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은 미래인가②] ‘복지 천국’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시사점은
[기본소득은 미래인가②] ‘복지 천국’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시사점은
  • 남정호 기자
  • 승인 2019.04.15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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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실험 예비결과서 고용유발효과는 없어
그러나 행복·건강서는 긍정적인 효과 나타나
알래스카의 기본소득, 재원 마련에 시사점 줘
“국내 관련 정책·실험, 국민 합의 구하는 과정”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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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지난 2017년부터 2년간 진행된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시작부터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지난 2월 그 예비결과가 발표됐다.

1~2년차 설문조사자료와 행정자료 가운데 2년차 행정자료를 제외하고 발표된 이번 예비결과에서는 기본소득이 기존 사회보장제도에 비해 유의미한 고용유발효과는 확인되지 못했다. 그러나 찬성 측에서는 행복과 건강은 증가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본지는 이 같은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의 의의·평가와 함께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실시하고 있는 영구배당기금 등 기본소득 관련 사례가 한국의 기본소득 관련 정책과 실험에 시사하는 바에 대해 살펴봤다.

‘실패냐 성공이냐’…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의 의의

지난 2017년부터 2년간 진행된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세계 최초의 국가 단위, 또 무작위 표본추출로 진행된 기본소득 실험으로 전 세계의 관심을 모았다.

해당 실험을 설계한 핀란드 사회보장국(KELA)은 원래 △25~58세 사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월 550유로 이상의 기본소득 등 다양한 급여수준을 제공하고, △검증력 계산(Power Calculation, PC)에 의한 표본수를 대상으로, △최대한 긴 기간 동안의 실험을 정부에 제안했다.

그러나 해당 실험은 예산상의 이유 등으로 핀란드 정부의 수정안에 따라 기존 구직수당을 받고 있던 장기실업자 중 2000명을 선발해 2년간 월 560유로(약 72만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실험 참가자들은 기존 구직수당을 지급받기 위해 해야 했던 구직활동 보고 조건을 면제받았다. 핀란드 정부는 이 실험을 통해 관리비용이 적은 기본소득이 근로유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 데이터는 크게 1~2년차 설문조사와 행정자료 등 총 4가지다. 이중 예비결과에서 공개된 데이터는 1~2년차 설문자료와 1년차 행정자료다. 2년차 행정자료를 포함한 최종 결과는 올해 말 무렵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실험 예비결과는 2가지로 요약된다. 기본소득 수령자들이 기존 구직수당 수령자들(대조군)에 비해 더 큰 고용효과가 나타나진 않았지만, 더 행복해졌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KELA는 해당 실험 보도자료에서 “실험 1년차 동안에 공개노동시장에서 직업을 얻는 것과 관련해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이 대조군에 비해 더 나아지지도 더 악화되지도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기본소득 수령자들은 대조군에 비해 스트레스 증상도 적고, 전념하는 데 어려움이 적었으며, 건강 문제도 더 적었다. 또 자신의 미래와 사회적 이슈에 영향을 미치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더 컸다”는 평가를 내놨다.

아울러 “비록 단기간에 개인의 고용 전망을 개선해주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기본소득은 수령자의 웰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예비결과에 대해 내·외신들의 평가는 고용유발효과가 없었다며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와 행복도에서 개선이 있는 점 등을 이유로 성공과 실패로 결론지을 수 없다는 평가로 나뉜다. 이처럼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의 의의·평가에 대한 찬반 측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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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측은 고용효과 유발에서는 실험군과 대조군 사이의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진 않았지만, 실험군의 행복도나 건강에서는 긍정적인 효과가 발생했다는 데 주목한다.

