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 나디아 무라드 자서전, 우리말 번역서 출간
나디아 무라드, IS 성노예에서 여성인권 대변인으로
“이 세상에서 나 같은 사연을 가진 마지막 여자가 되고싶다”

【투데이신문 박애경 발행인】 전쟁의 폭력성은 인간성 상실로 이어진다.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지를 전쟁은 여과 없이 보여준다. 잔인함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오히려 아동과 여성에게 더 끔찍하다. 전쟁터에서의 여성은 인간이 아닌 ‘성노예’라는 또 다른 형태의 병기로 전락한다. 더 이상의 인권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극악의 잔인무도함이 이라크에서는 현재진행형이다. 수니파 무장단체 IS는 무분별한 테러와 집단학살 그리고 성노예 판매 등 만행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다. 지구의 다른 편 이야기라며 무관심하게 넘겨버리기에는 비극의 무게가 너무 중하다.

전쟁의 폭력에 무참히 짓밟힌 여성 인권을 목숨 걸고 세상에 드러낸 나디아 무라드 자서전 <THE LAST GIRL>이 우리말로 번역 출간됐다. 2018년 99번째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나디아 무라드는 IS 성노예에서 탈출해 폭력으로 고통 받는 여성을 위한 인권 대변인으로 거듭났다. 그녀의 생생한 증언이 담긴 <THE LAST GIRL>은 고통과 비극으로 점철된 전쟁의 폭력을 반드시 멈춰야할 당위성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이야기는 나디아 무라드가 살았던 이라크 야지디 마을 코초에서 출발한다. 코초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공동체 안에서 소박한 즐거움을 누렸으며 늘 함께였다. 그러던 2014년 8월 수니파 무장단체 IS가 마을을 들이닥치면서 이들의 일상은 산산조각 났다. IS는 자신들 편에 서지 않는 이들을 집단학살하거나 강간하는 등 광기와 폭력을 휘둘렀다. 나디아의 가족, 친척, 친구들의 운명도 다르지 않았다. 나디아의 오빠 6명과 어머니는 죽임을 당했고, 나디아는 IS 대원의 성노예가 됐다. 나디아는 IS가 시장 혹은 페이스북을 통해 팔아넘긴 수천 명의 야지디 여성 중 한명이었다. IS대원에서 또다시 IS대원에게 넘겨지며 반복된 성폭력을 겪어야 했다. 다행히 수니파 아랍 가족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탈출한 나디아는 자신에게 가해진 폭력을 세상에 낱낱이 폭로한다.

책은 나디아의 개인적 비극만을 담지 않았다. IS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왜 이라크가 중동의 화약고가 되었는지, IS가 어떻게 야지디를 무력화시키고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 그 이면에는 어떤 외부적인 요인이 있었는지를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나디아는 개인의 비극을 이라크 역사와 세계정세의 흐름 속에 두었다. 이로써 우리가 잘 몰랐거나 알면서도 외면해 왔던 전쟁의 비극이 야지디라는 작은 마을, 혹은 이라크라는 하나의 국가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님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묵인했던 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했다.

책은 ‘이 세상에서 나 같은 사연을 가진 마지막 여자가 되고싶다’는 나디아의 말처럼 전쟁을 비롯한 어떠한 형태의 폭력도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또한 타인의 고통을 인지하고, 기억하고, 잊지 않기를 당부한다.

전 세계 38개국의 언어로 번역된 나디아 무라드의 자서전 <THE LAST GIRL>은 가장 감동적인 페미니즘 회고록으로 기억될 것이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