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 측정값 조작 공모 부인 “자가 측정 업체도 아냐”
환경부 “자가 측정 면제라도 허용 기준치 넘으면 제재 대상”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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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대기오염 배출물질 측정값 조작으로 도마에 오른 한화케미칼이 오염물질 배출 책임에서 발을 빼는 듯한 반응을 내놔 논란이 예상된다. 함께 적발 업체로 지목된 LG화학이 곧바로 사과문을 내놓고 설비 폐쇄 등 후속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앞서 환경부는 한화케미칼, LG화학 등 여수 산단 지역의 6개 기업이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을 속여 배출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8년 3월부터 광주‧전남 지역의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 13곳을 조사한 결과, 이 지역 다수 기업들이 4곳의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먼지‧황산화물 등의 배출농도를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적발된 측정대행업체들은 235곳의 배출사업장에 대한 측정을 진행하며 지난 2015년부터 4년간 총 1만3096건의 대기오염도 측정기록부를 조작하거나 허위 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한화케미칼은 정우엔텍연구소와 공모해 질소산화물의 결과값을 조작했다. 실제 평균값은 224ppm인데 113ppm으로 축소 기재했다는 것이다.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오염물질로 알려졌으며 배출허용기준치는 150ppm이다. 이밖에도 환경부는 두 업체가 실제 측정을 하지 않았음에도 측정한 것처럼 속여 총 37부의 거짓 기록부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한화케미칼은 이와 관련 측정값 기재의 오류는 인정하면서도 공모나 조작에 대한 지시는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LG화학의 신학철 대표가 “이번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참담한 심정으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며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 드린다”고 발표한 것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G화학은 이밖에도 관련 생산시설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한화케미칼은 환경부 보도자료가 나온 이후 입장문을 내고 “사업장에서 발생한 부분에 유감을 표하지만 공모 부분을 담당자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고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며 조작에 대한 혐의를 부인했다.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도반면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수사를 받아봐야 알겠지만 조작은 측정업체에서 이뤄졌다. 관리감독 소홀의 책임은 있지만 지시나 공모는 하지 않았다”라며 “메일이든 SNS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측정 업체에서 자의적으로 수치를 낮췄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섣부른 (생산시설 중단 등)  조치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수소 청정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오염 물질이 덜 배출돼 자가 측정 면제 대상  검사를 해서 환경부 기관에 신고를 하고 보고해야할 의무가 없는데 관리 차원에서 검사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부에 의하면 자가 측정 면제 업체라고 해서 책임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준치 이상의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 만큼 정부의 제재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측정 수치가 실제 배출수치와 달랐던 점은 사실로 드러난 만큼 지역 시민들의 원성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모든 배출사업장의 측정은 의무화돼 있다. 다만 배출허용 기준이하로 측정돼 인허가 기간에 인정받으면 자가 측정 면제를 받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기준치 이상 검출 돼선 안 된다. 자가 측정 면제 대상이라도 사후적으로 발견됐을 때는 제재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처벌 요구는 지역 시민들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점점 거세지는 모습이다. 

여수환경운동연합 등 전남지역 6개 환경단체는 한화케미칼 여수공장,  LG화학 화치공장 등에서 잇따라 집회를 열고 “환경부 조사 결과 여수산단 내 일부 공장들은 굴뚝으로 배출되는 오염물 측정 수치를 숨기기에 급급했다”면서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오염물은 비상저감조치만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오염물이나 미세먼지 발생 가능성이 있는 사업장은 특별 관리를 하는 등 상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여수시의회 여수산단특별위원회 역시 성명을 통해 “환경부가 발표한 ‘측정치 조작 대기오염 불법 배출 기업 무더기 적발’ 사실에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면서 “적발된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 산단 대기업들의 행위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반사회적 범죄로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수산단특별위원회는 이밖에도 여수산단 사업장 전체에 대한 현장 점검을 실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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