한신대 경제학과 강남훈 교수는 “설문조사에서는 1~2년차에서 모두 행복은 증가했다”며 “또 1년차 행정자료 중 건강보험자료에선 이들에 대해 정부가 지출한 의료비가 100유로(약 12만8000원) 정도 줄었다. 결국 더 적은 복지비용으로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발견됐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이와 관련해 기존 구직수당을 지급받기 위해 필수였던 구직활동 조건을 없앤 것을 이유로 들었다. 실험에 참가한 장기실업자들은 기존 구직수당 560유로를 받기 위해선 1달에 1번씩 기관에 구직활동 내역을 보고해야 했다. 강 교수는 “보고가 부실하면 구직수당을 못 받는다는 불안감과 열악한 일자리에도 살아가야 한다는 불안감이 없어진 것이 행복과 건강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유발효과에 대해서도 아직 공개되지 않은 2년차 행정자료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1년차 행정자료에는 고용효과가 없었다고 보지만, 2년차 설문자료에선 고용효과가 있었다”며 “2년차 행정자료에서 고용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한 5년쯤 실험했으면 고용효과가 분명히 나온다. 일해도 560유로를 주기 때문”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560유로 이하의 일자리는 없어지는 것이지만, 기본소득의 경우 560유로 이하 일자리도 많이 생긴다”고 부연했다.

반면 반대 측에서는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 예비결과에서 고용률을 높이는 유발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기본소득이 현행 제도에 비해 우위가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고 평했다. 아울러 장기실업자를 대상으로 한 핀란드의 실험과 만 24세 청년에게 무조건 지급하는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의 차이점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연세대 행정학과 양재진 교수는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기존 장기실업자에 한해 고용훈련이나 취업활동을 조건으로 지급했던 수당을 조건 없이 2년간 지급했을 때 취업률 등을 비교하는 게 정책목표였다”며 “실업부조 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것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전혀 다른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 논의는 이걸 분명히 나누고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업부조 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은 실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1달에 1번 취업활동 내역을 제출해야 하다보니 아무 곳에서 명함 하나 달라 하는 식의 꼼수가 발생하는 등 사실상 취업 활동요건 부과가 현실에선 잘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저소득자를 상대로 한 실험들은 조금 확대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그건 정책적으로도 한번 해볼 만한 시도라고 본다”며 “저소득자 대상으로 어차피 급여가 나가는 것을 근로요건만 부과하지 않는 조건만 살짝 바꿔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양 교수는 이번 핀란드 실험의 의의에 대해서는 “기존의 복지제도는 근로연령대에겐 근로나 취업활동과 연관된 사회보장제도가 짜여졌다. 그런데 그 조건을 없앴다는 건 큰 변화”라며 “저소득자, 장기실업자를 상대로 했어도 근로·소득활동과 무관하게 적어도 몇 년간은 지급을 보장하겠다는 건 기존 사회보장제도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그런 면에서 큰 실험이라고 할 순 있다”고 평가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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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알래스카의 기본소득이 말하는 예외는?

미국 알래스카주는 1982년부터 석유자원의 투자수익금을 재원으로 매년 1000~3000달러의 영구배당기금이라는 기본소득을 모든 주민에게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알래스카의 기본소득 사례는 유전이라는 천연자원의 수익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 지급하기 때문에 예외적인 사례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그러나 강남훈 교수는 “알래스카의 기본소득은 재원이 있기 때문에 예외가 아니라 마련된 재원을 정치인이 낭비하지 않았다는 것이 예외”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당시 알래스카에서 발견된 석유자원 수익 가운데 제이 해먼드 당시 주지사가 알래스카영구기금(APF)를 운용하기 위해 사용한 금액은 전체의 200분의 1에 불과했다. 나머지 석유자원 수익금은 정치인들에 의해 2~3년 만에 토건사업 등 소수를 위한 땅값 올리는 정책으로 사라졌다. 해먼드 주지사에 의해 당시 석유자원 수익 중 200분의 1에 불과한 재원으로 시작된 APF는 현재 원금은 고스란히 남겨둔 채 운용수익만을 배분하며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강 교수는 “(알래스카의 경우는) 해먼드 주지사가 ‘이 석유자원은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후손 것이다. 그래서 영원히 남겨놔야 한다. 우리는 그 수익금만 기본소득으로 쓰자’는 생각을 한 게 예외”라며 “기본소득은 ‘목돈이 있으면 누구나 한다’가 아니다. 목돈이 있으면 더 안 한다. 소수의 부자들을 위한 땅값 올리는 정책에 몰입하게 된다. 그걸 알래스카 에스키모인들까지 수익이 돌아가게 하자고 한 게 예외”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달려들어 땅 가진 사람만 배불리는 소수의 탐욕과 다수의 무관심 속에서 200분의 199가 낭비된 것”이라며 “이에 맞서 ‘소수의 탐욕을 이기기 위해 다수의 탐욕을 일깨웠다’는 게 기본소득을 만든 해먼드 주지사의 정치에서 기본”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또 알래스카의 기본소득 사례가 기본소득을 위한 재원 마련 문제에 대한 시사점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재원 마련이 문제가 아니라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을 정치인들이 자기 동네 탐욕으로 쓰지 않도록 국민들이 각성해 자기 몫을 스스로 찾아가도록 하면 재원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7년 4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경제민주화포럼이 주최한 ‘국민이 선택한 기본소득’ 토론회 모습 ⓒ뉴시스
지난 2017년 4월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경제민주화포럼이 주최한 ‘국민이 선택한 기본소득’ 토론회 모습 ⓒ뉴시스

