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배 / 138X205mm / 264쪽 / 1만4000원 / 북트리거

 

대다수의 금수저는 오만하며, 법을 지키지 않고, 심지어 나눔의 정신도 부족하다. 자신보다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은 다 자기보다 못난 사람들이며, 멸시받고 천대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피프 교수는 이 실험 결과를 발표할 때 강연 제목을 ‘돈이 당신을 사악하게 만드나(Does money make you mean?)?’라고 지었다. … 금수저가 판치는 사회가 위험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금수저의 문제는 단지 그들이 재산을 불공정한 방식으로 차지한다는 대목에서 끝나지 않는다. 금수저는 불공정한 게임의 룰을 이용해서 계속 승승장구한다. 결국 그들은 사회 고위층이 된다.

본문 206쪽(왜 사회에서 ‘금수저’가 위험할까? - 모노폴리 실험)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인간은 오로지 자신을 위해 이기적인 선택을 하는 존재일까? 우리집이 옆집보다 100원이라도 더 잘 벌기를 원하고, 하다못해 우리 집이 1m2라도 더 크기를 원하며, 내 자식은 친구 자식보다 1등이라도 앞서기를 바란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자들은 주장한다. 인간은 이렇게 이기적이기만 한 존재는 아니라는 것. 인간이 얼마나 허술하고 감정적이고 비합리적인 존재인지, 그들은 심리학, 사회학 등을 바탕으로 규명하고 있다.

이 책은 경제학 분야에서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는 ‘행동경제학’ 분야를 다룬 책이다. 《동아일보》 사회부·경제부 기자 등을 거쳐 현재 《민중의 소리》에서 경제 담당 기자로 활동하는 이완배 기자가 최신 경제학 담론을 쉽게, 재미있게, 위트있게 풀어 썼다. 인간의 이성이나 합리적인 판단보다 심리와 감성이 실질적으로 경제를 움직인다는 ‘행동경제학’에 기초해 재미있는 심리 게임과 이론, 주장을 담았다.

1장 ‘경제학, 내 삶을 바꾸다’와 2장 ‘경제학, 타인의 심리를 파헤치다’에서 저자는 ‘다이어트, 왜 자꾸 실패할까?’(자아 고갈 이론), ‘왜 시험 전날에 공부가 제일 잘될까?’(터널링 이펙트), ‘긍정적인 생각만 했는데 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까?’(스톡데일 페러독스) 등 ‘나’의 심리를 비롯해, ‘왜 트럼프는 미치광이처럼 행동할까?’(치킨 게임), ‘왜 많이 아는 선생님이 잘 못 가르칠까?’(지식의 저주), “왜 ‘내가 해 봐서 안다’는 사람이 더 모를까?”(작은 수의 법칙) 등 ‘타인’의 심리를 살펴본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 숨어 있는 가난과 결핍을 찾아내고, 트럼프가 얼마나 이성적인지, 타인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자신의 주장만 밀어붙이는 사람이 얼마나 세상에 많은지 알려 준다.

3장 ‘경제학,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다’에서는 ‘인간은 정말 이기적일까?’(최후통첩 이론), ‘돈을 더 주면 직원의 능률이 오를까?’(댄 애리얼리의 반도체 공장 실험), ‘왜 사람들은 선거에서 잘못된 선택을 할까?’(직관과 이성) 등을 통해 주류 경제학의 이론에 반론을 제기한다. 주류 경제학은 인간은 이기적이고 합리적이며 현명하게 행동하고, 최선의 판단과 선택을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은 이렇게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인간은 때로는 협동하고 ‘나’뿐 아니라 이웃을 생각한다. 돈보다는 칭찬을 받을 때 더 힘이 나고, 선거 같은 중요한 일조차도 합리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직관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때문에 저자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이기심’을 기반으로 한 경제학이 아닌, ‘협동’을 전제로 경제학이라고 주장한다.

4장 ‘경제학, 사회의 이치를 꿰뚫다’에서는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은 무엇인가?’(넛지), “왜 사회에서 ‘금수저’가 위험할까?”(모노폴리 실험), ‘왜 뇌물과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을까?’(죄수의 딜레마), 일본군 ‘위안부’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팃포탯 전략), “‘노오력’을 하면 인생이 바뀔까?”(마시멜로 테스트) 등 행동경제학을 바탕으로 사회문제를 보고 있다.  저자는 “인간은 모든 문제를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계산기처럼 정확하게 답을 산출하는 호모 에코노미쿠스가 아니다”라며 “인간은 이기적이고, 모든 인간이 이기적으로 선택하면 경제는 더 발전한다고 주장하는 주류 경제학은 틀렸다”라고 말한다. 비효율적인 인간과 시장을 바로잡으려면 부드러운 방식의 개입이 필요하고, 사회 전체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한 행동경제학 실험과 이론을 바탕으로 명쾌하게 제시한 답을 통해, 독자들은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내 삶을 업그레이드할 살아 있는 ‘진짜’ 경제학을 만나게 될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