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은 미래인가③] 찬반 학자가 말하는 보편적 복지국가 건설의 방법론
[기본소득은 미래인가③] 찬반 학자가 말하는 보편적 복지국가 건설의 방법론
  • 남정호 기자
  • 승인 2019.04.17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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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신대 강남훈 교수-연세대 양재진 교수
새 시대의 복지 해법인가 효율 낮은 대안인가?
강남훈 “정치가 경제불평등 해결하는 수단 될 수 있다는 경험”
복지국가 건설, ‘기본소득-사회보장제도 확대’ 투트랙 진행해야
양재진 “근로와 상관없이 무조건 주는 게 복지라는 경우 없어”
재원 비해 효율 낮은 기본소득…사회보장제도 확대가 우선돼야
왼쪽부터 한신대 경제학과 강남훈 교수, 연세대 행정학과 양재진 교수 ⓒ투데이신문한신대 경제학과 강남훈 교수 ⓒ투데이신문
왼쪽부터 한신대 경제학과 강남훈 교수, 연세대 행정학과 양재진 교수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국내에서도 기본소득과 관련된 정책, 또는 실험이 진행·설계되고 있는 가운데 찬반 양측의 주장은 여전히 팽팽히 맞서고 있다. <투데이신문>은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을 맡고 있는 한신대 경제학과 강남훈 교수와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연세대 행정학과 양재진 교수를 만나 기본소득에 대한 찬반 양측의 의견을 들었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강남훈 교수는 기본소득 실시와 사회보장제도 확대라는 투트랙으로 복지국가 건설을 구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핀란드의 사례를 언급하며 기본소득이 새로운 시대에 맞지 않는 기존 사회보장제도를 더 좋게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본소득을 활용한 토지세와 미세먼지세(탄소세) 도입을 제안하며, 기본소득을 통해 토지불로소득으로 인한 불평등과 미세먼지 해결, 탄소 배출 감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양재진 교수는 기본소득은 필요한 막대한 재원에 비해 사회보장제도로서의 효율이 낮다면서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확충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근로와 함께, 근로할 수 없는 위험에 빠졌을 경우의 충실한 소득보장이라는 두 축이 사회보장제도의 원칙이자 원리이고, 여기서 벗어난 것이 기본소득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대표적인 복지국가인 스웨덴의 경우와 같이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과 사회보장 확대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복지국가 건설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신대 경제학과 강남훈 교수 ⓒ투데이신문
한신대 경제학과 강남훈 교수 ⓒ투데이신문

강남훈 “20년 앞을 내다보면 복지전략 다르게 짤 필요 있어”

Q. 국내에서 기본소득 관련 논의는 어떻게 전개되고 있다고 보나

일단 경기도에서 정책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치열한 논쟁 단계는 거의 끝났다고 본다. 이미 도의회에서 관련 조례가 통과됐고, 바로 4월부터 실행하기로 한 상황이다.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사람들도 숨죽이고 있다. 결과가 좋게 나오면 자신들의 비판이 다 말이 안 되니까 말이다.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과 관련해 한 경제지에서 ‘이재명식 현금살포’라는 식으로 제목을 달았더라. 그러나 경제인들 중에서 가장 열악한 처지에 있는 지역 소상공인들은 기대가 엄청나다.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은 지역화폐로 뿌려져 시·군내 소상공인 경제에서만 써야한다. 이를 통해 매출이 약간이라도 증가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지방정부의 정책 중에서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은 거의 없었다. 지방정부에서 가장 많이 하는 SOC(사회간접자본)사업도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임대료가 올라 소상공인은 되레 힘들어진다. 그러나 이건 소상공인들의 매출을 직접 올려주는 정책이다. 아마 앞선 매체와 같이 얘기하는 사람들도 정책 실행 이후 소상공인들의 반응을 보면 그런 주장이 밑바닥 골목현실과 얼마나 괴리되는지를 알 수 있을 거다. 기본소득이라는 정책은 매우 단순하지만, 소상공인을 살리는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될 거다.

