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고객 소동에 “조용히 해결하면 좋겠다” 회유
‘직원 행복해야 고객 행복’ CEO 경영 마인드 흔들
갑질 손님 대응 매뉴얼 무용지물? 결국 ‘손님은 왕’
“감정노동자보호법 아직 미비, 처벌 강제성 필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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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소희 기자】 커피업계 1위 스타벅스가 고객으로부터 폭행‧폭언을 당한 직원에게 오히려 사과를 종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18일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 이후 사업주는 노동자가 고객의 폭행이나 폭언에 시달릴 경우 이들의 업무를 중단시키고 보호할 의무를 지게 됐다. 하지만 스타벅스는 고객으로부터 폭행‧폭언을 당한 직원을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갑질 고객에 사과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 된지 6개월이 지났지만, 스타벅스는 소속 직원들을 법으로부터 보호하고 있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타벅스 본사가 운영하고 있는 대구 OO점에 근무하고 있는 제보자 A씨는 <투데이신문>에 직장 동료 B씨가 겪은 일을 제보했다.

A씨는 “사내 고객 응대 매뉴얼에는 충분한 고객 응대에도 고객이 욕설이나 폭언을 할 경우 경고‧제지‧녹음‧사안에 따라 경찰신고까지 가능하다고 공지돼 있지만, 정작 비슷한 사례가 일어나자 본사 고객센터에서는 고객님께 사과하고 조용히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지난 3월 26일 한 고객이 외부음식 반입이 금지된 매장에 핫도그를 들고 안으로 들어서자 B씨는 냄새나는 음식을 갖고 들어올 수 없다며 고객에게 핫도그를 비닐로 포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요구에 화가 난 고객은 그런 문구가 어디 있냐며 B씨에게 폭언을 가했고 B씨는 고객에게 폭언이 지속 될 경우 경찰을 부르겠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고객의 폭언은 끊이지 않았고, 고객응대 매뉴얼에 따라 B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B씨가 경찰을 부르자 고객은 스타벅스 본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항의를 했다. 잠시 후 고객센터 측은 매장으로 전화해 “고객이 명예훼손으로 신고를 한다고 하니 조용히 사과하고 끝내라”며 “응대가 미흡했다”고 오히려 B씨의 태도를 지적했다고 한다.

매장에 도착한 경찰은 “고객을 고소한다면 증언을 해주겠다”고까지 얘기 했으나 B씨는 본사 고객센터 직원의 권유를 듣고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B씨는 본사의 매뉴얼대로 행동했지만 오히려 갑질을 한 고객에게 사과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던 것.

A씨는 스타벅스 직원들만 볼 수 있는 사내 게시판에 B씨가 올린 글을 캡처해서 보내왔다.

오프라인 의류매장에 놓여있는 감정노동자보호법(좌), B씨가 스타벅스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우) ⓒ투데이신문(좌), 제보자 A씨 제공(우)
오프라인 의류매장에 놓여있는 감정노동자보호법(좌), B씨가 스타벅스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우) ⓒ투데이신문(좌), 제보자 A씨 제공(우)

갑질을 겪은 B씨는 사건 직후인 지난달 3월 27일 본인의 이름을 내걸고 ‘고객센터 진상손님응대와 매장에서 응대’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본사에 고객 응대에 대한 정확한 매뉴얼을 요구했다.

B씨는 “고객센터에서 고객이 스타벅스를 명예훼손으로 신고한다고 하니 고객에게 사과하고, 고객으로부터 사과받고 조용히 경찰과 고객을 퇴점시키라고 하며 저희 응대가 미흡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센터에서는 고객의 폭언에 경찰을 부르는 게 맞지만 조용히 해결하면 좋겠다고 했다”고 부연했다.

또한 “매뉴얼에는 파트너의 정당한 응대는 회사와 법에 보호받는다고 적혀있지만, 명예훼손이라는 말에 괜찮냐는 말없이 조용히 일을 처리하라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진상고객 매뉴얼에 대해 정확하게 알려 달라”고 토로했다.

