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협력사 갈등·오너불신·등돌린 노조…‘빅딜’ 막판 변수 되나
현대重, 협력사 갈등·오너불신·등돌린 노조…‘빅딜’ 막판 변수 되나
  • 최병춘 기자
  • 승인 2019.04.15 0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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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 직원 임금 미지급으로 작업 중단
정몽준-정기선 부자 고액배당 논란 재점화
인수합병 두고 양사 노조 반발, 설득 난항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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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이 9부 능선을 넘었다. 인수합병을 위한 8주간의 실사가 시작된 가운데 인수합병 최대 난관으로 꼽히는 기업결합심사 일정도 잡혔다. 현대중공업이 매머드급 조선사로 거듭나기 위한 ‘빅딜’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듯하지만 기업결합심사의 변수와 같은 불안요인은 아직 남아있다. 여기에 협력사와 갈등, 노조의 반발 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막판 변수로 작용할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격화된 대우조선 인수 작업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작업이 본격화됐다. 지난 1일 현대중공업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8주간의 실사 계획에 합의한 데 이어 인수합병 작업 완료를 위해 국내외 공정거래 당국의 기업결함심사 절차에 들어간다. 각국의 공정거래법은 합병하려는 두 회사가 자국에서 매출을 일으키는 경우 반드시 기업결합심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선 현대중공업은 다음달 우리 공정거래위원회에 결합신고서를 제출하고 6월부터 해외신고도 진행키로 했다.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EU와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시장의 경쟁국들의 견제는 큰 난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결합심사는 심사 자체가 통상적으로 수개월이 걸리는 데다 각국의 판단을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현대중공업은 앞으로 실사를 무사히 마치고 기업결합심사 난관만 넘어서면 사실상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절차는 마무리된다. 수주 잔량 기준으로 세계 1~2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결합하게 되면 글로벌 조선시장 점유율이 21%에 달하는 ‘매머드 조선사’가 탄생하게 된다. 현대중공업 측은 올해 말까지 심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심사 통과도 어느 정도 자신하고 있다. 조영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이달 초 기관투자자 대상 간담회에서 “내부적인 검토 결과 결합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올해 말까지 심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하도급 대금 삭감, 협력사 갈등 수면 위로 

대우조선 인수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내부사정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당장 협력사와 하도급 대금을 둘러싼 갈등이 촉발되면서 향후 대우조선 인수작업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임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 직원들의 작업 거부사태에 직면해 있다. 현대중공업 건조부와 후행도장부에 포함된 20여개 협력업체의 직원들은 임금 미지급을 이유로 지난 8일부터 작업을 중단한 상태다. 작업 중지 인원만 약 2000여 명에 달해 이에 따른 생산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협력사들은 직원 임금이 지급되지 못한 책임을 원청인 현대중공업에 묻고 있다. 협력업체들의 모임인 ‘현대중공업 갑질 철폐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현대중공업이 일방적으로 기성금공사대금을 삭감해 직원들에게 임금을 줄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기성금은 공사 완성 정도에 맞춰 원청이 하청에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말까지 80%대에 달했던 기성금 비율이 현재는 50%대까지 줄었다. 결국 하도급 대금이 급감하면서 협력사들이 임금을 지급할 여력 자체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기성금이 삭감되면서 협력업체 대표들이 전자세금계산서 승인을 거부하는 사태로 이어졌고 결국 2월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일부 업체의 경우 절반 정도 임금을 지급했지만 나머지는 전액 임금이 체불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는 현대중공업이 협력업체에 비용을 떠넘기려고 기성금을 삭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칫 협력사 임금 미지급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에 따른 경영 부담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협력사 대금 지급 구조를 두고 하도급 부당행위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대책위는 기성금 삭감과 관련해 현대중공업을 상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하는 한편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정문 앞에서 50일 넘게 천막 농성을 벌이고 있다. 또 노동당 울산시당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협력업체 기성금 보장과 공정거래위원회의 철저한 조사,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미 현대중공업은 하도급 부당행위 등에 대해 공정위의 직권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조사 결과도 조만간 공개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만 이번 사태를 비롯해 하도급 갑질 문제가 현재 진행되는 대우조선 인수 절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긴 어려워 보인다. 인수합병 최대 고비로 꼽히는 공정위의 기업결함심사 경우 독과점 여부를 따지는 것을 주목적으로 하므로 갑질 문제가 심사 대상에 들어가 있지 않다.