Q. 국내의 기본소득 정책이나 실험의 경우 청년층을 대상으로 진행 또는 설계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아동과 노인은 국민적 합의가 돼 있다고 보는 거다. 아동수당은 기본소득 형태로 모두에게 준다. 노인기초연금도 하위 70%에게 준다. 아동과 노인은 기본소득 같은 걸 나눠주는 정책에 전 세계적으로 거의 다 합의가 돼있다. 그러나 청·장년 등 일할 수 있는 사람들까지 주는 건 아직 합의가 안됐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단계를 대상으로 기본소득 실험을 해보면 그들이 성인이 될 때마다 기본소득에 대해 계속 생각하지 않겠나. 그런 인구가 많아지면 우리나라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기본소득에 합의가 될 수 있지 않겠나. 그런 장래가능성을 보는 거다. 또 아동과 노인을 제외하고 가장 소외받은, 세대 간 부정의가 가장 심한 계층이 청년이다. 때문에 재원을 투입했을 때 가장 효과를 볼 수 있는 계층일 수 있다. 사회생활이 어렵다는 걸 느끼고 그에 따른 문제의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 어려움을 스스로의 정치 행위를 통해 바꿀 수 있고, 정치가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걸 청년들한테 경험하게 하고 싶은 거다.

Q. 경기도의 청년기본소득에서 아쉬운 부분은 없나

예산이 너무 적다는 점이 아쉽다. 지방조세권을 안주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방소득세, 지방세 등이 약간은 있는데, 이런 건 지방정부에서 좀 자율적으로 세율을 올릴 수 있게 해야 한다. 가령 토지세 같은 것을 중앙정부에서 큰 틀을 정하면 지방정부에서 몇% 더 올릴 수 있다는 식의 재량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걸 중앙정부가 허락 안 해주니까 아쉽다. 미국은 지방조세권이 어느 정도 있어 주마다 세율이 다르다. 이를 통해 어떤 주는 부동산세를 많이 걷어 복지를 많이 할 수 있다. 그렇게 복지경쟁을 하도록 하는 거다. 그러면 중앙정부도 부담을 좀 덜 수 있다. 큰 정책을 한꺼번에 전국적으로 하기에는 정치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럴 때 지방정부에서 먼저 해보겠다하면 잘못 돼도 지방정부의 책임이다. 결국 법이 바뀌어야 한다. 올해 경기도의 경우, 청년배당 1750억원, 공공산후조리비 423억원 등 총 3000억여원의 정책자금이 지역화폐로 지역소상공인에 뿌려진다. 한 푼이 아쉬운 분들에게 매출의 1%라도 오르는 게 어딘가. 지방조세권이 있어서 한 연령대(만 24세)에만 주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연령대에 급여를 주면 청년들이 미래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텐데 아쉽다.