이 사건에 대해 스타벅스 관계자는 “고객이 고객센터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하지 않고 매장 직원이 경찰 불렀다고 하고, 매장 직원에게는 본사에서 명예훼손으로 신고할 수 있다고 거짓을 말해 직원 간 생긴 오해다”라며 “고객센터 직원과 B씨가 지난 2일 만나 서로 오해를 풀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달 5일 B씨는 사내 게시판에 고객센터 직원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들었는지 글을 작성해 올렸다.

B씨는 “많은 파트너분들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앞으로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 하실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적게 됐다”며 “파트너의 신뢰를 얻을 수 있게 개선, 노력하겠다는 (본사 측으로부터) 입장을 받았다”고 게재했다. 

하지만 해당 글을 본 스타벅스 직원들 사이에서는 의문점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사내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B씨가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린다고 하니 본사에서는 글을 올리기 전 원고를 받아보고 싶다고 말하면서 ‘이 부분은 수정‧삭제해달라’, ‘고객센터 직원 이름을 언급하지 말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사실상 검열을 한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다보니 B씨는 A씨를 통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입장을 전달했으며, 혹시나 모를 불이익에 불안해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고객 응대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제보자 A씨는 “해당 사건이 발생한 매장뿐만 아니라 다른 매장에서도 직원들이 고객의 갑질에 피해를 보고 있지만 사측은 이에 합당한 조치를 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A씨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중순경 또 다른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고객이 두고 간 카드를 직원이 습득 신고했으나 고객이 찾으러 와서는 우산으로 직원을 위협하고 폭행, 폭언했다.

당시에도 본사 고객센터에서는 조용히 일을 처리하라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사건을 겪은 직원들은 현재 개인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고소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스타벅스 측은 가해자의 고소 취하 요구를 거부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는 한편, 피해 직원에 대한 심리상담 치료까지 지원하는 등 최선의 조치를 다했다고 반박했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사건 이후 직원들을 매장에서 분리했다”며 “폭행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에 심리상담 치료가 진행됐고, 유급휴가 등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또 폭행 가해자에 대한 고소 건에 대해서도 “가해자 측에서 고소를 취하해 달라고 종용했음에도 그럴 수 없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은 직원들을 보호하는 매뉴얼을 갖고 있음에도 고객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은 감정노동자보호법에 대한 처벌이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른바 ‘감정노동자보호법’으로 불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의2(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에 대한 법령에 따르면 사업주는 고객을 직접 대면하고 상품을 판매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에 대해 고객의 폭행, 폭언 등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유발하는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

감정노동자보호법은 근로자가 고객을 응대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폭행‧폭언으로부터 감정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됐다.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해 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는 치료와 상담을 지원하고 휴식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사업주가 근로자를 보호하지 않은 경우는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만약 고객이 폭행, 폭언을 한다면 근로자는 업무를 일시적으로 중지할 수 있다. 사업자가 피해를 입은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노무사사무소 하율의 박사영 대표 노무사는 “(이번 사례는)감정노동자보호법 위반에 해당된다”며 “하지만 2~3회 이상 위반해야 과태료가 처분되는 미비한 법이기 때문에 사업자에게 대한 벌칙이 거의 없다고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감정노동자권리보호센터 이정훈 소장도 “근로자 보호를 위한 규정은 마련돼 있지만 처벌에 대한 강제력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며 “사업장에서 성희롱 예방 교육이 필수적으로 이뤄지는 것처럼 감정노동자보호법에 대한 교육 내용이 전파돼야 한다”고 말했다.

갑질한 고객에게 오히려 사과 후 조용히 넘어가라는 스타벅스의 회신은 스타벅스의 창업자이자 CEO인 하워드 슐츠(Schultz)의 ‘직원이 행복해야 고객도 행복하다’라는 경영 마인드와 대조되는 부분이다.

한편, 스타벅스는 최근 성추행 가해자와 피해자를 한 공간에서 근무를 시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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