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엠와이, ‘씽큐’ 전방위 홍보로 피해 주장
하청업체 연우이앤티, 기술탈취 혐의 공정위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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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LG전자가 상표권이나 특허 등을 둘러싸고 중소업체와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수년전 협력업체와 불거진 특허기술 탈취 논란이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로 다시 불거진 가운데 최근에는 상표권 등록 문제로 중소기업의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상황은 다르지만 두 기업 모두 LG전자 때문에 사업을 포기할 만큼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LG전자가 평소 협력사와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강조하는 한편 최근 글로벌 기업과 소송을 불사하며 자사 무형가치 보호에 적극 나서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씽큐’ 같은 이름 상표, 벤처기업 대표 피해 호소

청년여성벤처기업 엠와이 김정민 대표는 LG전자의 상표 ‘ThinQ’ 상표에 한글 표기인 ‘씽큐’가 사용되면서 자사의 브랜드가 시장에서 사장돼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대기업인 LG전자의 전국적 전방위 홍보를 하는 ‘씽큐’ 브랜드에 발음이 동일한 스타트업인 저의 한글 상표 ‘씽큐’가 시장에 나와 보지도 못하고 사장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로인해 스타트업의 한글 상표 ‘씽큐’와 동일하게 LG전자가 홍보하면서 LG 관련 브랜드로 오인해 투자에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아이템 홍보판로가 완전히 차단돼 폐업 위기까지 갔었다”고 호소했다. 김 대표는 결국 ‘씽큐’가 아닌 다른 사업아이템으로 전환할 수 밖에 없었고 현재 다시 매출 안정화를 찾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ThinQ’는 LG전자의 제품에 적용되는 인공지능 브랜드다. 해당 상표는 현재 진공청소기나 안마기, 휴대폰 등 다양한 제품에서 사용되고 있다.

김 대표도 자사가 개발한 직무 역량 평가 소프트웨어인 ‘Sync-Q’라는 동일한 발음 ‘씽큐’라는 상표를 가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 2016년 특허청에 영문 ‘Sync-Q’와 한글 ‘씽큐’ 두가지를 상표 출원‧등록하고 2018년 상용화에 나섰다.

이보다 먼저 지난 2010년 LG전자가 동일하게 발음되는 ‘ThinQ’가 상표로 등록했다. 한글 표기에 대해서는 별도로 상표 등록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영어 상표권의 경우 철자가 다르고 ‘씽크’라는 한글상표가 없었기 때문에 동일 발음 상표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미 상표 중복 사용 여부에 대한 선행조사도 특허청에서 했지만 영어표기가 다르다보니 저의 상표가 아무 문제 없이 등록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LG전자가 상표 등록하지 않은 한글 ‘씽큐’를 인공지능 기능을 가진 모든 제품과 서비스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LG전자의 전방위 홍보에 한글표기 ‘씽큐’를 등록한 엠와이의 브랜드는 사실상 시장에서 잠식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이 현행법상 문제가 안된다는 점에서 김 대표는 더욱 답답하다.

특허청에 따르면 상표의 권리 범위가 호칭과 의미, 외관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영문표기만 등록하더라도 이를 발음할 때의 한글 표기에 대한 권리가 인정된다. 결국 별도로 한글표기를 하지 않더라도 사용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또 가전제품과 교육 소프트웨어로 사업영역이 달라 두 회사의 상표를 동시에 내준 것도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게 특허청의 입장이다.

김 대표는 “대기업이라면 상대기업의 상표명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중들에게 실제 불려진 상표명과 동일한 상표도 등록하는 것이 최소한의 성의”라며 “해당 스타트업 대표로서 (LG전자로부터)일말의 사과라도 받아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LG전자로서는 이 같은 상황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상표 출원도 우리가 먼저 한 것이고 특허청에서도 LG전자의 책임이나 연관성이 없다고 판단한 사항”이라며 “우리가 등록한 상표를 사용할 것을 예상하고 진행할 수도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LG전자로서는 이 같은 논란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대목이다. 한켠에서는 가뜩이나 과거 하청업체와의 특허기술 탈취와 관련한 분쟁이 해소되지 않고 여전히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끝나지 않은 하청업체 기술 탈취 논란