Q. 기본소득보다 사회보장제도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 사회보장제도도 확대해야 한다. 기존 사회보장제도 확대에 반대하지 않는다. 사회보장운동을 하는 반대 측도 똑같은 입장을 가져줬으면 한다. 예를 들어 반대로 ‘의료보험, 무상의료 확대하자’는 주장에 기본소득 운동하는 사람들이 ‘무상의료보다 기본소득이 급하다’하면 섭섭하지 않겠나. 복지국가 건설을 목표로 운동하는 사람이라면 사회보장 확대도 되고, 기본소득도 되는 나라를 만들자는 게 더 좋은 태도가 아닐까 싶다. 복지 확대하는 운동이나 기본소득 운동이나 핵심적으로 증세를 주장한다. 증세를 안 한다면, 어떤 재원을 쓸 건지와 관련해 첨예한 문제가 된다. ‘무엇이 더 급하다’는 식의 싸움을 할 정도로 적은 예산을 마련해 급한 것부터 하자고 주장할 것이 아니고, 기본소득운동 같이 ‘토지세를 매기겠다’ 이렇게 운동하면 서로의 분야에 지장을 안 받는다. 새로운 재원을 마련하는 건 사회보장운동에도 도움이 된다. 국민들이 복지혜택을 보게 되면 세금 더 내는 데에 저항감이 줄어든다. 보편적 복지건, 선별적 복지건 우리의 경우 무조건 복지가 많아져야지, 뭐부터 해야한다는 논쟁은 한정된 재원을 놓고 서로 싸우는 꼴이 된다. 증세를 바탕으로 국민적 합의가 되는 것부터 빨리해나가는 태도가 좋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가난한 사람에게 몰아주면 당장은 그들이 더 큰 이득을 보지만, 한정된 재원으로 인해 장기적으로는 더 손해 본다. 가난한 사람에게만 주는 재원은 잘 안 늘어나기 때문이다. 현재 기초생활보조금은 하위 3%에게 준다. 그걸 나머지 97%가 부담하는 거다. 정치인들이 그 액수를 잘 안 늘리려고 한다. 보편적으로 혜택을 받는 아동수당이나 기초연금 늘어나는 것을 봐라. 가난한 사람한테만 줄 게 아니라 보편적으로 나눠주는 게 재원이 빨리 늘어난다. 정치적으로 20년 앞을 내다보면 복지전략을 다르게 짤 필요가 있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강남훈(오른쪽 두 번째) 이사장이 지난 2017년 8월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기본소득 개헌운동 출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강남훈(오른쪽 두 번째) 이사장이 지난 2017년 8월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기본소득 개헌운동 출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소수의 탐욕에 지배되는 정치, 국민 모두의 것을 찾자는 인식 변화 필요해

Q. 기본소득이 기존의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말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기본소득 실시와 사회보장제도 확대라는 투트랙으로 가야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복지가 거의 없다. 기본소득으로 대체할 복지도 제대로 없는데 대체하자고 할 건 아니다. 핀란드는 다르다. 핀란드의 경우에는 실업자에게 560유로의 구직수당을 주는데, 일하면 안주니까 일을 안 한다. 복지함정에 빠져 살아가라는 멍청한 제도다. 완전고용시대에 만들어진 제도이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실업자가 3%밖에 안됐다. 3%가 놀고먹어도 나머지 97%가 열심히 일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현재 핀란드의 청년실업률이 20%다. 20%를 그렇게 놀라고 하면 어떤 경제가 유지될 수 있겠나. 지금은 일자리가 없고 정규직이 없는 시대다. 기존 복지제도가 새로운 시대에 맞지 않는 거다. 복지국가인 핀란드에서는 구직수당을 타다가 구직활동 조건에 피곤함을 느껴 대학교에 다시 들어가면 학생수당이 나온다. 즉, 어차피 줄 돈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20대의 경우에는 구직수당과 학생수당을 통합해 기본소득으로 간소화하자는 주장이 말이 되는 거다. 또 구직수당을 기본소득으로 대체한다고 해서 기존의 실업자들이 더 나빠지지 않는다. 핀란드 같은 복지국가에서는 더 나쁘게 대체하는 건 정치적으로 불가능하다.

Q. 핀란드의 사례가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

현재 우리는 구직수당 도입 단계다. 구직수당이 본격화되면 이게 뭔가 잘못됐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될 거다. 청년실업률이 낮을 때는 괜찮다. 우리도 청년실업률은 사실상 20% 정도 된다. 결국 사람들이 구직수당 제도의 문제를 알게 된다. 그러면 기본소득이라는 대안을 고민하게 되겠다. 구직수당이 활성화됐다가 4~5년 뒤 복지함정이 나타나 기본소득으로 바꾸자고 할 때, 구직수당을 받던 사람들의 처지가 나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더 좋게 바꿔나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바꿀 것도 없으니 투트랙으로 진행하자는 거다.

