을 요구했다. 가족을 찾는 작업이기에 직접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오션인피니티 측도 “8명까지는 탑승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알렸다. 그러나 정부는 실종자 가족 중 1명만 승선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게 가족 중 1명만 스텔라데이지호에 탑승하게 됐다.

가족들 외에 언론에서도 승선을 요청했다. 시사주간지 <시사IN>은 외교부에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언론이 승선해야 한다”며 승선 취재를 요청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길이며 50억여원이라는 세금이 투입된 일이기에 언론이 참여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시사IN>은 심해수색 용역계약 체결 이후인 2018년 12월 31일 외교부에 취재 협조 공문을 보냈으나 외교부는 ‘안전과 건강’을 이유로 2019년 1월 11일 불허를 통보했다.

심해수색 선박에 승선하는 가족은 출항 전 기초안전교육(BOSIET)을 받아야 했다. 가족들은 2019년 1월 14일부터 18일까지 부산의 한국해양수산연수원으로 내려가 기초안전교육을 이수하고 건강검진을 받았다.

교육 내용은 해상 재난 시 생존에 필요한 이론과 기술이었다. 비상탈출 훈련·입수 방법·생존수영·체온 유지 방법과 함께 선내 화재 시 진화·대피 요령, 구명벌 탑승 방법 등을 배웠다. 가족뿐 아니라 언론도 이 같은 교육을 통해 승선할 수 있었을 텐데 외교부는 왜 언론의 승선을 막았을까. 외교부는 안전과 건강을 이유로 들 뿐 다른 설명은 하지 않았다.

심해수색 선박에는 가족 외에도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의 전문가 각각 1명이 승선했다. 가족들은 계약상의 과업 이행을 감리·감독할 외교부 담당 직원이 승선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외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션인피니티(Ocean Infinity)의 심해수색 선박 씨베드 인스트럭터(Seabed Instructor)호가 지난 2월 14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해역에서 심해수색을 위해 자율무인잠수정(AUV)를 투입하고 있다.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오션인피니티(Ocean Infinity)의 심해수색 선박 씨베드 인스트럭터(Seabed Instructor)호가 지난 2월 14일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해역에서 심해수색을 위해 자율무인잠수정(AUV)를 투입하고 있다.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기대치 않은 발견

2019년 2월 8일, 오션인피니티의 심해수색 선박 씨베드 콘스트럭터(Seabed Constructor)호가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사고해역인 남대서양으로 출항했다. 가족들은 금방 사고원인을 밝혀내고 실종자들의 행방을 찾기 위한 단서가 발견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다.

같은 달 14일 사고해역에 도착한 씨베드 콘스트럭터호는 자율무인잠수정(AUV) 4대를 투입하고 수색을 시작했다. AUV를 통해 사고해역을 스캔한 씨베드 콘스트럭터호는 원격제어 무인잠수정(ROV)을 투입해 선교를 발견했다.

그리고 수색을 시작한 지 3일 만인 17일, 마침내 스텔라데이지호의 블랙박스 수거에 성공했다. 스텔라데이지호에는 조타실 내부와 선교 옥상에 각각 1개씩 총 2개의 블랙박스가 있다. 이번 심해수색에서 발견된 블랙박스는 선교 옥상의 것이었다.

심해수색 시작 7일 만인 20일에는 선체 파편물 주변에서 실종자의 유해인 뼛조각 일부와 오렌지색 방수복을 발견했다. 심해수색 선박에 오른 가족으로부터 이를 전해들은 실종자 가족들은 기대하지 않았던 발견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전문가들은 가족들에게 ‘유해가 발견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었다. 그런데 수색을 시작한 지 7일 만에 유해가 발견된 것이다.

가족들은 당연히 오션인피니티가 유해를 수습할 것으로 생각했다. 오션인피니티는 한국 정부에 유해 발견 소식을 알리고 수습 여부에 대해 문의했다. 정부는 오션인피니티에 “유해 수습과 관련해 결정을 내릴 테니 48시간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48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결정을 하지 못했고 결국 씨베드 콘스트럭터호는 수색을 철수하고 기항지인 우루과이 몬테비데오항으로 향했다.

