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24 가맹점주, 이마트 상대 가맹사업법 위반 소송 패소
추혜선 “이마트,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범 규제 법망 피해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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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홍세기·김소희 기자】 이마트의 가맹사업인 노브랜드가 근접출점 하는 것에 반대한 이마트24 점주가 이마트에 제기한 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했다. 법원이 계열회사의 근접출점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대법원 판결로 대기업이 법인, 계열사를 만들어 근접출점을 하는 등 상권침해가 일어날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3월 이마트24(울산 성남점) 김경식씨가 이마트를 상대로 가맹사업법을 위반하고 근접출점했다는 이유로 제기한 소송에서 또다시 패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서울동부지방법원도 지난 11월 이마트의 손을 들어줬다.  

이마트의 가맹사업인 노브랜드가 계열회사인 이마트24 편의점 인근에 근접출점 하는 것은 ‘가맹사업법의 공정화에 관한법률(이하 가맹사업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대기업이 계열사를 통해 유사 업종의 점포를 근접 출점할 수 있게 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씨는 이마트가 ‘가맹본부는 가맹사업자의 영업지역 안에 동일한 업종의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직영점이나 가맹점을 설치해선 안 된다’는 가맹사업법 12조의4 제3항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마트24는 이마트의 자회사, 노브랜드는 이마트의 직영점이기 때문에 동일한 업종으로 봐야 하고 이를 이마트가 위반하고 있다”며 “가맹점주를 모집할 때는 노브랜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고 홍보해놓곤 지금은 노브랜드 제품을 포장지만 바꿔 아임e로만 판매하라는 장난, 횡포를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씨 외에도 이마트24 점주 4명도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이마트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 중 3명은 이마트와 비공개 조건 합의 후 소송에서 발을 뺏고, 소송을 함께 제기한 1명은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은 후 소송에서 빠졌다.

이마트24 가맹점주가 이마트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 결정문
이마트24 가맹점주가 이마트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 결정문

재판부 “가맹계약 당사자는 이마트 아닌 이마트24”

김씨의 2심 소송을 판단한 서울고등법원 제4민사부는 “영업지역 침해금지의무의 부담자로 규정된 ‘가맹본부’는 가맹계약을 통해 가맹사업자인 김씨에게 가맹점 운영권을 부여한 사업자”라며 “이 사건 점포에 관한 가맹계약 당사자는 이마트24일뿐, 이마트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본부에만 시정조치, 과징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계열회사인 이마트를 침해금지의무의 부담자로 규정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1심을 판단한 서울동부지방법원 제21민사부도 “가맹본부인 이마트24에 영업지역 침해금지의무를 부과하고 있을 뿐 계열회사인 이마트에는 그런 의무를 부과하고 있지 않다”며 “이마트와 이마트24는 별도의 독립적인 법인사업체고 통상 서로의 의사결정 구조도 분리돼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영업지역 침해금지조항의 입법취지를 고려하더라도 이 조항을 이마트까지 확대하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소송 결과에 대해 이마트 측은 업태, 판매품목, 영업시간 등이 달라 영업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나온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편의점은 50평 미만의 매장에 담배, 술 등 식료품을 파는 곳이고 디스카운트 스토어인 노브랜드는 50평 이상의 매장에서 국산 술과 담배를 팔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업태가 완전히 다르다”며 “편의점은 24시간 운영되지만, 노브랜드는 오전 11시부터 10시까지로 운영시간도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명확히 다른 별도의 업태이기 때문에 각자의 영업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이마트24도 이마트와 유사한 답변을 내놨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이마트24와 노브랜드 전문점은 업태가 다른 매장이다”라며 “동종업계 대비 차별화된 기획 상품을 출시해 가맹점의 내실을 더욱 강화해 점주들과 함께 상생할 예정이다”라고 답했다. 

이마트24 점주·변호사 “가맹사업 입법취지에 어긋나”

노브랜드 근접출점에 대해 김씨의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가맹사업법 입법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주원의 임현철 변호사는 “이마트24는 기존 가맹점으로부터 도보거리 250m 이내에 신규가맹점 및 직영점을 설치하지 않는다고 정했으면서 이마트는 원고의 편의점으로부터 70m, 100m 이내에 노브랜드 직영점을 근접출점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마트24와 동종 업종에 해당하는 노브랜드점을 운영하는 행위는 가맹사업법 위반에 해당되는 것”이라며 “노브랜드의 영업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이마트가 편법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점주들은 매장 운영하면서 매출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임 변호사는 “내가 팔고 있는 물건을 바로 근처에서 판매 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는 점주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편의점에서 팔던 노브랜드 상품을 위해 판매대를 따로 세우는 등 인테리어 비용도 썼는데 돌아 온 것은 편의점 옆에 노브랜드 가맹점이었다”며 판결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실제로 이마트24 점주들은 초기 노브랜드와 이마트24의 시너지를 통한 매출 증대효과를 믿고 계약을 했지만 노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지자 신세계는 과감히 노브랜드를 자체 점포로 운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이마트24에서 노브랜드 제품을 철회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직영으로 운영하는 것에 대해 이마트24 점주들에 대한 근접출점 문제와 대규모유통사업자의 골목상권 침탈 논란이 일자 직영사업에서 가맹사업으로 전환했다. 

이는 대규모 유통사업자가 아닌 개인사업자인 개인점주들이 운영하니 조정과정도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협력법)’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슈퍼마켓과 기타 음·식료품 위주 종합소매업을 영위하는 점포 중에서 해당 점포 개업에 드는 임차료, 공사비 및 설치비 등 총비용의 51% 이상을 대기업에서 부담하는 체인점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의 사업영역 보호를 위한 사업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마트 측은 이마트24와 노브랜드는 동일업종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는 입장인데다 점주들과의 소송에서도 승소하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대기업의 상권침해에 대한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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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출점 제한 허점…경쟁 부추기나

정치권도 노브랜드의 편법출점에 쓴소리를 내뱉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8일 “직영점 근접출점으로 인한 기존 유통 점주들과의 갈등, 대규모 유통업자의 골목상권 침해로 논란이 있었던 이마트가 가맹사업이라는 편법을 통해 대기업의 골목상권을 침범을 규제하는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추 의원은 “이마트는 사업조정 절차를 회피하기 위해 본사의 비용 부담을 51% 이하로 낮추는 가맹 사업 형태로 노브랜드를 골목상권에 편법 출점했다”며 “지역 상인들은 막대한 피해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노브랜드 가맹점의 출점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사업조정제도 적용 대상에 관한 기준 등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추 의원은 “51% 이상이라는 수치상의 기준을 폐지하고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골목상권 진출을 실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중기부가 올해 전통시장 및 상점가 활성화 지원예산을 전년 대비 43% 증액시키고 올해 추가경정예산에서도 소상공인 지원에 2825억원을 배정해 골목상권, 지역 중소상인 살리기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이러한 지원책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를 막지 못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고 덧붙였다.

공정거래위원회도 법원의 판단이 가맹사업법 취지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 뿐 아니라 계열사에서도 영업지역 침해, 금지를 적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의 취지와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만약 대법원의 판결이 1, 2심처럼 나온다면 대기업이 법인을 설립해 비슷한 업종의 점포를 근접출점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대기업 가맹점인 A가 이미 영업하고 있는 곳에 상당수의 취급품목이 동일한, 같은 업종의 B가 영업할 수 있게 되는 것. 이로 인해 브랜드만 다른 업체가 한 영업지역 안에서 경쟁해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소상공인들의 피해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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