Q. 한국형 기본소득제와 관련해 구상이나 제언은 무엇이 있나

2가지가 급하다. 먼저 토지세를 재원으로 토지배당을 나눠주는 것이다. 0.5% 정도의 토지세를 부과해 30조원 가량을 걷으면, 전 국민에게 1인당 연간 5만원 정도를 지급할 수 있다. 얼마 안 되는 액수지만, 토지세가 중요한 이유는 언제든지 부동산 투기가 생기면 보유세를 올릴 수 있다는 신호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동산 토지 기본소득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너무 미친 땅값이지 않나. 현재 불평등의 근원이 아닐까 싶다. 모든 경제성장의 과실이 땅 가진 사람들에게 돌아가고, 그들의 자식들은 시작할 때부터 차별되는 세상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고친다기보단 그런 일이 덜 생기게 하는 것이다.

다음은 미세먼지세(탄소세)다. 미세먼지는 그 원천을 없애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 원천이 없다는 게 증명되면 국내 미세먼지의 원인은 중국이 된다. 이를 위해 위험한 원자력 발전은 물론, 석탄·가스발전도 차례차례 10여년 내로 없애자, 전기차·수소차 시대를 열겠다는 비전을 정부가 선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제적 부작용이 많은 규제나 금지보다는 세금을 올려 덜 쓰게 만드는 유인을 제공하는 게 경제에선 더 좋은 정책이다. 세금을 올리면 전기세와 유류세 등 부담이 늘겠지만, 미세먼지세를 통해 생긴 수익을 나누면 전 국민의 60% 정도는 세금 내는 것보다 얻는 수익이 더 많다. 그러면 정치적 저항을 극복할 수 있다. 이처럼 탄소를 줄이고, 미세먼지 발생도 없애는 정책에 있어 미세먼지세를 재원으로 한 기본소득은 강력한 대안이다.

미국에서는 경제학자들이 탄소세를 바탕으로 한 탄소배당과 관련해 성명을 냈다. 성명 발기인들 중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사람이 27명이다. 즉, 경제학적으로 논란일 필요가 없는 정책이다. 과거에는 탄소세를 매기면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게 문제라고 했다. 그러다 탄소기본소득세라는 아이디어가 나오고부터는 위의 성명처럼 탄소세를 걷어 모두에게 나눠주면 소득분배가 좋아진다로 생각이 바뀌었다. 탄소발생을 없애는 정책에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가 도움을 주는 거다. 토지배당도 기본소득의 목적인 소득보장을 위한 게 아니다. 토지가 우리 모두의 것이기 때문에 토지불로소득의 일부를 나눠 갖는 거다. 이런 경우에는 기본소득의 목적이 복지정책이 아니라 경제정책이 되는 거다. 때문에 복지정책하고 굳이 다툴 필요도 없다.

Q. 기본소득 실시를 위해 풀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이라 보나

국민들의 인식이다. 자기 지역에 토건사업을 하면 다 찬성한다. 그런데 부자들만 돈을 벌 뿐, 결국 그 지역의 집 없는 사람은 더 나빠진다. 토건사업보다는 기본소득 같은 것이 더 좋겠다고 인식을 바꿔야 한다. 알래스카의 기본소득을 추진한 제이 해먼드 주지사가 말했듯이 지금의 정치는 소수의 탐욕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 국민들이 우리 모두의 것을 찾아가자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면 결국 기본소득은 실시될 것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들 너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의식 변화만 오면 민주주의하에서 결국 그런 정치인이 나오게 되고, 이들의 인기가 올라가면 이를 본받아 경쟁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거다. 민주주의니까 가능성이 있다.

