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관리 전봇대 개폐기에 연결된 전선의 불꽃이 원인
진영 장관 “한전 귀책사유 있으면 나서서 책임 물을 것”

발화 시작점으로 추정되는 전봇대 ⓒ뉴시스
강원 산불의 발화 시작점으로 추정되는 전봇대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강원도 고성군 산불의 원인이 한국전력이 관리하는 전봇대에서 발화한 것으로 잠정 결론이 나면서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한전의 일방적인 책임으로 단정 짓기엔 이르지만 배상 책임 등을 온전히 피하가긴 힘들다는 전망이다. 

9일 한전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발생한 강원도 고성·속초 산불은 고성 원암리 지역 한 주유소 인근 전봇대의 개폐기에 연결된 전선의 불꽃으로 시작돼 인근 야산으로 옮겨 붙어 확산됐다.

산불로 인한 재산 피해가 적지 않은 만큼 한전 측이 설비 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장비 자체에 결함은 없었는지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많다. 

한전 관계자는 산불이 난 다음날인 지난 5일 “개폐기와 연결된 전선에 강풍 때문에 이물질이 날아와서 스파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개폐기는 외부 요인이 없다면 폭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발화 원인을 조사하며, 해당 개폐기와 낙뢰나 과전류로부터 개폐기를 보호하는 피뢰기(避雷器) 등 전봇대 전체를 뽑아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개폐기 리드선이 떨어져 나간 이유가 강풍과 이물질 등 외부 충격에 의한 것인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빠진 것인지를 밝힐 계획이다.

따라서 이번 조사결과에 따라 한전의 책임소재가 가려질 전망이다.

만약 한전이 관리하는 시설에서 발화한 산불로 최종 결론이 나오고 한전 책임이 일정 부분 인정된다면 이 설비(개폐기)를 납품한 업체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당초 발화 원인으로 한전의 ‘변압기’가 지목 됐을 때 한전이 ‘변압기’가 아닌 ‘개폐기’를 지목하며 선을 그은 것도 혹시 모를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명이라는 분석이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9일 한전의 귀책사유로 강원 고성·속초 산불이 발생했다는 결론이 나면 정부가 나서서 배·보상 책임을 묻겠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진 장관은 “(한전이) 불가항력이 아니라 책임이 있다고 하면 정부는 가만있을 수 없다”면서도 “아직은 추정이라 (한전 측에) 어떤 식의 요구를 하겠다고 결정돼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화재 원인조사 결과에 따라 한전에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산불로 인해 배상금을 지불한 사례는 지난해 미국에서 있었다.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86명의 사망자를 낸 산불의 원인이 송전선 발화에 의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이를 관리하는 미국의 한 전력회사가 약 11조원의 배상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여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물론 한전이나 납품업체가 미국처럼 막대한 손배 책임을 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설비 결함이나 관리 소홀보다는 천재지변 등 외부 요인에 의한 불가항력인 경우 한전 측에 모든 책임을 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한전은 산불이 전봇대에서 시작한 것은 인정하면서도, 외부 강풍에 의한 이물질로 인한 사고를 강조하며, 관리 부실, 설비 문제 등으로 비판이 확산될 가능성이 줄이는데 해명의 초점을 맞췄다. 

한편, 강원 고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지난 8일 기준으로 산불 피해는 임야 약 530ha와 주택 510채, 창고 196동, 근린생활시설 79동, 비닐하우스·농업시설 143동 등이다. 인명 피해는 사망자 1명, 부상자 1명으로 나타났다. 

현재 고성, 속초, 강릉, 동해 등 4개 시군 지역에서 이재민은 530세대 1013명 집계됐다. 이들은 마을회관, 초등학교, 공공기관 연수시설 등에서 생활하고 있다. 산불 피해를 입은 고성, 속초, 동해, 강릉, 인제군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