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주년 기념식서 퇴진 선언
동원 “회장직 공석...독립경영 유지”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사진=동원그룹 제공)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사진=동원그룹 제공)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85)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김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차남인 김남정(46) 부회장이 동원그룹 경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 회장은 16일 오전 경기 이천에 위치한 연수원 동원리더스아카데미에서 열린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저는 이제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서서 여러분의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하고자 한다”며 퇴진을 선언했다.

김 회장은 “아무리 거친 바람이 불어도 동원 가족 여러분이 가진 잠재력과 협동정신이 발휘되면 능히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칭찬보다 질책을 많이 들으면서도 저와 함께 오래 동행해준 동료들과 동원 가족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거듭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지난 1969년 동원산업을 창업한지 50년 만에 경영에서 손을 놓게 됐다. 김 회장의 퇴진 선언은 창립 50주년을 앞두고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내린 결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의 퇴진으로 향후 동원그룹의 경영은 자연스럽게 차남인 김 부회장을 주축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의 장남인 김남구 부회장은 한국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다.

국내 최초 증권사 중심의 금융지주사인 한국투자금융그룹은 동원그룹의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금융계열사 계열분리를 통해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김재철 회장이 장남인 김남구 부회장(당시 동원증권 부사장)에게 금융계열사를 몰아주면서 금산분리 이슈를 해소하는 한편 형제간의 경영권 승계도 분쟁 없이 마무리하게 됐다.

동원그룹은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상장사 3곳과 동원홈푸드를 비롯한 비상장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최대주주는 김재철 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67.98%)이며 김 회장은 지분 24.5%를 보유하고 있다. 김 부회장이 지주사 최대주주 자리에 올라 있어 지분구조상 동원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은 이미 마무리된 상태다.

김 부회장은 1996년 부산의 참치 통조림 공장 생산직 근로자로 일을 시작한 뒤 영업부 사원으로 일했다. 김 부회장은 이후 동원 F&B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동원엔터프라이즈 부사장 등 동원그룹 내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친 뒤 지난 2013년 동원그룹 부회장직에 선임됐다.

다만 김 부회장이 곧바로 회장 자리에 오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원그룹 측은 김 회장 퇴진 이후에도 그룹 경영은 큰 틀에서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물러나신 것일 뿐 김남정 부회장 등 임원들의 인사에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회장직 인사에 대한 계획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그룹의 전략과 방향을 잡고 각 계열사 전문경영인이 독립경영하는 기존 경영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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