연세대 행정학과 양재진 교수 ⓒ투데이신문
연세대 행정학과 양재진 교수 ⓒ투데이신문

양재진 “기본소득=보편주의, 기존 사회보장제도=선별주의는 잘못된 주장"

Q.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적 고찰은 국내·외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먼저 제가 기본소득에 비판적인 것은 기본소득론자들이 기본소득을 마치 사회보장제도나 복지정책적 차원에서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은 사회보장제도로서의 효율이 굉장히 낮다고 본다. 또 기본적으로 기존 사회보장제도의 원칙에도 안 맞다. 그 막대한 재원이면 지금의 사회보장제도를 더 튼튼하게 할 수 있다는 차원과 기본소득은 사회보장제도가 아니라는 측면에서 비판하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기본소득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저처럼 기존의 사회보장제도를 더 충실히 해야 한다고 보는 사람들이다. 정치세력으로 따져보더라도 지금의 복지국가를 만든 스웨덴 사회민주당 같은 경우는 기본소득이 주요 아젠다가 아니다. 기존 노조들도 그렇다.

Q. 기본소득 찬성 측은 기본소득제가 기존 복지국가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이라고 말한다.

많은 기본소득론자들은 기본소득이 ‘보편적인 사회보장제도’라고 합리화한다. ‘보편주의라면 다 줘야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 같다. 기존 복지국가에서 사회보장제도는 고용을 전제로 짜여있다. 소득활동을 못하거나 근로를 해도 빈곤할 때 개입한다. 그래서 근로와 상관없이 급여를 지급하는 경우는 노인이나 아동뿐이다. 이들처럼 소득활동이 불가능한 인구집단에 대해서는 보편주의적으로 수당제도를 할 수 있다. 노인의 경우는 다른 생계수단이 없고, 아동의 경우에는 사회구성원 전체가 이득을 볼 수 있는 공공재이기 때문에 아동으로 인해 생계비가 늘어나는 부분을 일부 보조해주는 거다. 나머지 근로연령대 인구는 국가에서 근로할 수 있게끔 최대한 노력하고, 실업, 출산과 양육, 산재 등으로 근로능력을 상실하는 등 피치 못할 사회적 위험에 빠질 경우에만 국가가 보편적으로 위험보장을 하는 거다. 다만 근로하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선 일정한 수준의 내셔널 미니멈(National Minimum,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최소한도의 국민생활수준)을 맞춰주기 위해 공적부조와 EITC(근로장려금) 제도가 있다. 내셔널 미니멈 이상인 사람들에 대해선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국가의 목표지, 근로여부나 소득과 상관없이 무조건 주는 게 복지라는 경우는 없다. 그 경우는 소위 포퓰리즘이라 표현할 수 있겠고, 또 지속가능하느냐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Q. 앞서 언급한 사회보장제도의 원리는 무엇인가

복지국가는 원칙적으로 완전고용을 추구하고, 실업 등의 이유로 사회적 위험에 빠지는 경우에 소득보장을 해주는 이원적 체제로 움직인다. 누구나 필요할 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보편적 사회보장을 지향한다. 필요가 없으면 안준다. 아프면 병원에 가서 거의 무상으로 치료받지만, 안 아프면 보험료만 내고 끝이다. 그러나 기본소득론자들은 근로나 사회적 위험 여부에 상관없이 꼬박꼬박 무조건 계속해서 다 줘야 보편복지국가라는 거다. 보편복지국가는 그게 아니다. 그쪽에 재원이 다 쓰이면 사회적 위험에 빠지는 사람, 근로빈곤자에게 지원될 재원은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기본소득론자들은 세금을 더 걷으면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치적으로 쉽지도 않을뿐더러 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다. 투자 등 국가 경제활동도 위축될 거고, 자본이탈도 발생하지 않겠나. 중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기본소득이 ‘보편주의’고, 기존 사회보장제도는 ‘선별주의’라는 건 잘못된 주장이다. 보편적인 보장이 중요하다.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누구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면 보편적 보장이 되는 것이지, 사고가 안 났는데 모두에게 보험금을 줘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모두에게 무조건 나눠주는 경우 보험금이 쥐꼬리 밖에 될 수 없다. 그게 기본소득의 함정이라 생각한다. 근로연령대 인구에 대해선 사회적 위험에 빠질 때만 지급한다는 게 사회보장의 원칙이다. 스웨덴 등 어느 나라도 마찬가지다. 근로연령대 인구에게 주는 실업이나 육아휴직수당 등도 수급 기한이 있다. 다시 근로활동으로 복귀하라는 의미다. 근로를 하지 않고선 생산이 위축되고, 경제가 돌아가지 않으면 무슨 돈으로 복지제도를 유지할 수 있겠나. 다시 말하지만, 근로라는 한 축이 있고, 다른 한 축인 근로를 할 수 없는 위험에 불가피하게 빠졌을 때 충분한 소득 보장을 하자는 게 사회보장제도의 원칙이고 원리다. 기본소득은 여기서 벗어나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연세대 행정학과 양재진 교수 ⓒ투데이신문
연세대 행정학과 양재진 교수 ⓒ투데이신문

