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게시판 통해 알려지면서 거센 반발 사
예란회 “회사 임원진 지시나 강요 없었다”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국내 대표적인 진통제 ‘게보린’으로 유명한 삼진제약이 여직원 모임을 중심으로 여직원들이 술을 파는 일일호프를 계획했다가 직원들의 반발에 행사를 취소했다. 

제약업계와 삼진제약에 따르면, 삼진제약은 여직원들로 구성된 ‘예란회’라는 조직을 통해 일일호프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얻은 수익금을 환아 의료비 지원에 사용하려다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일일호프는 서울 마포구 소재 본사 직원과 인천 영업소 직원 등 주로 남자들을 초청하고 술 판매는 여직원들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 행사가 일부 임원의 지시로 기획돼 예란회에 통보됐다고 회사 내 익명게시판을 통해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행사를 반대하는 이유는 여직원을 중심으로 남직원을 초대해 술을 판매하는 방식이 성적 불평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삼진제약은 지난 9일 오전 예란회 직원들을 대상으로 행사 추진 여부에 대해 찬반투표를 진행했고, 반대하는 인원이 많아 일일호프 행사를 전면 취소한 상황이다.

또 삼진제약 측은 예란회 명의 입장문을 내고 “예란회는 작년에 진행했던 뮤지컬 감상 행사를 대신해서 올해는 기부봉사로 행사를 기획했으며,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두 번의 회의를 거쳐서 일일호프진행 수익금을 모아서, 동호회비와 회사지원금을 합쳐서 환아를 돕는 행사로 기획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예란회의 임원진과 기부금을 지원하는 부서의 직원은 함께 행사 관련한 범위와 예산에 대해서 논의 한 바 있으며, 진행 관련한 내부적인 논의가 모든 예란회 회원에게 채 전달되기도 전에, 익명의 게시판을 통해 불만의 글이 나오게 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회사 임원의 지시로 기획됐다는 것에 대해선 “회사 임원진의 공식적인 지시나 강요는 있지 않았으며 행사를 일방적으로 통보 했다는 것 또한 사실과 맞지 않다”고 부정했다.

아울러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남녀직원을 불문하고 모두 참여할 수 있는 행사라서 초대대상을 남자직원으로 한정하거나 판매를 예란회 회원으로 한정한다는 익명의 글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전했다. 

삼진제약의 빠른 입장 표명은 지난해 있었던 여성 차별 논란이 다시 벌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진제약은 지난해 3월 여성차별기업으로 지목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여성고용차별 기업을 고발하고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남초불매운동·여성차별기업 고발’ 트위터에 “두 번째 불매기업은 삼진제약입니다”라는 글이 게시된 바 있다. 

해당 계정은 삼진제약이 여성 직원의 진급과 급여 등이 남성에 비해 늦는 등 인사 차별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진제약 예란회는 회사 설립 초기부터 지금까지 약 40여년간 운영중인 삼진제약 여직원 모임으로 불우이웃 돕기 등 자선행사를 꾸준히 전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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