유해 발견 소식을 들은 실종자 가족들은 유해 수습을 촉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유해 수습이 필요한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유해를 발견하고도 차디찬 바닷속에 그대로 두고 온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

오션인피니티는 당초 2월 14일부터 약 10일간 1차 수색을 마친 뒤 3월 초부터 약 15일간 2차 수색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계획과는 달리 심해수색은 9일만에 종료됐다. 씨베드 콘스트럭터호는 정부의 과업지시가 없어 2월 23일 기항지인 우루과이로 향했다.

애초 가족들이 외교부 직원의 승선을 요구했던 것도 이 같은 상황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감리·감독 권한을 가진 외교부 직원의 승선도 없이 출항한 씨베드 콘스트럭터호는 정부의 지시가 없자 예정된 2항차 수색도 없이 수색을 조기 종료했다.

그렇게 실종자로 추정되는 유해는 심해 3400m 아래에 가라앉아 있다.

오션인피니티(Ocean Infinity)의 심해수색 선박 씨베드 인스트럭터(Seabed Instructor)호가 심해수색 과정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선체 잔해.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오션인피니티(Ocean Infinity)의 심해수색 선박 씨베드 인스트럭터(Seabed Instructor)호가 심해수색 과정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선체 잔해.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협상 결렬

씨베드 콘스트럭터호가 수색을 중단하고 우루과이로 향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외교부, 해양수산부, 해양경찰, 중앙해양심판원 등 13명이 참여한 대규모 협상단을 꾸려 우루과이로 파견했다. 실종된 허재용 2항사의 누나 허영주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 공동대표도 정부 협상단과 함께 우루과이로 향했다.

3월 1일, 정부는 오션인피니티와 협상에 들어갔다. 당시 오션인피니티는 유해 수습에 필요한 기술과 장비를 모두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협상은 4시간 만에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됐다.

협상이 결렬된 이유는 심해수색 과업 완수에 대한 입장차 때문이었다. 오션인피니티는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용역 계약의 주요 내용이었던 블랙박스 회수, 선체 위치확인 등 과업이 완수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와 가족들은 선체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 구명벌 위치 확인 등이 완수되지 않아 추가 수색을 통해 과업을 완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구명벌 위치 확인은 실종자들의 생존 여부 확인에 가장 중요한 단서다. 또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은 사고원인 규명과 유사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다. 그러나 오션인피니티는 선체가 당초 두 동강 났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여러 조각으로 부서져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끝내 협상은 결렬됐고, 당초 1차 수색 10일, 2차 수색 15일로 예정됐던 심해수색은 9일 만에 종료됐다. 씨베드 콘스트럭터호는 이미 다른 곳으로 떠났다.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미완수 과업과 사고원인 규명

과업을 모두 완수했다는 오션인피니티의 주장은 사실일까.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기본과업은 8가지이며 이 중 완수된 것은 ▲심해수색계획 수립·시행 ▲스텔라데이지호 선체위치 확인 ▲수중촬영 ▲블랙박스(VDR) 회수였다. 이 중 블랙박스 회수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경우’라는 단서가 붙은 옵션 조항이었다.

오션인피니티는 ▲3차원 소나 스캐닝을 통한 선체 상태 확인 ▲3D 모자이크 영상 구형 ▲미발견 구명벌 2척의 위치 수색·확인 ▲수색자료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보고서 제출 등은 완수되지 않았다.

심해수색으로 선체를 발견했을 당시 스텔라데이지호의 선교는 본체로부터 이탈돼 있었다. 오션인피니티는 구조된 선원들의 증언에 따라 선체가 두 동강이 났을 것으로 보고 심해수색이 들어갔다. 그러나 선교가 이탈된 채 발견됐고 심해수색 결과 선체는 72개 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져 있었다.