하지만 이 또한 단정하긴 이르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 등 정치권에서 하도급 갑질 문제도 심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어 공정위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달 15일 추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3사의 협력업체들에 대한 불공정해위 갑질은 너무나 오랫동안 광범위하게 벌어져 왔다. 단가 후려치기는 물론 기준도 없이 조선사가 그때그때 마음대로 단가를 결정해 왔다”며 “공정위는 기업결합 심사를 앞두고 거대 조선사가 새로 생기면 수요독점으로 인한 갑질이 더욱 심화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이 협력사와의 갈등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대우조선 인수와 관련해 약속한 협력사와의 상생에 대한 신뢰 또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8일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공동발표문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고용보장과 함께 협력업체 및 부품업체의 기존 거래선을 유지 보장, 상시협의체계 구축을 통해 상생을 추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사 노조 반발 여전…환영받지 못하는 M&A

무엇보다 이번 합병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사회적 합의 문제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지역사회와 노조의 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는 지난 4년간 구조조정으로 3만5000여명이 일자리를 잃은 상황에서 동종업체 매각으로 당장은 아니더라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민주노총 산하 영남지역 노동자 3000여명과 시민, 상인 등이 경남 거제시 옥포시장 네거리에 집결해 대우조선의 매각을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대우조선 노조가 사회단체와 손을 잡고 실사 반대의 총력전을 펼칠 것을 예고하면서 인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이 산업은행과 본계약을 체결하면서 고용보장과 지역 상생을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거제지역과 대우조선 노조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왼쪽부터)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뉴시스
(왼쪽부터)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뉴시스

지난달에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 협력업체 보호와 관련해 아무런 자료 제출 없이 상생안을 제시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불안을 키우기도 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윤한홍 의원실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인수 본계약 이전에 산업은행에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보호 방안 등에 대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의원실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현대중공업이 협력업체에 보호 방안과 관련해 별다른 자료 제출 없이 최종인수 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우조선 인수합병은 현대중공업 노조로부터도 완전한 환영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첫 관문인 물적 분할을 두고 현대중공업의 부실화를 우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8주간의 실사를 마치고 다음 달 31일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물적 분할을 승인할 예정이다. 이 과정을 거쳐 오는 6월 1일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4개 조선소를 거느리는 중간지주사(가칭 한국조선해양)가 신설된다.

문제는 자본은 존속법인인 한국조선해양에, 부채는 신설법인인 현대중공업에만 승계시키면서 사실상 부담만 전가할 것이라는 게 노조의 우려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4일 소식지에서 “물적 분할 후 탄생하는 중간지주회사는 부채 1600억원만 가져가는 건실한 기업이지만 현대중공업(신설법인)은 부채 7조500억원을 가진 비상장 회사가 된다”며 “노동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분할 이후에도 중간지주사가 100% 주주로서 연대변제책임을 지게 된다며 적극적으로 노조 설득에 나섰지만 노사 간 이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 분위기다. 노조는 오는 16일까지 물적 분할 반대 서명도 받고 17일에는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임금 못 주는 협력사, 오너일가는 고액배당 논란

이와 함께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과 그의 아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등 대주주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것도 불안요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특히 인수합병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재벌특혜 의혹 등은 인수가 마무리되더라도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 합병으로 선박의 A/S 서비스를 전담하는 현대글로벌서비스와 조선기자재 공급 업체인 현대힘스의 수익성 개선도 예상된다. 결국 이들 계열사가 대우조선의 일감을 단독으로 챙기면서 결국 지주사의 연결실적에 반영돼 총수일가가 최대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기선 부사장이 대표로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의 경우 대우조선 인수로 큰 성장이 예상되면서 경영승계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현대중공업 정몽준, 정기선 부자가 30%대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가 고액배당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의혹에 불을 붙였다.

앞서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달 28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보통주 1주당 1만85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총 배당금은 2705억원이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지주 30.9%를 소유한 정몽준 이사장과 그의 아들 정기선 부사장에게만 약 836억원이 돌아가게 됐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1306억원의 2배가 넘는 배당으로 고액배당 논란이 뒤따랐다.

이에 대해 지난달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금속노조 등은 논평을 내고 “이번 배당 결정은 정당한 주주 이익 환원 및 기업가치 제고보다는 경영권 승계자금 확보 등 총수일가만의 사적 이익을 염두에 둔 의사결정”이라며 “이제라도 정몽준 부자는 배당금을 회사에 대한 투자와 협력업체를 포함한 노동자를 위한 상생 발전에 쓰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배당결정은 기성금 삭감으로 협력사 직원들의 임금 체불 사태가 발생하자 협력사에 비용을 떠넘기고 이익은 원청과 총수일가가 챙겼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노동당 울산시당은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몽준-정기선 재벌총수 일가는 주식배당금으로 무려 836억원을 벌어들였고 강환구 전 사장은 급여와 퇴직금으로 39억원을 챙겨가는 상황”이라면서 “주식배당이 아니라 하청노동자 임금부터 책임지고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협력사 직원들의 작업 거부사태는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현재 협상을 하고 있다”면서도 배당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번에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이익이 발생해 배당한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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