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에너지 상장폐지 위기, 투자자 불안↑
2012년 법정관리 당시 고의부도설 되풀이
웅진 “시장 자체가 무너져, 지원 최선 다했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뉴시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또 다시 고의부도설에 휘말렸다. 윤 회장은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코웨이를 품에 안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비슷한 시점에 또 다른 핵심 계열사 웅진에너지가 파산 위기에 몰리자 자금 지원에 손을 뗀 웅진그룹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과거 주요 계열사가 법정관리와 매각으로 그룹 해체 수순을 밟을 당시에도 불거졌던 고의부도설 마저 재현되면서 웅진그룹과 수장인 윤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웅진에너지는 지난달 27일 외부 감사인으로부터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지금까지 주식거래가 정지된 상황이다. 자본금보다 부채가 더 많은 자본잠식에 빠진 결과다. 회계법인은 재무건전성이 악화돼 기업 존속에 의문이 든다고 평가했다.

무너진 웅진에너지, 손 뗀 웅진그룹

웅진에너지는 지난해 영업손실 560억원, 당기순손실은 1000억원 규모로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 기업의 저가공세와 미국의 세이프가드 조치 등에 따른 국내 태양광 산업이 위축되자 국내 대기업 중 유일하게 태양광 사업을 진행했던 웅진에너지가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결과 웅진에너지는 1135억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하게 됐다. 회계법인 감사발표로 웅진에너지의 주식거래는 중지됐고 상장폐지 절차를 밝게 됐다.

지주사인 웅진그룹은 지난 2014년부터 웅진에너지에 1000억원대의 자금을 투입하는 한편, 공장가동률 조정 등 구조조정을 진행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웅진그룹이 웅진에너지에 더 이상 자금 지원을 하지 않기로 하자 투자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웅진그룹이 코웨이 인수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동원하고 있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이 같은 불만은 더욱 커졌다. 웅진그룹은 코웨이 인수를 위해 2조원 가까운 인수금 상당수를 외부 차입과 투자로 마련하면서 웅진에너지를 지원할 여력이 없다는 이유로 지난해 8월 감자 후 지주사 주도의 증자 요구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웅진에너지가 갚아야할 약 1000억 원에 달하는 채무액을 상환하지 않고 파산할 경우 고스란히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게 돼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웅진이 웅진에너지 부도 위험을 알고도 외면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면서 윤 회장의 책임론으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책임 경영을 다하지 않는 윤**(석금) 회장은 **(웅진) 경영에서 물러나라!”라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윤석금 회장이 웅진그룹의 총수로서 책임경영을 다하지 않아 자회사 웅진에너지를 낭떠러지에 떨어뜨리고 방관하고 있다”면서 “웅진그룹은 돈이 없어서 웅진에너지를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웅진홀딩스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웅진에너지 채권 상환이 어려워지자 웅진 측은 만기를 2019년 12월 19일로 연장하고 현금 10% 상환, 출자전환, 전환사채 차환 발행 등에 합의했다. 이에 채권자들은 현금 10%만 받고 약 8년간 상환을 기다려왔지만 웅진은 정작 만기가 다가온 상황에서도 빚을 갚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청원인은 “얼마 전 코웨이 인수를 위해 연 이자만 500억 이상 들어가는 규모의 1조 8000억 원 부채를 끌어다가 자금을 투입했으면서, 웅진에너지는 가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1000억 가량의 채권을 갚지 않으려 한다”며 “고의적이라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7년만에 다시 고개든 고의 부도설

윤 회장과 웅진에 제기된 고의부도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웅진그룹이 주요 계열사가 매각되고 법정관리에 돌입할 당시에도 유사한 상황이 반복됐다. 지난 2012년 9월 웅진이 코웨이를 MBK파트너스에 매각을 결정할 당시 윤 회장이 그룹 경영권 유지를 위해 고의로 극동건설과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를 선택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코웨이 매각대금이 들어오면 웅진은 그 대금을 통해 극동건설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금 500억원(CP, 기업어음)을 상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각대금 입금일을 2일 앞두고 극동건설과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웅진 측에서는 MNK측으로부터 매각대금이 들어오더라도 절차문제로 상환일 까지 채무를 갚기 힘들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채권단 측에서는 지연이자를 물고서라도 대출금 상환을 미룰수 있었을 것이라며 고의부도 의혹을 제기했다.

게다가 당시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주식을 담보로 증권금융과 주요 증권사로부터 3000억원 안팎의 대출을 받았던 사실도 드러나면서 사전에 법정관리를 계획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됐다.

이와 관련해 2012년 10월 열린 법정관리 신청에 대한 법원 심문에 출석한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는 “더는 자금을 조달할 수 없어 어절 수 없었다”고 고의부도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웅진홀딩스의 신용등급이 크게 떨어진 상태여서 더는 신규 자금 차입이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번에도 웅진그룹은 웅진에너지 경영악화는 태양광 시장의 침체로 인한 구조적 문제이고 그룹 차원에 추가 지원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고의 부도설에 대해서도 강하게 부인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태양광 시장 업황 자체가 무너져 가다보니 우리도 (웅진에너지를) 살려보려고 많은 지원을 했다”며 “고의로 부도를 내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자금을 일부로 지원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코웨이 인수도 이미 지난해 10월 인수를 발표하고 자금조달에 대한 계획은 그 이전에 다 짜진 것으로 웅진에너지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또 웅진그룹은 “웅진에너지는 감사보고서 의견거절로 인한 기한이익상실에 맞서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현재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여러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여력 없다는 웅진, ‘승자의 저주’ 우려 솔솔

하지만 윤 회장의 무리한 코웨이 인수로 인한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고 있다.

코웨이 인수 이후 지주사인 웅진의 상황도 좋지 않긴 마찬가지다.

웅진 감사보고서 지난 2017년 103억 7719만원 영업이익을 낸 것과 달리 842억 2184만원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 전환했다. 적자폭이 잠정실적 발표 당시 제시했던 530억원에 비해 60% 가까이 늘어났다.

부채비율도 지난 2017년 150%에서 221%로 큰 폭 증가했다. 조정부채는 소폭 줄어들었지만, 자본총계가 3337억원에서 2256억원으로 줄면서 부채비율이 상승했다. 통상 기업 재무상태가 양호하다고 판단하는 부채비율은 200% 이하다.

웅진 부채비율이 급증하면서 신용도 하락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자회사 웅진에너지 사태로 웅진이 가진 지분이 재무구조 악화로 반영된 것 아니냐 분석도 나온다. 웅진은 웅진에너지 지분 26.65%를 갖고 있다. 코웨이 인수로 인한 재무부담에 웅진에너지 부담까지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웅진에너지가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도 그룹이나 타 계열사에 미치는 영향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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