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자의적 인사권 견제 위해 도입 20년 맞은 인사청문제도
제도상 문제·정파적 이해 문제로 제구실 못 한다는 비판 이어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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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국회 인사청문제도가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현행 인사청문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에는 여야 모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여당은 인사청문회가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신공격과 신상털이의 장으로 변질됐다며 사생활에 대해 비공개로 검증하고, 정책 역량에 대해서는 공개 검증하는 방식의 제도 개선을 말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대통령의 임명 강행을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인사청문제도 개선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차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제도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 부호가 붙는다.

<투데이신문>은 인사청문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또 현 국회 상황에서 제도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 그 가능성에 대해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박영선 중소기업벤처부 장관과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임명 강행, 또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 강행 움직임 등으로 인사청문제도 무용론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인사청문제도 무용론은 어제오늘 제기된 지적이 아니다. 2000년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이후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제기된 것이 바로 무용론이었다. 

이 같은 무용론의 바탕에는 현행 인사청문제도에 대한 문제점이 깔려있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실시하는 인사청문회의 경우, 인사청문 결과와 무관하게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고, 인사청문 기간이 짧아 제대로 된 검증을 할 수 없다는 점 등 인사청문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무용론과 함께 다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인사청문제도

한국에 인사청문제도가 도입된 건 지난 2000년이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1997년 대선에서 인사청문제도 도입을 공약으로 제시했고, 2000년 국회법 개정과 인사청문회법 제정을 거쳐 인사청문제도는 국내에 도입됐다. 인사청문제도의 도입 취지는 대통령의 자의적 인사권 행사를 방지하기 위한 ‘견제와 균형’이었다.

도입 초기 인사청문 대상자는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중앙선거관리위원 등 23명이었다. 이후 인사청문회 대상자는 점차 확대되며 현재 65명까지 늘었다.

이중 대법원장, 헌재소장, 국무총리, 감사원장, 대법관과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중앙선관위원은 인사청문특별위원회의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 표결을 통해 선출된다.

반면 국무위원과 방송통신위원장, 국가정보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국가인권위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합동참모의장, 한국은행 총재, 한국방송공사 사장, 서울대학교 총장과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과 중앙선관위원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다.

상임위에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는 공직후보자들의 경우에는 청문회 후 후보자에 대한 적격, 부적격 사유를 명기해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해야 하지만, 대통령은 적격 부적격 여부에 무관하게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

또 소관 상임위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을 경우에도 대통령은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현행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10일 이내 기한을 정해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고, 해당 기한까지 국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하지 않을 경우에도 임명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이 국회가 인사청문 과정을 거쳐 낸 결론을 무시한 채 고위공직자에 대한 임명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점 △국회에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로부터 20일 안에 인사청문과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규정으로 인해 제대로 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 △후보자가 국회가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나 증인이 인사청문회에 출석하지 않는 경우, 처벌 규정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문제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26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3월 26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전문가들이 말하는 문제점은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20년간 누적된 제도적 보완이 미비한 부분이나 구체화가 안 된 부분 등 내부적 요인과 청와대와 여당, 야당 간의 정파적 관계라는 외부적 요인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김연숙 교수는 “제도적 부분에서의 보완이 안 된 부분과 구체화 되지 않은 부도덕성의 문제가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외부적 요인과 관련해서는 “아무래도 대통령제에서 실시되는 의회 견제제도이다 보니까 검증기준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강력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문제는 어느 정권이 집권하느냐에 관계없이 똑같은 문제가 제기된다”며 “정치적으로 보면 대통령제의 문제일 수도 있고, 또 한국정치문화에서 오는 아직도 정착되지 않은 제도의 문제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여소야대 상황에서 강한 지도력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여당과 다당제 구조에서 오는 역학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며 “정권을 잡은 지 3년차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굽힐 수 없는 여당과 청와대의 입장이 아무래도 정쟁대결로 대변되는 느낌도 있다”고 부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정치개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조진만 교수는 한국의 인사청문제도가 견제와 균형의 논리보다는 여야 간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조진만 교수는 “한국의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 후보자의 자질이나 능력 등에 대해 여당은 방어하고, 야당은 공격하는 정파적 특징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오늘날 같이 여야 간의 관계가 극단적으로 갈등적이고 대치하는 모습을 보이는 정치국면 하에서는 정파적 인사청문회의 모습이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의 인사청문제도는 국회 차원의 고위공직 후보자의 자질에 대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검증도구로서 활용되기보다는 여야의 정파적 이득을 신장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측면이 존재한다”며 “특히 지금은 보수가 위기를 맞이하고 있고, 내년 총선이 있는 상황에서 인사청문회가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되니까 더 정파적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통령의 자의적 인사권 행사에 대한 견제장치로 마련된 한국의 인사청문제도는 제도상의 문제와 한국 정치의 정파적 이해관계로 인해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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