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개선에 한목소리 내는 여야
개선 방향 셈법에선 이견 엇갈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국회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비공개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운영위원장실에서 열린 국회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비공개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최근 잇단 인사청문 과정에서의 논란으로 현행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정치권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에 대한 여야의 입장은 상반된다.

여당은 후보자에 대한 사생활 검증을 비공개로 하고, 정책 역량은 공개 검증하는 방식의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등 야당은 대통령의 임명 강행을 법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사청문제도 개선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다.

평행선 달리는 여야의 개선 방안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국회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은 회동을 갖고 인사청문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제도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여야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청문회는 공직후보자의 직무 역량과 전문성, 비전을 평가하는 자리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청문회가 인신공격과 신상털이의 장으로 변질됐다”며 “이런 식의 청문회 문화에서 국가적인 인재 (가운데) 누가 장관을 하겠다고 나서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생활에 대해서는 비공개로 철저히 검증하고, 정책 역량과 전문성, 비전에 대해 공개 검증하는 방식으로 청문제도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야당에 인사청문제도 개선 방안 논의를 제안했다.

반면 야당은 부적격 후보에 대한 국회 비토권(거부권) 강화와 인사청문 과정에서의 허위 진술, 자료 미제출 문제에 대한 처벌 강화 방안 마련을 외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3월 2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앞으로 일종의 국회 비토권을 강화하는 것, 청문회장에서 거짓말한 것을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는 부분, 청와대에서 검증한 자료를 (국회가) 공유할 수 있는 부분 등 앞으로 청문회 제도개선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나 원내대표는 이달 19일 기자들과 만나 “인사청문제도가 폄훼되고 무력화되고 있다”며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고 (후보자의 임명 반대) 의사 표시를 했을 경우, 다시 검증하거나 조금 더 숙려기간을 갖는 방식 등으로 제도개선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도 지난 3월 28일 원내정책회의에서 “후보자들의 심각한 문제에 대해 국회와 야당이 반대를 해도 대통령이 임명강행으로 일관하는 것이 (현행 인사청문제도의) 가장 큰 문제다. 국회에서 문제 삼아도 대통령이 임명을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자료제출을 하지 않고 끝까지 거부한다”며 “빠른 시일 내에 국회 인사청문회법을 고쳐 이러한 점들을 바로잡아야 한다. 자격이 부실한 후보자에 대해 국회의 비토권을 강화해 청와대의 부실검증과 대통령의 일방통행을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도 개선방안과 관련해 자유한국당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이후 제도 개선을 위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잇달아 내놨다. 자유한국당 정용기 의원은 8일 인사청문 기간 연장과 인사청문경과보고서 미채택 시 10일 이상의 숙려기간 보장, 후보자가 허위 진술을 한 경우 처벌 근거규정 마련, 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경우, 경고 및 관련자 징계를 요구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박대출 의원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인사청문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받지 못한 경우, 위원회가 10일 이내의 범위에서 인사청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러한 개정안들이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들어 현재까지 총 42건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계류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야가 인사청문제도 개선에 합의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여론이 나온다.

ⓒ뉴시스
ⓒ뉴시스

험로 예상되는 인사청문제도 개선

이처럼 인사청문제도 개선을 위한 여야의 서로 다른 셈법은 인사청문제도 개선의 국회 통과 가능성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에서 인사청문제도 개선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인사청문제도를 개선해야 하긴 하지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 것이냐는 더 두고 봐야한다”며 “제도 개선과 관련해 이미 방안은 거의 다 나와 있는 상태로, 특별히 더 새로운 연구가 필요한 건 아니다. 여야 합의만 필요한 상태”라고 짚었다.

이어 “결국 의지 문제인데, 여당도 부담이 더 느니까 지금 당장 하고 싶은 생각은 없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야당이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하는 동기가 있느냐에서도 역설적으로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야당의 입장에서) 도덕성 검증과 정책검증을 나누는 제도개선을 하게 되면 정치공세를 퍼붓는 효과가 떨어진다”며 “정책검증을 하는 과정에서도 도덕성 문제를 얘기할 수 있으나 명분이 떨어진다. 그래서 당장 제도개선을 할 것 같진 않다”고 전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도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사청문제도가 바뀔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엄 소장은 “(인사청문제도의 문제는) 우리나라의 승자독식 양당구조, 제왕적 대통령제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 같다”며 “청와대와 여당의 도덕적 선의에 맡기면 인사청문회 파행과 임명 강행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권력구조에서는 후보자가 못마땅하더라도 청와대가 임명할 수밖에 없고, 여당은 도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권력구조가 개편돼야 한다. 승자독식의 양당구조가 다당제로 전환돼야 이런 악순환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2000년 도입 이후 20년간 운영돼온 인사청문제도는 때마다 무용론이 제기되며 한계와 문제점을 노출해왔다. 그러나 각 정당들의 개선 방안에 대한 셈법이 엇갈리면서 보다 나은 인사청문제도 개선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