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환호하는 시민들 ⓒ뉴시스
11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환호하는 시민들의 모습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헌법재판소가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1953년 낙태죄가 제정된 이후 66년 만에 폐지가 결정됐다.

헌재는 11일 낙태죄 처벌과 관련한 형법 269조 1항 및 270조 1항 관련 헌법소원 심판에서 헌법불합치 4, 단순위헌 3, 합헌 2 의견에 따라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낙태 전면 반대와 제한적 허용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지나치게 침해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임신 및 출산은 여성의 삶에 근본적이고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임신 유지 여부는 여성이 스스로 선택한 인생관 및 사회관을 토대로 깊은 고민을 한 결과를 반영하는 전인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기결정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임신 유지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며 “숙고한 끝에 낙태를 결정하고 수술을 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헌재는 낙태 결정 시기를 임신 22주로 봤다.

헌재는 “산부인과 학계에서는 22주 내외부터 태아의 독자생존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임신 유지 및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까지 보장되는 시기 및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까지의 낙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의사낙태죄 조항에 대해서도 “자기낙태죄가 위헌이기 때문에 동일 목표를 실현하고자 임신한 여성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시 효력을 상실했을 때 법적 공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우려해 법 개정 시한을 두는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헌재는 법 조항 개정 시한을 오는 2020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정했다. 그때까지는 현행법을 적용될 방침이다.

만약 시한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2021년 1월부로 법적 효력이 상실돼 전면 폐지가 결정된다.

한편 헌재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참여연대는 66년 만의 낙태죄 폐지는 한국사회의 양성평등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강화하는 중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현행 낙태죄는 여성의 몸을 규제하고, 임신의 부담을 여성에게만 치부하는 성차별이 내재된 법”이라며 “임신으로 인한 신체적 변화나 고통, 그에 수반되는 경제적 어려움, 학업 포기 등 불이익을 임부에게만 전가하는 이 같은 불합리한 조항이 헌법적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판단은 늦었지만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이제 이 법 개정의 책임이 있는 정부와 국회는 대체입법과 임신중절에 관한 여성의 건강권을 보장할 수 있는 관련 법령 정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여성민우회도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를 환영한다. 형법 제정 66년 만에 ‘낙태’가 죄가 아니라 ‘낙태죄’가 명백한 인권침해라는 게 확인됐다”며 “이 같은 역사적인 선고는 수많은 이들의 용기와 싸움, 연대가 만들어낸 귀중한 성취”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성민우회는 “국회와 정부는 임신 중지에 대한 비범죄화를 분명하게 매듭지어야만 한다”며 “더 나은 삶을 지지하고 보장하는 국가, 시민의 기본권이 최대한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