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콜옵션 평가 불능’ 신평사 문건 조작 정황 포착
“콜옵션 몰랐다” 회계법인 진술 번복, 검찰 수사 확대

ⓒ뉴시스
ⓒ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가 분식회계를 숨기기 위해 조직적인 조작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조사 과정에서 삼성바이오가 회계법인에 이어 신용평가사까지 동원해 분식회계 핵심 쟁점인 콜옵션을 은폐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핵심 부분은 미국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와 합작 설립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살 수 있는 권리, 즉 콜옵션을 보유한 사실을 숨겼느냐가 쟁점이 되고 있다.

앞서 미국 바이오젠은 2012년 삼성바이오와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하면서 지분 절반을 가져갈 수 있는 ‘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회계상 부채로 잡히는 콜옵션의 존재가 알려지면 당시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의 가치가 대폭 줄어들어 삼성물산과의 합병 비율에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12년에서 2014년사이 콜옵션 사실을 공시하지 않았다. 이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던 2015년 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이유로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했다. 이 결과 삼성바이오에피스 평가기준도 취득가액에서 시장가액으로 바뀌어 회사가치가 4조5000억원 가량 높아졌다.

앞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이 같은 회계처리 방식을 두고 분식회계로 보고 삼성바이오와 삼정회계법인 등 회계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바이오 측은 회계법인이 회계기준에 부합한다는 조언에 따라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했고 주장했다. 회계법인도 지난해 증선위의 조사와 서울행정법원 재판과정에서 콜옵션 존재를 알고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평가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회계법인 관계자들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콜옵션 존재를 몰랐다”고 기존 진술을 뒤집었다. 콜옵션 은폐 의혹을 부인하는 삼성바이오 측 주장이 흔들리게 됐다.

여기에 콜옵션 은폐 의혹의 반박 근거로 제시됐던 외부 신용평가기관들의 보고서도 조작된 정황이 제기됐다.

검찰에 따르면 에프앤자산평가 등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삼성 측의 요구로 지난 2015년 말 삼성바이오의 요구로 콜옵션이 얼마인지 계산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의견서를 작성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하지만 이 같은 의견서는 삼성바이오로부터 콜옵션을 평가할 수 있는 기초자료조차 받지 않고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콜옵션에 대한 평가 작업 없이 문건이 작성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신용평가기관을 상대로 원하는 보고서 작성을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 같은 문건 조작에 삼성바이오를 넘어 그룹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9일 삼성바이오에피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을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증거를 인멸하거나 위조한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회사 직원의 컴퓨터 및 휴대전화 등에 담겨 있던 자료를 직접 삭제한 것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합병 등 관련 내용을 지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 소속 백모 상무가 증거인멸 범행을 지휘한 정황을 확인, 삼성그룹 차원에서 증거인멸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뤄진 지난 2015년 7월 이후 합병 비율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사후적으로 회계 처리 기준 변경 등을 논의한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분식회계 은폐 정황이 속속 제기되고 있지만 삼성바이오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고 있지 않다. 삼성바이오 관계자는 “검찰 조사 중인 만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