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슬림화’ 인원 30% 감축 대규모 개편 단행
오뱅크 등 핵심사업 무력화, 구조조정 확대 우려
친정체제 구축 위한 과도한 인사 칼바람 지적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JB금융그룹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JB금융지주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대규모 조직개편에 나서며 ‘자기색깔 내기’에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의 취임 행보와 관련해 뒷말이 무성하다.

김기홍 회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후 지난달 2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공식 대표이사로 임기 시작했다.

공식 임기 첫 행보는 지주사 직원을 대거 자회사에 발령하는 등 조직 슬림화 였다. 지주사 핵심 기능 강화와 함께 영업인력 확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조치라는 게 JB금융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다른 해석도 뒤따르고 있다. 오너가 출신 김한 전임 회장의 색깔을 지우기 위한 인원 감축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전북은행 등 자회사 재무부담 등을 고려 향후 구조조정을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직 슬림화, 엇갈린 시각

JB금융은 지난 14일 지주사를 15개 본부 10개부로 축소시키고 전체 인원을 30%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지주사 조직을 슬림화해 지주 본연의 핵심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조직개편 조치로 상당수 지주 소속 직원들은 자회사로 발령됐다. JB금융에 따르면 49명이 전북은행과 광주은행 등 자회사로 전출을 갔고 18명이 신규로 들어왔다. 지주사 인원은 총 99명에서 68명으로 약 30% 감축된 것이다.

JB금융은 이번 조직개편을 두고 지주사와 자회사간 중복업무를 줄이고 조직 안정화와 내실 강화를 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주 조직의 슬림화 과정에서 발생되는 인력은 영업력 강화를 위해 자회사에 재배치, 조직과 인력의 효율적 운영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감한 개편에 대한 우려도 뒤따르고 있다.

이번 조직개편에서 디지털전략본부 인력 감축 두드러진다. 디지털기획부와 정보기술(IT) 기획부, 마케팅기획부 직원 중 11명이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오픈뱅킹 플랫폼 ‘오뱅크(Obank)’의 사업 전담 부서가 해체되면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직개편으로 디지털본수 산하 IT부서가 디지털부와 통합되는 과정에서 오뱅크 사업을 담당하던 핵심 인력들이 부서를 떠나게 됐기 때문이다. 오뱅크는 금융 시스템 기능을 각각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로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JB금융이 수출까지 고려한 핵심 아이템이다.

인도네시아 상업은행 CIMB에서 연내 오픈뱅킹 플랫폼을 론칭하겠다는 당초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JB금융은 구체적인 디지털 전략을 재수립해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해외사업지원부 신설해 그룹의 글로벌 사업전략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전임 회장 색깔 지우기에 나선 김 회장이 전 회장 작품이 ‘오뱅크’ 대신 단기간 수익 기대치가 높은 예대마진에 힘을 실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JB금융그룹 사옥ⓒJB금융
JB금융그룹 사옥ⓒJB금융지주

전임 회장 지우기 위한 칼바람?

이 같은 김 회장의 지주사의 대규모 인사 개편은 전임 회장 색깔 지우기 차원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뱅크에 나섰던 디지털전략본부의 경우 김 전 회장이 공을 많이 들였던 대표적인 부서로 꼽힌다.

특히 김 전 회장 시절 2인자로 알려진 이재용 경영전략본부장을 김 회장이 붙잡지 않고 지난해 말 지주사를 떠났다. 이후 김병용 상무와 박민영 이사 등 주요 임원들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신 김 회장은 부사장 직을 신설해 외부인사인 권재중 부사장을 선임했다.

이에 이번 조직개편이 김기홍 회장의 친정 체제를 꾸리는데 활용된 것 아니냐는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또 지나치게 큰 폭으로 몸집을 줄이면서 안팎에서는 구조조정 우려도 나온다. 그룹 전체 감원을 위한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지방 경기 침체에 따른 대출 연체율 증가 등 자회사 은행의 부실화가 근거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부실채권(NPL) 커버리지 비율은 우려되는 수준이다. NPL 커버리지 비율은 대출 부실화에 대한 은행의 대응력을 따지는 지표로 금융당국은 12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NPL 커버리지 비율은 대출 부실화에 대한 은행의 대응력을 따지는 지표로 전북은행은 지난해 말 현재 65.09%로 국내 은행 평균 116%의 절반 수준이다. 광주은행은 92.88%으로 평균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 기업 등의 대규모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실적 감소가 우려되고 있는 상항이다.

대주주 삼양사 영향력 확대? 독립경영 잡음

대주주 삼양사로서부터의 독립경영도 잡음이 뒤따랐다.

김 회장이 취임일인 지난달 29일 JB금융은 ‘사내이사 및 비상임이사는 대주주 또는 이사회 등의 추천을 받은 자 중에서 주주총회에서 선임한다’는 지배구조 내규를 신설해 논란이 불거졌다.

신설된 내규대로라면 JB금융은 사내이사와 비상임이사를 선임할 때 대주주의 추천을 받아야하는 것이다. 다른 금융지주사들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내규다.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는 지방은행의 주식을 15%까지 보유할 수 있다. 시중은행 4%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대주주가 JB금융에 대한 영향력을 더 키우겠다는 취재로 해석된다.

JB금융의 최대주주는 삼양사와 그 오너일가다. 삼양사는 JB금융 10.11%를 보유하고 있고 삼양사가 만든 장학재단인 수당장학회가 0.45%,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이 0.01%를 보유하고 있다.

김한 전 회장은 김윤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따라서 줄곧 JB금융은 금산분리 취지를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김 전 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대주주 일가에서 독립된 경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업계에서는 김한 전 회장의 영향력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시각이 있는 가운데 자기 색깔내기에 나선 김기홍 회장으로서는 불필요한 잡음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JB금융은 담당 직원의 단순한 실수에 따른 해프닝이라고 설명했다. ‘대주주’라는 표현이 잘 못 들어간 것이라는 해명이다. 또 제기되고 있는 구조조정설도 강하게 부인했다.

JB금융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내규 개정 과정에서 진행된 담당 직원의 실수로 이미 해당 내용은 수정해 다시 재공시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지주사 기능을 재편한 것일 뿐 구조조정설은 근거가 없는 낭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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