국내서 추진되고 있는 기본소득 정책·실험의 목표는

현재 기본소득과 관련해 가장 앞장서고 있는 지자체는 경기도다. 경기도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시작했던 성남시 청년배당을 경기도 전역으로 확대하는 정책을 지난 1일부터 본격 시행했다.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은 경기도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 17만5000명에게 분기별로 25만원씩, 연간 총 10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한다는 방안이다.

경기도 기본소득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강남훈 교수는 이번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 실시에 대해 전면적인 기본소득제를 위한 부분기본소득제 실험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실험은 고용효과를 보려는 건 아니다”라며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보는 게 주된 목적이며, 청년들의 정치의식 변화와 복지의식 변화를 보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를 통해 그 영향과 의견을 들어보면 자연스럽게 주민의 뜻에 따라 확대되거나 축소되겠다”며 “이번 정책이 전국화되거나 연령대를 더 늘릴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게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도 청년기본소득 실험을 제안 받았다. 지난 1월 서울시의 싱크탱크인 서울연구원과 민간싱크탱크인 LAB2050은 서울시에 ‘청년수당 2.0 정책 실험’을 제안했다. 구직활동을 전제로 제공하는 현재의 청년수당을 청년기본소득형태로 확대 개편을 검토하기 위한 실험을 통해 정책 전환의 타당성을 검증하자는 주장이다.

서울연구원 등이 제안한 실험 내용은 서울시에 살고 있는 만 19~29세 청년 가운데 무조건 월 50만원의 청년수당을 받는 집단 800명, 근로소득만큼을 차감하고 받는 집단 800명, 아무 수당도 받지 않는 통제집단 800명을 비교해 청년수당이 청년들의 노동 참여, 결혼 등 자립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조사하는 실험이다.

해당 정책 실험 연구를 맡은 연세대 행정학과 최영준 교수는 “청년수당은 생계유지를 위한 수당이 아니라 삶의 안정성을 부여하고 실질적 자유 수준을 높여 청년들이 삶을 능동적이고 자유롭게 계획해 살아갈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며 “(이 같은 청년기본소득은) 청년들에게 혁신, 고용, 소득, 소비, 시간 사용 등에서 경제적 효과를 높일 뿐 아니라 정치사회적으로 공동체 참여, 증세·복지, 결혼 등에 관한 인식과 참여를 높이게 될 것”이라고 실험 제안의 의의를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처럼 국내에서 진행되거나 계획되고 있는 기본소득 관련 정책과 실험의 의의에 대해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의 성과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고 국민적 합의를 구해가는 과정”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어차피 (기본소득을 위해) 증세를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 증세에 동의를 구해가는 과정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 예비결과와 관련해 행복과 건강에서의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고용유발효과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장기실업자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 실험은 정책적으로 해볼 만한 시도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1982년부터 꾸준하게 모든 주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고 있는 알래스카의 사례는 기본소득 시행에 있어서 재원 마련이 문제가 아니라 마련할 수 있는 재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시사점을 준다.

이와 같은 선행 정책과 실험이 주는 시사점과 더불어 국내의 기본소득 정책들과 제안되고 있는 실험들이 앞으로 어떤 영향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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