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 원천징수·건설업 재해율 2배·후퇴한 임금피크제 등 논란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 ⓒ뉴시스
손창완 한국공항공사 사장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사장 취임부터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던 한국공항공사가 안팎으로 들리는 잡음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내부적으론 직원의 동의 없이 ‘강원도 산불피해 기부금’을 강제 원천징수하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커졌다. 또 당초 목적과 다른 임금피크제를 노사 합의하면서 노조와의 마찰을 피하려는 꼼수를 부렸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외부적으론 공항공사의 건설현장에서 건설재해가 최근 증가 추세를 보이며 건설업 평균 재해율의 2배를 기록했다. 또 지상안전사고율도 인천국제공항보다 3배 가까이 높아 ‘안전관리’라는 현안이 직면해 있어 비전문가인 손 사장이 어떤 리더십으로 이끌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직원 동의없는 ‘산불피해 기부금’ 원천징수

먼저 공항공사는 직원들의 동의없이 강원도 산불피해 기부금을 월급에서 원천징수해 질타를 받고 있다. 

지난달 11일 공항공사는 강원지역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성금 5000만원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기탁하며 공사 임직원과 공사 노동조합, 청원경찰 디딤돌 노조 등이 십시일반 해 모은 1850만원도 포함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십시일반 해 모은 1850만원은 직원의 동의없이 강제로 원천징수를 한 것이 드러났다. 

지난달 17일 직장인 익명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공항공사 직원으로 추정되는 작성자가 “회사가 동의없이 기부금을 원천징수 하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해당 글 작성자는 공항공사가 직원들의 동의 없이 원천징수에 관한 문서를 본사에서 하달한 뒤 회사의 이름으로 기부금을 납부했으며, 회사의 이번 결정으로 직원들의 불만이 넘쳐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공항공사 관계자는 “노사간 합의를 통해 강원 산불피해 이재민 돕기를 위해 기부금을 전달했다”고 해명했지만 불만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초 목적과 다른 ‘임금피크제’ 합의…정치인 꿈꾸는 사장이라?

공항공사가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덜어주고 동시에 50대 이상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해 노령 실업문제를 완화하고 위한 임금피크제를 노사 갈등을 피하기 위해 후퇴한 협의안에 합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공항공사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며 만 59세~60세 직원의 근무시간을 줄이는 것으로 노사 합의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연령을 기준으로 임금을 조정해 실업문제를 완화하는 제도이나 근무시간은 기존대로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공항공사가 노조와 합의한 결과는 당초의 목적과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노조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근로시간까지 단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공항공사 노조는 ‘임금피크제 직원 근로시간 단축제도 도입 합의서’를 통해 임금피크제 근로시간 단축제도 도입에 합의했다. 

해당 합의서에 따르면 만 59세~60세 직원의 근로시간이 주 24시간(3일)으로 줄었고 향후 임금감액률이 변경될 경우 단축 근로시간도 이에 비례해 변경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공항공사는 임금에 비례해 근무시간도 단축돼 정작 59세~60세 근로자의 시간당 급여는 기존과 비슷하거나 심지어 증가하는 경우도 발생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만 늘어났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합의에 대해 업계에서는 손창완 사장이 취임 초기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만들겠다는 목적 때문에 과도하게 노조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정치에 손을 놓지 않았기 때문에 노조와의 관계를 원활하게 가져가려는 꼼수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손 사장은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을 내놓은 상태다. 

공항공사 측은 “정부의 운영 변경사항에 따라 임금삭감률(40%)에 비례해 노사합의하에 근로시간 단축을 시행한 것”이라며 “임금피크제 직원들의 감액임금으로 신규채용을 진행하고, 해당 신규 채용인원으로 근로시간을 대체하므로 추가 인건비 부담은 없다”고 설명했다. 

‘구멍’난 현장 안전관리 재해율 산업 평균 2배

공항공사의 건설현장 재해가 건설업 평균 재해율의 2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며, 지상안전사고도 인천국제공항 대비 3배 가까이 높아 안전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확인됐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공항공사는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 43건의 건설재해가 발생해 매년 평균 9.6건의 건설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공항공사에서 발생하는 건설재해가 증가 추세라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이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지난 2013년 10건, 2015년 7건, 2016년 8건 수준이었지만 2017년에는 무려 18건으로 급증했다. 

2018년에 발생한 재해 집계 결과는 이달 발표될 예정이다.

아울러 같은 기간 건설업 평균 재해율이 0.4임에도 불구하고 공항공사의 건설재해율은 1.08로 두배를 웃돌았다. 

또 지난해 공항공사가 다중이용시설인 공항운영에 있어 핵심인 지상안전 관리에도 실패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18년 한국공항공사의 지상안전사고율은 1000대당 1.15건이다. 이는 2016년 0.36건, 2017년 0.35건의 3배를 넘어섰다. 

특히, 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국내 공항보다 규모가 큰 공항을 운영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지난해 지상안전사고율(0.45건)과 비교해 3배 가까이 차이가 나 논란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지상안전사고는 지상에서 주기 또는 이동 중인 항공기가 차량, 장비, 사람과의 충돌 등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로, 공항운영분야 안전성과지표 관리대상으로 올해 공항공사의 목표치는 1000대당 0.61건 이하다. 

취임한 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코레일의 오영전 전 사장이 거듭된 안전사고 발생으로 물러난 것을 상기한다면 공항의 안전 이슈는 손 사장의 거취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올해 공항공사가 안전 이슈를 어떤 식으로 극복해 나아갈지 업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끊이지 않는 낙하산·전관예우 논란이 불씨 확산

작년 12월 취임한 공항공사 손창완 사장은 서울 강남경찰서장, 서울경찰청 차장, 경찰대학장 등 경찰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지만 보안 분야를 제외하곤 공항과 관련된 이력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손 사장은 지난 2016년 더불어민주당 안산시 단원을 지역위원장을 역임했으며, 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공항공사 사장 선임이 정치적인 판단으로 결정 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샀다. 

이에 취임 초기부터 ▲항공 일자리 2만2000개 창출 ▲공항 관리사업의 해외 진출 ▲14개 공항 안전관리 철저 등 새로운 경영 비전을 제시하고 비전문가라는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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