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실종자 가족, 선사 측에 유해수습·추가수색 비용 요청 방안 논의
실종자 가족 “외교부가 가족들 속여…비용 요청 아닌 구상권 청구해야”
외교부 “사실 아냐…재원 확보 위해 선사 측 비용부담 입장 물은 것”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가 지난 4월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 규명과 유해 수습 촉구를 위한 시민사회노동단체 연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가 지난 4월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원인 규명과 유해 수습 촉구를 위한 시민사회노동단체 연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과 외교부가 스텔라데이지호 침몰해역에서 발견된 유해 수습 및 수색 비용 부담 방안을 두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고 이후 2년 만에 이뤄진 심해수색은 단 9일 만에 중단됐다”며 “수색 당시 실종자의 유해가 발견됐으나 아직도 수습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 14일부터 9일간 진행된 심해수색에서는 스텔라데이지호의 블랙박스(VDR)와 실종 선원의 유해가 발견됐다. 그러나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 용역을 맡은 미국의 해양탐사업체 오션인피니티는 유해를 수습하지 않고 VDR만 회수했다.

유해발견 당시 오션인피니티는 한국 정부에 유해수습 여부를 문의했으나 한국 정부가 아무런 답을 주지 않자 수색을 중단했다.

심해수색 중단 이후 오션인피니티는 당초 두 동강이 났을 것으로 추정한 스텔라데이지호가 72조각이 났다는 이유로 3D 모자이크 영상 구현이 어렵다며 과업을 모두 이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용역 발주처인 외교부는 오션인피니티의 주장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외교부는 오션인피니티의 주장을 검증하고 과업 미이행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외교부는 심해수색 재개와 유해수습을 위해 새로운 재원이 필요하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애초에 계약을 제대로 했으면 될 일”이라며 “공무원들의 불성실함으로 국민 세금을 이중으로 낭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외교부는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에 선의(善意)로 추가 수색 비용을 부담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잘못을 저지른 선사의 돈을 받아 심해수색이 진행된다면 과연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외교부는 유해수습은 당시 과업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오션 인피니티 측이 하루 2억5000만원의 유해수습 비용을 청구하겠다고 해 지속적으로 유해수습을 요청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추가 유해수습 및 수색에는 최소 50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해양수산부 등 유관부처와 재원 방안 마련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오션인피니티(Ocean Infinity)의 심해수색 선박 씨베드 인스트럭터(Seabed Instructor)호가 심해수색 과정에서 발견한 실종자의 유류품.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오션인피니티(Ocean Infinity)의 심해수색 선박 씨베드 인스트럭터(Seabed Instructor)호가 심해수색 과정에서 발견한 실종자의 유류품. <사진제공 =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

외교부 거짓말 논란

지난 1일, <JTBC>는 외교부가 거짓말을 해 선사가 수색비용을 지불하는 것에 실종자 가족들의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인도적 차원에서 선의로 심해수색 및 유해수습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에 반대하던 가족들을 따로 찾아가 ‘다른 가족은 동의했다’고 거짓말해 나머지 가족의 동의를 얻어냈다는 것이다.

<JTBC>는 “취재가 시작되자 외교부는 ‘선사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계획을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보도에 외교부는 지난 1일 “스텔라데이지호 실종자 유해 수습 등을 위한 심해수색 비용을 스텔라데이지호의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 측이 인도적 차원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외교부가 거짓말로 실종자 가족들의 동의를 유도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며, 선사에 비용을 부담시키는 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리겠다고 언급한 바 없다”고 전했다.

이어 “선사 측에서 심해수색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선사가 비용 부담 의사를 표명하면 실종자 가족들의 의견을 재차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가족대책위와 시민대책위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내고 “외교부가 거짓말로 실종자 가족들의 동의를 유도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가족대책위에 따르면 외교부 관계자는 심해수색이 종료된 이후인 지난 2월 26일 실종자 허재용 2등 항해사의 누나 허영주·허경주씨와의 면담 시 선사 측에 추가 수색비용을 선의로 요청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당시 허영주·허경주씨는 국가예산으로 수색비용을 선지급하고 정부가 선사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입장을 외교부에 전했다.

대책위는 이후 3월 15일, 이 외교부 관계자는 실종자 문원준 3등 기관사의 아버지 문승용씨를 따로 만나 ‘허영주·허경주씨가 선사 측에 추가 수색비용을 요청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문씨는 허영주·허경주씨가 동의했다는 외교부 관계자의 말에 수 일간 고민하다가 이에 동의했다.

문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외교부 관계자에게) 다른 가족도 동의를 했는지 몇 번을 물었다. 스텔라데이지호는 한 가족만의 일이 아니다. 만일 한 가족이라도 반대한다는 것을 알았다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허영주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2월 26일은 오션인피니티와 심해수색 추가 협상을 하기 위해 우루과이로 출국하기 하루 전이었다”며 “추가협상과 관련해 논의하는 자리인 줄 알고 나갔다가 선사 측에 선의로 추가 수색비용을 요청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외교부 관계자는) 내가 당시 ‘반대’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동의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하면서 ‘인식의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정리하자’고 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선사에는 선박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선의’로 비용을 요청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사고 원인을 밝혀내고 선사 측에 구상권을 행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선사 김완중 회장이 현재 검찰에 기소돼 있는데 선사 측에 비용을 선의로 요청해 받아낸다면 혐의를 모두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책임을 분명히 묻기 위해서라도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2018년 1월 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개최한 ‘스텔라데이지호 10만인 국민서명 전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와 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2018년 1월 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개최한 ‘스텔라데이지호 10만인 국민서명 전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외교부 “선사 측 책임 밝혀지면 구상권 청구할 것”

이에 대해 외교부는 “폴라리스 쉬핑 측에 인도적 차원에서 유해 수습과 추가 수색을 위한 비용을 부담토록 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거짓말로 실종자 가족들의 동의를 유도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실종자 가족들을 속이거나 기만한 일은 없다”면서 “소모적인 논쟁으로 흘러가는 것은 실종자 수색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진실공방으로 비춰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선사 측에서 유해수습 및 추가수색 비용을 부담한다는 의사를 밝히면 다시 한 번 실종자 가족들에게 의견을 물을 것”이라며 “다만 선사 측은 비용 부담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예산 확보를 위해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사안으로 예산이 재차 투입되는데 대해 기재부 등 다른 기관과의 입장차가 있을 수 있기에 조율을 통한 부처 간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구상권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해경이나 중앙해양심판원에서 선사 측의 고의 또는 중과실, 위법 사실 등 최종 결과가 나와야 하는데 아직 조사 중이기에 현재로서는 청구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면서 “조사 결과에 따라 선사 측의 책임이 밝혀지면 당연히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선사 측에서 선의로 비용을 부담한다고 해서 구상권을 청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조사결과에 따라 선사의 민·형사상 책임은 그대로 남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거된 VDR 분석결과가 나오면 사고원인 등 선사 측의 책임을 밝히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분석결과가 나오기까지는 1~2개월 정도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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