사회보장제도 원칙에 안 맞는 기본소득…중요한 건 보편적 보장

Q. 국내에서도 경기도가 청년기본소득 정책을 진행할 계획이고, 또 서울시에도 청년기본소득 실험이 제안됐다. 해당 정책과 실험들이 보편적 복지국가 건설에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

‘그렇게 하면 안 된다’가 시사점이 되겠다. 경기도의 경우, 한 나이대(만 24세)만이 대상이다. 그렇게 해서 무슨 사회보장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정책목표가 뭔지 모르겠다. 청년들이 어려우니까 그냥 주자? 소득이 낮은 청년에게 한정한다던가, 취업훈련이 필요한 경우에 훈련에 집중할 수 있게 훈련수당을 충분히 지급하자 등 뭔가 확실한 정책 목표가 있으면 좋겠다. 그냥 청년들이 어려우니까 주자는 것밖에 안 된다. 농민이나 곧 직장에서 나와야 하는 50대 중반, OECD에서 가장 빈곤율이 높다는 노인들은 안 어렵나. 누가 더 어렵나를 따져보면 청년기본소득이 정책우선순위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청년집단 내에서도 어려움의 차이가 천차만별인데 그걸 따지지 않고 그냥 다 주겠다? 그래서 효과가 제대로 나올 수 있겠냐는 거다. 정의롭지도 않다고 본다. 청년세대가 어렵다해도 더 어려운 청년에 집중해서 지원하는 게 사회보장의 원리다.

Q. 기본소득에 대한 비판 여론에도 관련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어떻게 보나

기본적으로 정치가 입장에서는 어쨌든 표 동원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모든 유권자에게 다 나눠주겠다고 하는 게 더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 거다. 또 기본소득이 어디서 계속 아젠다 세팅이 되는가를 보면, 시민단체 등 활동가 그룹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근로연령대 인구이기 때문에 지금 복지제도 하에서는 취업활동을 전제로 하지 않는 한 어떠한 사회보장도 받을 수가 없다. 자신들한테 필요한 건 청년수당같이 조건 없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가발전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서구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과거에 비해 청년실업률이 높아지고, 이전 세대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덜하다. 이러한 것들이 기본으로 깔린 상태에서 자기들에게 필요한 제도를 만들어가는 활동가들의 자가발전, 또 정치가들의 포퓰리즘까지, 이 세 가지가 엮이면서 기본소득 아젠다가 계속 제기되고 동력을 얻는 것이 아닌가 한다.

