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기자의 젠더 프리즘] 제20회 서울퀴어퍼레이드, 광화문 앞 무지개 행진 이뤄내다
[김태규 기자의 젠더 프리즘] 제20회 서울퀴어퍼레이드, 광화문 앞 무지개 행진 이뤄내다
  • 김태규 기자
  • 승인 2019.05.08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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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8년 7월 14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대형 무지개 깃발이 행렬을 이끌고 있다. ⓒ투데이신문
지난 2018년 7월 14일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열린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 대형 무지개 깃발이 행렬을 이끌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올해로 20회째를 맞는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스무 번째 도약, 평등을 향한 도전!’이라는 슬로건으로 오는 21일부터 6월 9일까지 진행됩니다. 특히 6월 1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의 메인 행사 ‘퀴어퍼레이드’는 사상 처음으로 광화문 앞 세종대로를 행진하게 됐습니다.

지난 2000년 처음 개최된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매년 집회 신청마다 장소 등을 두고 반동성애 혐오세력과 갈등을 빚어왔습니다. 혐오세력 측이 집회장소를 선점하거나 서울광장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서울시청 등에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죠. 지난 2015년에는 남대문경찰서 앞에서 10일간 줄을 서 처음으로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를 열 수 있었습니다.

올해도 집회신고 과정이 순탄치 않았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맞아 서울광장에서 세종대로로 향해 광화문 앞을 돌아 종로대로로 행진하는 퍼레이드를 계획했습니다.

조직위는 “2015년만 해도 경찰은 이 코스를 절대 허가할 수 없다고 했다. 시민들의 뜨거운 투쟁으로 결국 광화문 앞 세종대로는 이제 시민들이 신고를 하면 집회·행진을 진행할 수 있는 자유의 길이 됐다”며 “오는 2020년 1월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에 들어가게 되면 길 자체가 없어져 올해가 아니면 다시는 행진할 수 없는 길”이라고 퍼레이드 코스 계획의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 같은 계획을 혐오세력이 방해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조직위는 지난 4월 25일 정오부터 집회신고를 위해 서울지방경찰청, 서울 남대문경찰서, 서울 종로경찰서의 집회신고 대기실에서 대기를 시작했습니다.

집회신고를 위해서는 48시간(2일)~720시간(30일) 전에 신고를 해야 하는데, 집회신고는 선착순으로 이뤄지는 집회신고에서 혐오세력에 1순위를 뺏기면 계획이 무산되기 때문입니다. 6월 1일 개최를 위해서는 5월 2일 1순위로 집회신고를 마쳐야 했습니다. 그렇게 1주일간의 줄서기가 시작됐습니다.

다행히 첫 번째로 집회신고 대기를 시작한 조직위 측은 긴급 공지를 통해 “조직위 구성원만으로는 1주일 동안 대기석을 지키기가 어렵다”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4월 26일 오전 10시부터 5월 1일 오후 11시 50분까지 교대로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자리 지키기 릴레이 자원활동’ 신청을 받은 것이죠.

자리 지키기 릴레이는 많은 참여자들이 신청해 3일 만에 빈 시간대 없이 마감됐습니다. 그렇게 집회신고는 잘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혐오세력의 방해로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지난 2018년 7월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8년 7월 14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뉴시스

4월 30일 오전 6시 30분경, 남대문경찰서에서 집회신고 1순위 자리를 지키고 있던 대기자 A씨가 다음 대기자 B씨와 교대하기 위해 일어나는 순간 2순위 대기자 자리에 있던 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국본) 측의 남성이 막무가내로 밀치고 1순위 자리를 빼앗았습니다.

몸싸움이 일어나자 경찰이 다가와 이를 제지하던 중 이 남성은 가방에서 쇠사슬을 꺼내 자신의 허리띠와 1순위 의자 팔걸이에 묶고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경찰은 이 남성에게 자리를 돌려주라고 했으나 남성은 이를 듣지 않았습니다. 자리를 지키려던 A씨와 B씨 등은 이 과정에서 다치기도 했습니다. 조직위는 이 남성에 대해 폭행 고발 조치를 하고 남대문경찰서에 엄정한 대응과 신청순위를 바로잡도록 요구했습니다.

다행히 경찰의 중재로 조직위는 이날 오전 1순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남대문경찰서는 사과와 함께 이후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을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남대문경찰서, 종로경찰서 등에서 1순위 자리를 뺏기 위한 태극기부대의 위협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5월 2일 오전 5시경, 조직위 측은 서울지방경찰청, 남대문경찰서, 종로경찰서 3곳 모두에서 1순위를 지켜내고 집회신고를 마쳤습니다. 조직위에 따르면 이번 집회신고를 위해 총 400여명의 참여자가 3곳에서 약 162시간 동안 줄을 섰습니다.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서울퀴어문화축제는 계획대로 열리게 됐습니다. 조직위는 “함께 만드는 축제라는 가치를 다시 한번 공고히 해준 여러분들이 축제의 주인공”이라며 참여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냈습니다.

오는 21일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에서 20회 기념 연속강연회로 시작되는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는 31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서울핑크닷’ 행사를 거쳐 6월 1일 서울퀴어퍼레이드, 6월 5~9일 서울 중구 대한극장에서 개최되는 한국퀴어영화제까지 총 20일간 진행됩니다.

혐오에 맞서 사상 처음으로 광화문 앞을 무지갯빛으로 물들일 서울퀴어퍼레이드가 기대됩니다. 혐오를 멈추고 무지개 행진에 많은 이들이 참여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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