오션인피니티는 선체가 72조각으로 쪼개져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협상단은 2018년 4월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공청회에 정부가 패널로 초청했던 우즈홀(Woods Hole) 해양연구소의 윌리엄 랭 박사에 자문을 요청했다. 랭 박사는 선체가 72개보다 더 많은 조각으로 쪼개져 있어도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이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2000여 조각으로 산산조각 났으나 3D 모자이크 영상이 구현된 영국의 유조선 더비셔(Derbyshire)호의 사례가 있다. 우즈홀 해양연구소는 1997년 대서양 심해 4000m 지점에서 더비셔호 사진 13만 7000장을 촬영해 이를 바탕으로 2D 모자이크 영상을 구현하고 사고원인을 정확히 밝혀낸 바 있다.

다만 랭 박사는 오션인피니티가 촬영한 영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때문에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을 위해서는 2항차 수색을 통한 재촬영이 필요했다.

랭 박사는 사고원인 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블랙박스보다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체가 침몰된 과정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확보된 사고원인 규명 단서는 블랙박스 1개뿐이다. 협상 결렬 이후 협상단과 허영주씨는 회수된 블랙박스를 가지고 데이터 추출 업체가 있는 영국 런던으로 향했다. 블랙박스 데이터는 2~3일이면 추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한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자세한 상황은 파악하기 어렵다면서도 “데이터 추출이 중단된 것은 아니지만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션인피니티(Ocean Infinity)의 심해수색 선박 씨베드 인스트럭터(Seabed Instructor)호가 심해수색 과정에서 발견한 실종자의 유류품.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오션인피니티(Ocean Infinity)의 심해수색 선박 씨베드 인스트럭터(Seabed Instructor)호가 심해수색 과정에서 발견한 실종자의 유류품.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끝없는 기다림

협상 당시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오션인피니티의 주장에 협상단은 ‘우즈홀 연구소에서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이 가능하다고 하면 공동수행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질문에 오션인피니티는 협업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오션인피니티는 자신들의 기술력으로 할 수 있는 과업은 모두 완수했으며 미완수 과업을 이행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미완수 과업 완수를 위한 2항차 수색에는 많은 분쟁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오션인피니티와의 계약기간이 오는 6월 28일까지인 만큼 미완수 과업을 위해 협상과 설득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오션인피니티의 과업완수 주장이 틀렸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추가 수색을 위한 논의와 설득을 지속하고 있다.

과업이 미완수 된 상황에서 오션인피니티가 과업완수를 주장하고 수색을 종료하자 가족들은 정부에 “계약 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와 계절이 반대인 남대서양의 기후상 수색의 적기를 놓치게 되면 또다시 10월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사이 발견된 유해가 소실될 가능성도 있다. 지지부진한 논의가 거듭될수록 가족들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발견된 유해가 누구의 것인지도 모르고, 구명벌의 위치도 확인되지 않아 실종자들의 행방을 알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난 3월 29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열린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2년 기자간담회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사고 실종자 허재용 2기사의 누나 허경주씨는 울먹이며 말했다.

“1항차 수색에서 발견된 뼈가 누구의 것인지는 모르지만 내 가족의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유해가 사라져서 찾지 못하게 될까봐 가족들은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어요. 2월 21일 유해가 발견됐을 때 저희는 정부에 계속 ‘3월 말 전에 추가수색이 이뤄져야 유해를 수습할 수 있다. 서둘러달라’고 기후 문제를 수차례 말했어요. 그런데도 정부는 지금까지도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이라면 4월 안에 수색선이 뜨긴 어려울 것 같고, 그러고 나면 또다시 11월이 될 거고 그때 유해가 남아있을지 굉장히 걱정이 돼요.”

실종자 문원준 3기사의 아버지 문승용씨는 “선사는 자신들이 ‘가족’이라고 말하는 실종자들의 유해가 발견됐음에도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가족들은 2항차 심해수색이 속히 이뤄져 발견된 유해를 수습하고 실종자들의 행방과 사고원인 규명, 재발방지 대책이 마련되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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