Q. 사회보장제도의 측면에서 청년기본소득은 어떻게 보고 있나

기존 사회보장제도는 청년들의 노동시장 진출을 지원하게 짜여져 있다. 기본소득형태의 청년수당이 과연 효과적인 대안일지 의문스럽다. 아무리 세금 걷어서 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모든 청년에게 무조건적 수당지급은 재정문제 때문에라도 어렵다. 과연 1인당 얼마나 줄 수 있겠는가. 가성비 높은 청년취업대책이 되려면 지금의 청년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 등 청년대상으로 한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잘 정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예컨대 취성패만 보더라도 월 최대 40만원의 훈련수당을 주면서 훈련해준다. 서울시에 제안된 청년수당 실험은 월 50만원을 주겠다는 거다. 이것이 모든 청년에게로 확대된다고 하면, 19~29세까지 청년이 통계상 전국적으로 750만명 정도 되니, 이들에게 연 600만원씩 지급할 경우 매년 45조 정도가 소요된다. 우리나라 기초연금이 11조 정도고, 공적부조가 10조가량, 국방비도 40조 정도 된다. 그 이상 되는 돈을 청년그룹 전체에 지급한다는 게 가능한지도 모르겠지만, 어떤 사회정책적 목표에서 실시되는 건지 모르겠다. 취성패 예산은 몇천억대로 알고 있다. 취성패의 경우에는 훈련수당 40만원으로 생활이 안 되다보니 훈련에 집중 못하고 알바를 병행한다고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훈련수당을 2배로 늘려 80만원을 훈련대상자들에게 지급하는 게 낫지, 모든 청년에게 50만원을 흩뿌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 돈이면 취성패, 노인에 대한 기초연금, 아동수당, 근로빈곤자에 대한 지원, 실업수당 등에 재원을 제대로 써야 되지 않을까 한다. 결국 기본소득보다는 사회보장이 먼저이고,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사회보장을 오히려 구축(驅逐)할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다.

Q. 기본소득제 도입 대신 기존 사회복지제도의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향후 사회복지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확대 설정돼야 하나

기본소득론자들이 기본소득을 정당화하기로는 보편적 복지국가를 만들자는 것 아닌가. 그럼 진짜로 보편적인 복지국가를 잘 운영하는 나라들처럼 하자는 거다. 대표적인 보편적 복지국가인 스웨덴은 OECD 국가 중 고용률이 가장 높다. 복지가 잘 돼있어 놀고먹는 나라가 아니라, 복지가 잘 돼있기 때문에 고용률이 가장 높은 나라다. 복지국가로서 스웨덴의 목표는 많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게 하는 쪽으로 설정돼 있고, 일하는 사람들의 역량을 키워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적응하고 살 수 있게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이런 목표를 갖고 사회보장제도를 설계·시행하고 있다. 스웨덴은 여성고용률을 높이고 일-가정 양립을 돕기 위해 질 높은 공보육과 육아휴직급여를 상한 없이 소득비례로 제공한다. 실업급여도 마찬가지다. 또 출산과 육아휴직급여는 고용주가 부담하는 게 아니라 사회보험시스템에서 나간다. 그 사회보험료는 사업주가 부담하지만, 남성이든 여성이든 고용하면 사회보험료를 내야하니 여성고용에 따른 페널티가 없다.

또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도 가장 먼저 시작했다. 평생교육시스템 하에서 직업능력을 계속 키워주는 일들을 국가에서 한다. 제대로 된 직업교육과 연계되고, 훈련을 받는 동안에는 충실한 생활보장을 받을 수 있다. 고교 졸업 후 바로 대학을 진학하지 않더라도 직장을 다니면서 다시 교육·훈련을 받을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더 좋은 직장으로 옮겨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거다. 이렇듯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일하고, 이들의 직업역량을 지속적으로 키워주는데 국가가 재원을 쓴다. 또 상한 없는 소득비례형 급여로 중산층도 위험에 빠졌을 때 충분한 소득보장을 해준다. 저소득층 노인들의 경우에도 기초보장연금 등을 통해 충분한 소득을 국가가 보장해준다. 기본소득에 엄청난 재원을 흩뿌리지 말고, 스웨덴처럼 하면 좋겠다. 그런 사회보장제도가 유지되려면 많은 사람이 생산성 높은 곳에서 일해야 한다. 그래야 재원이 다시 돌아올 것 아닌가. 기본소득을 실시하기 위해선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 미래 사회에 기본소득이 실시된다면, 이는 더 많은 사람들이 직업역량을 키워 일하는 생산력이 높은 국가에서 실시될 것이다. 현재 같은 상황에선 불가능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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