LG전자와 계열사 LG이노텍, 하청업체를 둘러싼 특허 기술 탈취 논란은 최근 공정위에 신고되면서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반도체 소자 SLIC IC 생산업체 연우이앤티 김창세 대표는 계열사에 관련 복제품을 생산하게 해 자사에 피해를 입혔다며 지난해 2월 LG전자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연우이앤티는 원청 LG전자가 계열사인 LG이노텍에 자사 특허 제품의 복제품을 생산하게 하고 의도적으로 물품 단가 경쟁을 유도해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지난 3월 13일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가 진행한 ‘불공정·갑질피해 증언대회’에 참석해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연우이앤티 측에 따르면 지난 2001년 LG전자(당시 LG정보통신)에 특허제품을 소개한 뒤 약 1년간 시제품을 제작해 유선통신 및 전송장비에 적용했고 지난 2002년 초 해당 제품을 양산하게 됐다.

연우이앤티가 생산하던 SLIC IC는 전화기 사용자와 1대 1로 접속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장치로 가정의 일반 전화기나 공중전화기에 사용되는 부품이다.

문제는 연우이앤티가 LG계열사인 LG이노텍에서 자사 제품과 유사한 제품이 생산되고 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불거졌다. 또 다른 납품 원청업체인 한국통신으로부터 불량 신고가 들어와 살펴보니 자사 제품이 아닌 동일 회로에 의한 LG이노텍 제품이었다.

이에 연우이앤티는 LG이노텍을 상대로 ‘특허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LG이노텍도 연우이앤티 측에 ‘특허무효소송’과 ‘특허권리범위 소송’으로 맞섰다. 특허심판원은 LG이노텍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심결을 내리면서 연우이앤티의 손을 들어줬다.

LG이노텍은 곧바로 항소에 나섰다. 하지만 LG전자와의 거래 관계 등을 고려해 소 취하를 조건으로 법률 대응에 따른 비용을 받고 앞으로 연간 매출액 100억원 정도 상거래를 약속했다는게 김 대표 측의 설명이다. 연우이앤티 측은 LG이노텍으로부터 2억원 가량의 실비 정산은 받았지만 상거래 보상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결국 연우이앤티 김 대표는 경영난에 지난 2015년 기업 파산과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김 대표는 LG전자가 단가 인하를 목적으로 일부러 LG이노텍에 특허 복제품을 생산하도록했다고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 참석한 갑질 증언대회에서 “당시 계약한 공급권 보장 및 최초 약소했던 2만4000원보다 월등히 저렴한 1만5572원으로 공급했지만 공급권 보장은 무시되고 계속된 공급가격 인하 요구로 7000원대까지 인하하게 됐다”고 호소했다.

연우이앤티는 지난 1999년 LG전자와 취득한 기술과 영업 관련 정보를 상호간 사전 서면 승인 없이 제3자에게 양도 또는 누출할 수 없다는 공동개발합의서를 작성하고 제품 개발 과 거래를 이행해왔다. 따라서 LG전자의 협력없이는 LG이노텍이 복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제품 특성상 LG전자의 도움없이는 복제가 어렵다”며 “같이 시험을 한다는 것은 물론 기술을 적용하는 것도 불법으로 LG입장에서는 (복제품 제작을)모를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관계자는 “이미 LG이노텍과 합의로 마무리된 것으로 우리가 말하기 어렵다”며 “자세한 내용은 LG이노텍에 확인할 내용”이라고 밝혔다. 연우이앤티와 직접 합의했다는 LG이노텍의 경우 관련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번 분쟁을 지켜봐온 정의당은 기술유용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한편 LG전자가 책임있는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공정위의 조사를 지켜봐야겠지만 특허소송에서 패소하고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한 만큼 응분의 책임을 져야한다”며 “특히 기술유용의 경우 중소기업의 존립기반이 사라지는 것으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악질적인 범죄행위로 강력한 제재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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